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기지개 켜는가
  •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 연구소장) ()
  • 승인 2007.10.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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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위주로 호가 오르고 매수 문의 늘어…전반적인 급등세는 없을 듯

 
“싼매물은 벌써 다 팔렸어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중개업자)
“급매물도 거들떠보지 않더니 추석 지나고 분위기가 확 달라졌네요.”(서초구 잠원동 한 공인중개사)
좀처럼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숨죽이고 있던 재건축 시장이 최근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성사되면서 꿈틀대고 있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름 이후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지만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 급매물 속속 소진, 추석 전 바닥쳤나?
소강 상태를 보이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에 이상 징후가 발견된 것은 거의 올스톱되었던 거래가 재개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부터이다.
지난달 추석 연휴를 전후해 저가 급매물을 위주로 거래가 속속 성사되고 일부 호가가 오른 곳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43㎡(13평형) 급매물이 추석 직전 7억6천만~7억7천만원 대에 팔렸다.
하지만 현재는 호가가 2천만원 뛴 7억8천만~7억9천만원 선에서야 매물을 찾을 수 있다. 49㎡(15평형)는 지난달 말 9억7천만~9억8천만원이던 것이 현재 10억원을 호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층 재건축 단지 역시 추석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서초구의 경우 잠원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에서 추석 이후에만 10건의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반포 한신25차 115㎡(35평형)는 7억4천만원에 나와 있던 급매물이 거래된 이후 호가가 지난해 말 수준인 8억원 선을 회복했다.
이밖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동구 고덕주공, 둔촌주공단지도 거래는 없지만 매수 문의가 소폭 늘고 있는 추세이다. 잠실동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싼 물건이 거래된 이후 지금은 매물이 사라졌다. 집주인들도 호가를 조금씩 올려서 조정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  분위기 반전, 그 이유는?
이같은 분위기 반전은 수요자들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올 하반기 최대 변수로 꼽혔던 이른바 대선 효과가 드디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정권의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는 수요자들이 저가 매물 선점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참여정부의 지나친 투기 억제 정책으로 일부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다 야당의 대선 후보 역시 재건축 규제 완화의 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함에 따라 대기 수요자들이 연말 대선 전에 미리 움직인 것이다. 특히 신도시 대신 도심의 용적률을 높여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발언 이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높이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추격 매수 단절, 평형 간 차별화 심화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급매물 소진 이후 급등세로 이어졌던 것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에는 8월 바닥권에 거래가 된 이후 곧바로 추격 매수세가 붙으면서 상승세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가 급매물들이 일부 소화되기는 했지만 싼 매물들이 사라지자 더 이상 매수세가 달라붙지 않은 채 다시 관망세로 돌아섰다. 거래량도 적은 데다 추가적인 매수세 유입의 움직임도 없어 실제 가격 상승에는 반영이 미약한 수준이다.
거래가 중·소형 아파트에만 한정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올 들어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이 커진 데다 LTV, DTI 등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수요가 크게 위축되어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 역시 일부 소형에서만 매물이 소화되었을 뿐 중·대형의 경우 급매물 거래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대세 상승은 무리… 지나친 기대 금물
결국 대선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부 매물이 바닥권에서 팔리고 있지만 이것이 전반적인 급등세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기 수요자들이 장기적인 투자 측면에서 저가 매물을 거두어들인 것인 만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거래량이 소폭 늘었다고 해도 대세적인 상승 전환의 신호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도 사실상 ‘뜨거운 감자’인 강남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재건축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이나 전매 제한 규제 정도를 풀어 거래의 숨통을 트여주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개발 이익 환수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여론의 입장이 강경한 만큼 재건축 이익 환수 제도나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제도를 대폭 수정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또 최근 세금·대출·금리 압박에다 주식이나 펀드 등 대체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어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등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요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가격 상승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막연한 기대감에만 의존해 섣부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재건축 투자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 지금으로서는 자칫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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