UCC, ‘광고 효자’로 변신 또 변신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7.10.0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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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전성시대 맞아 기업들도 직접 제작 나서…네티즌 공모전도 성황

 

컴퓨터 작업 중 선반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가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로봇으로 변신해서 날아간다. 영화 얘기가 아니다. UCC(User Created Contents)로 만들어져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트랜스 폰’이라는 동영상이다. 분량이 15초가량인 이 동영상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적으로 많은 관객을 동원한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를 패러디한 것이다. 우리 주변의 사물이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영화의 컨셉트에 현대 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품목인 휴대전화를 소재로 활용했다.
길이도 짧고 컴퓨터그래픽의 완성도에서도 전문가의 작품보다는 떨어지는 이 작품이 네티즌들의 환호를 받은 것은 네티즌이 직접 만든 UCC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한 지 1년 남짓 된 아마추어라고 밝히고 있다. 상업 광고라면 별 주목을 끌지 못했겠지만 네티즌들은 상업성이 배제된 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만이 담겨 있는 아마추어리즘에 큰 공감을 보냈다.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은 곧 로봇으로 변신한 휴대전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네티즌은 대상 모델에 대해 궁금해했고,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휴대전화에 대한 광고 노출 효과가 나타났다.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이거 휴대전화 광고 제대로 되겠는데”라며 UCC 광고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광고에 UCC 형식 차용 붐이 일고 있다. 벌써 TV  광고가 등장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기업 PR 광고에 UCC 형식을 도입했고, 몰래카메라 형식을 빌려 UCC 동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매일유업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백부장 시리즈는 대한민국방송광고페스티벌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대학생이 뽑은 좋은 광고에 선정되기도 했다.
UCC는 웹(Web)2.0을 기반으로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인들이 자신이 제작한 동영상을 쉽게 공개할 수 있게 되면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2006년 최고의 인물로 ‘YOU’를 선정하고 동영상 UCC 전문 사이트 ‘유튜브(youtube)’를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기도 했다. 이는 UCC를 만들고 이용하는 ‘YOU’와 유튜브의 결합이 놀라운 파괴력을 가져왔음을 인정한 것이다.
다양한 마케팅 기법과 버무려 효과 배가
국내 IT 업계에도 UCC 세상이 도래했다. 국내 동영상 UCC 1위 업체인 판도라TV를 비롯해서 곰TV, 엠군, 풀빵닷컴, 아프리카 등이 지난 1~2년 동안 크게 성장했다.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인 프리챌의 경우도 동영상 홈피 서비스인 Q를 통해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대규모 포털 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도 동영상 UCC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간주하고 동영상을 좀더 쉽게 편집하고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에 한동안 포털 1위 자리를 내준 다음은 ‘TV팟’ 서비스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런 UCC 열풍은 광고로 이어지고 있다. 광고계는 UCC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 연구·실험하고 있다. UCC, 웹2.0, 바이럴마케팅(Viral Marketing)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2007년 각 기업 마케팅 담당자와 마케터들의 가장 큰 숙제로 여겨진다. 이들이 온·오프 라인의 다양한 마케팅믹스 전략과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UCC와 최근에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되고 있는 바이럴 마케팅과의 결합은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은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각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재미있는 동영상으로 소개되었을 경우에는 파괴력이 배가된다. 검색어 순위에 민감한 네티즌들의 관심망에 올라오는 순간 이전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확산력을 가지게 된다. 이는 물론 콘텐츠의 질이 보장되었을 경우에 한한다. 네티즌들에게 흥미롭다고 여겨지는 동영상의 경우 노출의 지속성도 커진다. 바이럴 마케팅은 지속적인 노출을 위해서 계속 비용이 지출되는 TV 광고에 비해 후발 비용이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다. 한번 관심권에 들게 되면 자발적으로 콘텐츠 이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이 광고를 위해 UCC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그중에 하나가 포털 사이트와 연계한
 
UCC 공모전이다. 오리온은 ‘다음’과 연계하여 자사 제품인 ‘스윙칩’을 소재로 한 UCC 광고 공모전을 실시했다. 오리온은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다음에게는 UCC 동영상 섹션인 ‘TV팟’을 경험토록 하는 윈윈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예상치 100개를 웃도는 1백70여 개의 작품이 출품됨으로써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꼽히게 되었다.
미국 프리토레이 사의 ‘도비도스’광고는 UCC 공모전이 TV 광고와 결합된 형태이다. ‘도비도스’는 UCC 동영상 광고 공모전을 유치하면서 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5편을 ‘슈퍼볼’ 기간에 상영했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인 미식축구 결승전을 뜻하는 슈퍼볼은 광고 시간 대비 가격과 광고 효과가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미국 광고 시장의 최대 격전지이다. 이런 금싸라기 공간에 일반인이 만든 UCC 동영상을 내보낸 것이다. 프리토레이의 과감한 실험은 성공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도비도스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1천만 달러 이상 상승한 것이다.
‘광고 형식’으로 자리 잡기까지 과제 많아
TV 광고와 함께 일종의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으로 UCC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LG싸이언은 김태희가 출연하는 TV 광고를 선보이면서 인터넷을 통해서 일명 ‘남태희(남자 김태희)’ 동영상으로 불리는 UCC를 함께 배포했다. 이 동영상이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네티즌들에 알려지면서 TV 광고의 효과도 함께 상승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네티즌만을 대상으로 한 UCC 광고를 직접 제작하는 경우도 생겼다. 기아자동차는 ‘카렌스’를 홍보하기 <트랜스포머>를 패러디한 ‘카렌스포머’동영상을 직접 제작했다. 카렌스가 주유소 등에서 로봇으로 변신해 춤을 추는 이 동영상은 전문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를 의도적으로 낮추었다. 이런 식으로 기업이 직접 제작한 경우를 CCC(Corporation Created Contents)로 분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삼성애니콜이 론칭한 일명 UFO폰(SCH-W300)을 소재로 한 UCC 동영상이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트랜스폰’ 후속편으로 불리며 히트하고 있는 이 동영상은 삼성에서 직접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이 제작한 ‘트랜스폰’으로 자사 제품의 간접 광고 효과를 누린 삼성이 UCC 동영상을 광고에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UCC가 광고에 적극 활용되고 효과를 거두고 있기는 하지만 광고의 형식으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첫 번째는 소재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인터넷 세상의 특성상 규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UCC 광고가 활성화될 경우 현재의 제도로는 이를 심의·규제하기가 어렵다. TV 광고가 제한되는 주류회사·담배회사 등의 광고가 UCC를 통해 확산될 경우 이를 막기가 곤란하다. 표현의 문제에서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UCC 광고가 만연할 위험이 있다.
두 번째는 CCC의 경우 일종의 페이크 UCC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제작한 광고일 경우 네티즌들의 외면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CCC는 애니콜의 ‘트랜스 폰-UFO 편’이나 싸이언의 ‘남태희’ 동영상에 나타나듯 기업 광고의 흔적을 지우려고 한다. 사실을 밝힐 때는 이미 네티즌들의 관심과 광고효과를 얻은 이후이다.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네티즌들의 배신감을 가져올 수 있다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 광고, TV에서 인터넷으로 이동 중?
세 번째는 바이럴 마케팅의 가장 큰 장점으로 불리는 저렴한 비용에 관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UCC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은 후발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도비도스’처럼 TV 광고와 연계했을 경우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총 9백30만 달러가 소요된 이번 광고는 역대 ‘도비도스’ 광고 중 비싼 축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공모전을 유치할 경우 작품의 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공모전이 일반인의 참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준 높은 작품을 발굴하지 못할 경우가 생긴다. 하인즈케첩이 유투브와 함께 한 공모전의 경우 수준 이하의 작품들로 인해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이런 문제점들이 있지만 광고 마케팅에서 인터넷과 UCC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확고하다. 전문가들은 광고의 흐름이 TV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한다. P&G의 마케팅 책임자 짐 스텐겔(Jim Stengel)은 “1965년에는 18세에서 49세 사이의 미국 성인 80%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60초짜리 TV 광고 3개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러나 2002년에는 황금 시간대 TV 광고 1백17개를 방영해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광고 대행사 삿치 앤드 삿치 사의 클리프 프랜시스는 “가까운 미래에 TV 광고의 역할이란 온라인으로 소비자를 이끄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채널 수가 증가하고 채널별 시청자의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TV 광고가 처한 어려움을 말한 것이다.
앞으로는 온라인이 광고의 주 매체가 되고 TV는 창구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들이 우리가 UCC 광고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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