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꾼’들 위해 태평소 들고 ‘삐리리~’
  • 김진령 기자 ()
  • 승인 2007.10.08 19: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악가요 부르는 가수 장사익씨
 
가수 장사익씨는 노래로 세상에 알려지기 전인 지난 1994년에 사물놀이패 ‘노름마치’에서 태평소를 불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가수로서 첫 공연을 가진 이후 국악가요라는 독특한 장르의 가수로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러다 지난 9월30일 근 5년 만에 태평소를 다시 집어들었다.
그의 후배인 국악 연출가 진옥섭씨가 5년간 공을 들여 펴낸 책 <노름마치>의 출판 기념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고 보리밥집에서 열린 뒤풀이 마당에서 태평소를 들고 한바탕 흥겨움을 선사했다. 두 사람은 지난 1993년 서울놀이마당에서 연출가(진옥섭)와 최고의 관객이자 태평소 주자(장사익)로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두터운 선후배의 정을 나누었다. 그는 이날 출연을 자청한 이유에 대해 “장금도 선생과 같은 분들은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분인데, 그런 분들을 발굴해 무대에 올려 보여준 공이 너무 고맙다”라고 말했다. 
정작 이날 출판 기념 공연은 본편보다 부록인 뒤풀이가 더 흥겹고 뻑적지근했다.
본 공연에 참여했던 장사익씨가 노래와 태평소 솜씨를 보여주었고 소리꾼 조주선이 <심청가> 중 눈뜨는 대목을 부르며 흥을 달구자 채상소고춤의 명인인 김운태씨가 징춤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자 낮 공연에서 교방굿거리춤을 보여주었던 박경랑씨가 두루마리 휴지를 이용한 ‘휴지살풀이’를 풀어냈고 신세대 국악 연주자인 신현식씨가 아쟁 시나위를 선사했다. 이어 사물놀이패 노름마치가 <비나리>를 연주하다가 리더 김주홍씨가 은근슬쩍 나훈아의 <찻집의 고독>으로 넘어가는 재치를 보여주는 등 풍류 한마당으로 흘러갔다.
이날 후배들의 노는 모습을 흥겹게 지켜보던 민살풀이춤의 명인 장금도씨는 장사익씨의 노래에 대해 “목이 참 좋소. 소리를 해도 참 좋았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장금도씨의 춤을 본 적이 있는 장사익씨는 “춤사위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개가 엮여서 꾸며지는 것인데, 선생은 평생 춤을 췄는데 그 가지들을 전부 잘라버리고 기둥 하나로만 춤을 추시더라. 그냥 걸어가도 손 하나만 올려도 한 바퀴만 돌아도 남들 춤출 때 백번 도는 것보다 더 마음을 움직였다. …나도 지금 노래하고 있지만 앞으로 힘도 떨어지고 그럴  텐데 어떻게 노래할까 하는 고민에 대한 대답을 은근히 봤다”라고 밝혔다.
13년 전 마흔다섯살의 나이에 가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장사익씨는 무명 시절 잠실주공 5단지 화단 한 편 장미꽃 넝쿨의 화려함 어딘가에서 뿜어나오던 향기를 기억했다. 그 향기를 따라가 장미꽃 뒤에 숨어 있던 찔레꽃을 찾아낸 것. 그때 그는 찔레꽃을 보고 울며, 노래 <찔레꽃>을 만들었고 그것이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얼마 전 미국 공연을 성공리에 끝냈고 곧 이란 공연이, 11월에는 일본 고베 공연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