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티켓 예매 “속 터지네!”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7.10.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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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판매 공연 늘면서 한 업체가 독점…인터파크·티켓링크 양강 구도에 CJ 곁눈질

 

오랫 동안 티켓링크 예매 서비스를 이용해서 공연을 즐겨온 김 아무개씨는 최근 인터넷 공연 예매 업계의 변화 양상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되었다. 이전에는 인터넷 공연 예매 서비스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던 티켓링크와 인터파크 중에서 어느 한 쪽만을 사용하더라도 웬만한 공연은 놓치는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보고 싶은 공연을 찾아보려면 두 사이트를 모두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특히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공연하는 대규모 뮤지컬 공연이나 메이저 제작사가 기획한 대형 공연 등 일반인에게까지 주목받는 작품이 리스트에서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단독으로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예매 사이트를 찾아야만 가능하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많다”라고 말한다.

단독 판매, 규모 크고 대중적인 작품에 많아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 단독 판매 공연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단독 판매란 기획사가 특정 공연에 대한 인터넷 판매 서비스를 한 업체에 전담해 맡기는 것을 말한다. 주로 외국의 흥행작이나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 등 규모가 크고 대중적인 작품이 단독 판매의 대상이 된다. 때로는 대학로 소극장 등에서 장기 공연되는 소규모 창작물도 단독 판매된다. 소규모 작품의 경우 제작 초기에 예매 업체에서 티켓 선급금 형식으로 제작사에 경제적 도움을 주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예매 업체로서는 티켓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제작사로서는 자금 운용이 어려운 제작 초기의 어려움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공연이 한 예매처에 독점 판매권을 준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좀더 많은 곳을 통해 노출시키고 판매를 해야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예매 사이트 관계자는 “기획사와 예매 사이트가 단독 판매를 선호하는 것은 제한된 시간,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의 특성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공연 상품은 재고라는 개념이 없어서 빈 좌석에 대한 보전 방식 또한 없기 때문에 그만큼 예매처의 판매력이 중시된다. 따라서 기획사가 티켓 판매 능력이 좋은 예매 사이트에 많은 부분을 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공연 판매 방식의 특수성도 단독 판매가 늘어나는 요인이다. 공연 판매는 좌석에 대한 즉각적인 집계가 이루어지는 영화와는 방식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기획사가 좌석을 각 판매 업체에 미리 배분하면 할당된 분량에 대해서만 각 업체가 판매를 책임진다. 따라서 100석의 좌석 중에서 A업체에 60좌석이 할당되고 B업체에 40좌석이 할당되었을 때 A업체에 70명이 몰리고 B업체에서는 20석만을 판매했다면 기획사로서는 A업체에서 초과된 10매 만큼의 손해를 볼 수 있다.
단독 판매는 공연 홍보나 마케팅을 좀더 효과적이고 용이하게 만든다. 기획사와 공연 판매 업체가 단독 판매를 통해 한 배를 타게 되면 공동으로 마케팅을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예매 사이트에 대한 노출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점에서 손해를 보는 면이 있지만 점유율이나 판매력에서 검증받은 사이트라면 그 손해를 만회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독 판매를 실시하는 공연의 대부분이 인터파크와 티켓링크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독 판매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인터파크이다. 인터파크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단독 판매되는 작품에 표시를 해두어 이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인터파크에서 단독 판매되는 공연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 <2007 대학로 루나틱> <뮤직 인 마이 하트>와 연극 <미친 키스>   <라이어> 등이 있다.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이는 티켓링크에서도 <자크 루시에 트리오 내한 공연> <임형주의 가을밤 콘서트> 등의 공연을 단독 판매하고 있다. 티켓링크의 한 관계자는 “인터파크의 경우 10, 20대 이용자가 많고 티켓링크는 주 고객층의 연령대가 조금 더 높다. 이런 점이 인터파크와 티켓링크가 뮤지컬과 클래식에 각각 강점을 보이는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단독 판매로 시작한다고 해서 끝까지 단독 판매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초반에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단독 판매를 하던 공연도 후반으로 가면 좀더 많은 업체에 좌석을 배분한다. 초반의 힘을 잃은 상태에서 한 업체만을 고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용자 불편 갈수록 늘듯
이렇듯 업계의 선호를 받는 독점 판매가 사용자에게는 불편을 야기한다. 독점 판매가 증가하면서 앞서 언급한 김씨와 같이 한 사이트만을 이용했던 이용자들은 의도하지 않게 놓치는 공연이 생기게 된다. 공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여러 업체에 등록을 하면 되겠지만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예매를 한다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또 공연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더욱 복잡해졌다는 점도 있다. 공연 예매 사이트는 예매의 목적 외에도 공연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많은 이용자가 예매 사이트를 이용해 공연 정보를 습득한다. 단독 판매 공연의 증가로 인해 이용자는 공연 정보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창구를 살펴보아야 한다.
단독 판매가 옥션, 예스24, 벅스 등과 같은 신규 사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2006년에 의욕적으로 진입한 옥션티켓이 1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서 보듯이 티켓 예매 시장은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티켓 예매 시장에서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의 점유율이 70%에 육박한다. 나머지 군소 업체들이 20%를 나눠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공연 유치가 어려운 후발 주자들은 단독 판매 공연의 증가가 시장 진입의 장벽이 될 수 있음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티켓 예매 시장이 안정화되고 고착화되었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다. 2006년에 옥션이 티켓 예매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CJ홈쇼핑이 다음 주자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CJ홈쇼핑의 한 관계자는 “티켓 예매 사업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목을 받았던 여행, 보험과 같은 무형 서비스가 이미 보편화된 상황에서 티켓 예매 서비스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의 인터넷 종합 쇼핑몰에서 티켓 예매 시장 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그쪽 시장이 양강 체제로 안정화되어 있고 기존 업체와 차별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지 않다. 또한 진입 장벽이 높고,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CJ홈쇼핑의 티켓 시장 진입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는 공연을 기획·제작하는 CJ엔터테인먼트의 존재 때문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그리스> <싱글즈> <김종욱 찾기> 등 성공적인 콘텐츠를 제작한 회사이다. 계열사인 이들이 CJ홈쇼핑이 티켓 예매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연대한다면 그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CJ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설사 CJ홈쇼핑이 티켓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도 자신들이 먼저 고려할 것은 티켓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열사라는 이유로 판매력이 떨어지는 업체에 맡기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J홈쇼핑 등의 인터넷 종합 쇼핑몰들이 티켓 예매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경쟁 구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 초반에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인터파크, 티켓링크가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현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즉, 인터넷 예매 서비스 업체가 많아지고 그들이 단독 판매하는 공연이 늘어나면 이용자들의 불편은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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