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바다’ 흔드는 디지털 권력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7.10.2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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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영향력 ‘연부역강’, 네이버·다음이 6·10위…신뢰도는 떨어져

 
지난해 6월 노무현 대통령은 “(포털 사이트가) 미디어가 된 것 같다”라고 발언해 포털 사이트들을 긴장하게 했다.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고 주위의 견제 세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포털은 스스로가 “우리는 언론사가 아니라 언론사의 콘텐츠를 유통시킬 뿐이다”라고 강변하지만 요즘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2003년은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에서 포털이 처음 등장한 해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20위 안에 포진해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언론 매체로 인정받았는데, 이는 포털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방증이었다.
4년이 흐른 2007년 포털은 더욱 막강해졌다. 올해 조사에서 네이버는 6위(14.7%), 다음은 10위(4.4%)를 차지했다. 이는 누리꾼들이 언론사보다는 포털을 통해 뉴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조사 기관인 ‘코리안클릭’이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8대 포털 뉴스 서비스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무려 93.76%에 이른다. 특히 네이버와 다음의 점유율만 70%에 달해 포털의 2강 체제가 심화된 것을 알 수 있다.
2003년 다음이 ‘미디어다음’을 만들고 뉴스 서비스 기능을 하겠다며 사업에 발을 내디뎠을 때 언론들의 시선은 싸늘했다.‘인터넷 시대에 어울리는 뉴미디어’를 표방했지만 기존 언론사들에게는 ‘가당찮은 매체’에 지나지 않았다. 한 중앙 일간지의 기자는 “미디어다음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선정성에 치우친 가십성 신문이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털의 권력이 놀라울 정도로 확산되면서 상황은 180도 역전되었다. 제4의 권력이라고 불리던 언론은 이제 포털을 통하지 않으면 뉴스 유통에 한계를 보인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 뉴스 서비스는 1백50여 개의 매체에서 제공되는 1만여 건의 기사를 내보낸다. 하루 페이지뷰(사용자가 특정 사이트에 들어와서 페이지를 보는 횟수)가 1억 회를 기록한다.
포털의 권력 우위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각 언론은 경쟁적으로 포털과의 짝짓기에 나섰다. “애써 만든 콘텐츠를 헐값에 넘긴다”라는 비판도 제기되었지만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포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는 뉴스 생산 시스템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모든 신문사들은 연합뉴스나 뉴시스와 같은 통신사처럼 기사를 쏘고 있다. 지면에 내기 위한 기사 생산이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올리기 위한 기사 생산으로 중심이 옮겨지는 추세이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신문사와 통신사라는 것이 어찌 보면 요즘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통신사가 언론사에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독자를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언론사들이 포털의 눈치를 보고, 이는 포털의 힘을 더욱 강화시키는 순환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영향력이 크다고 반드시 신뢰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매체 신뢰도 조사에서 네이버는 11위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한 단계 떨어졌고 다음은 14위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두 단계 올랐다. 
 
매체 경쟁력이 포털과 관계되면서 누리꾼들의 말초적 관심을 끌만한 기사가 여기저기서 생산되고 있는 것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뉴스 가치와 관계 없이 인기 검색어와 관련된 기사를 생산하거나 선정적인 제목을 뽑은 기사를 예로 들 수 있다. 내용 없는 기사에 대한 실망감은 포털의 신뢰도를 갈수록 떨어뜨리고 있다.
포털 편집 과정에서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되느냐를 놓고도 말이 많다. 포털이 하는 뉴스 편집은 뉴스 유통의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이다. 메인 화면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기존 언론이 행사하는 의제 설정 기능을 행사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곳은 정치권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와 관련된 기사가 노출되는 방식을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포털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지가 논의의 핵심이다. 어쨌든 신뢰도 문제를 놓고 포털은 여기저기서 쥐어터지는 형국이다.

언론사들, 연합제 구성 등 대응책 찾기 부심

그래서일까, 네이버가 먼저 논쟁의 중심에 섰다. 네이버는 8월 중순부터 대선을 앞두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정치 뉴스의 댓글을 일원화시켜 정치 토론장으로 밀어넣어버렸다. 그리고 메인 페이지에서 특정 후보의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대신 정당명을 집어넣었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특정 집단이나 후보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소지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네이버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시점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마사지걸’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했지만 네이버를 통한 뉴스 유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시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네이버의 이런 조치를 두고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진성호 뉴미디어팀장은 “네이버는 공정하지만 다음은 주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정치적 편향 여부가 화두에 오른 계기이기도 했다.
때마침 대선미디어연대는 지난 10월1일부터 5일간 네이버와 다음의 노출 기사를 매일 두 차례씩 분석한 결과 “네이버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홍보 사이트로 전락했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는 이런 평가에 앞서 “조·중·동·네(네이버)의 시대가 됐다”라고 말하며 대선을 앞둔 네이버의 행태를 비꼰 바 있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패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인터넷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특히 백화점 식으로 나열된 포털 뉴스의 핵심을 편집이라 보고 그와 관계되는 법안을 제출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제출한 ‘검색 서비스 사업자 법안’이 그것이다. 법안은 주요 포털이 하고 있는 초기 화면 편집이나 검색 결과 편집을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즉 기계적인 결과만 가능하고 사람의 손을 거치는 인위적인 편집은 금지하는 법안이다. 한 IT 전문지의 기자는 “검색 사업자 법안은 포털의 힘을 급속히 약화시킬 수 있다. 네이버나 다음은 뉴스를 지배하면서 그 힘을 키웠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최근 댓글 통합 조치 등은 검색 사업자 법안을 피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소문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유력 포털로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가 대선을 앞두고 가급적이면 몸을 사리고 있는 반면 다음은 정책의 변화를 두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군소 정당의 후보는 정당별 뉴스보다는 후보자별 뉴스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 네이버처럼 할 경우 큰 정당의 뉴스로 몰리지만 후보자별로 할 경우 이슈 파이팅을 하면서 눈길을 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다음이 비판의 주 타깃이 되고 있는 반면에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구글은 비판의 화살에서 자유롭다. 구글의 경우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서만 뉴스를 취합하고 선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즉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컴퓨터가 기계적으로 매일매일 주요 뉴스를 선정하는 방법이다. 네이버나 다음의 편집을 의심하는 측은 구글의 방식을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언론사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포털에 대응하려고 준비 중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국내 10여 개 주요 언론사가 참여하는 연합체인 ‘뉴스뱅크’는 최근 다음과 손을 잡고 뉴스 콘텐츠 보호 방안과 온라인 광고 사업 등의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개별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연합체를 꾸려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언론사와 포털의 관계를 가늠할 시금석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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