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하다 치매에 걸렸나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7.10.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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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치료제 개발 ‘뉴로테크’, 연구 결과 신통치 않아 정부 지원금만 날릴 판

 
신약 개발은 노다지를 캐는 사업이다. 한번 성공하면 돈방석에 올라앉을 수 있다. 정부가 ‘대형 국가 연구개발(R&D) 실용화 사업’으로 신약 개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잘만 하면 국민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져 성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2005년 1월27일 과학기술관계 장관 회의에서 ‘대형 국가 연구개발(R&D) 실용화 사업’ 대상 과제 3개를 추가로 선정했다. 바이오벤처 회사 뉴로테크가 개발한 ‘뇌질환 치매치료제 AAD-2004’도 신규 대상과제로 뽑혔다. 그런데 이 사업의 선정 과정과 지원 과정이 석연치 않다. 효능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고 성공이 불투명한 물질을 무리하게 선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AD-2004가 실용화 사업 예비 후보로 선정되기 3일 전인 2005년 1월24일. 뉴로테크 곽병주 사장(아주대 교수)은 국내 언론을 통해 ‘Neu-2000’ 신약 개발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국내 신문과 방송 등 주요 언론은 곽사장의 말을 대서 특필했다. ‘세계 최초 뇌졸중 치료제 5년 내 출시’ ‘세계 최초 뇌졸중 치료제 한국에서 개발’이라는 보도를 다투어 쏟아냈다. 절묘한 시기에 나온 보도였다. 언론 보도의 약발이 먹혔는지 ‘AAD-2004’는 신규 예비 과제로 뽑히는 데 성공했다. 뇌졸중 치료제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뉴로테크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의 주가도 덩달아 상한가를 기록했다.
곽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임상 실험에 필요한 3백50억원에 이르는 재원도 미국에 설립된 펀딩회사 엠코(AmKor)를 통해 확보된 상태이다. 임상 2상이 끝나는 오는 2007년 미국의 세계적 제약 회사인 머크에 기술 이전을 할 계획이다. 머크에 기술 이전을 하면 1조원가량의 로열티를 일시불로 받고 매출액의 5~10%가량을 매년 추가로 받는다”라고 밝혔다. 곽사장은 또 “Neu-2000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특허 등록을 완료한 상태로 치료 효과와 혈액 응고 방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뇌졸중 치료 약물로는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곽사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내 의약계뿐만 아니라 세계 의약계의 톱뉴스 감이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추진했던 ‘줄기세포 개발’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곽사장이 말한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Neu-2000이 FDA 임상 1상까지 진행했다고 해도 효과나 효능은 미지수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2005년 2월에는 ‘뇌졸중 신 치료 약물 Neu-2000 1조 로얄티 받는다’ ‘뇌졸중 치료제 2010년께 나온다’는 등의 뉴로테크 관련 기사가 지면을 장식했다. 그러다가 2월11일 ‘복지부 외면 대박 신약 외국 제약사로 넘어갈 판’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곽사장의 말을 인용해 ‘뉴로테크의 신약 후보 물질이 보건복지부의 기술진흥사업 지원 과제 선정에서 탈락’한 것을 문제 삼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당시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아주대를 전격 방문했다. 곽사장을 찾아가‘Neu-2000’의 기술 개발 과정을 들었다.
김장관이 방문한 시기는 실용화 사업 예비 과제로 뽑힌 ‘AAD-2004’의 타당성을 조사하는 기간이었다. 민감한 시기에서의 방문이었다. ‘AAD-2004’가 예비타당성 평가위원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던 때이기도 하다.

 

평가·조사위원들, 성공 가능성에 부정적

<시사저널>이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들 통해서 입수한 당시 예비타당성 평가위원회와 조사위원회 자료를 보면 대다수 평가·조사위원들은 ‘AAD-2004’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위원들은 ‘치매에 대한 명확한 치료 기전이 없다’ ‘항산화·항염 효과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치매 치료제로 볼 수 없다’ ‘효능·독성에 대한 동물 시험 자료가 없다’ ‘정확한 약효 데이터가 없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AAD-2004’는 아스피린 유도체로 아스피린과 설파 살리진(관절염·장염 등 항염 작용 치료제)을 합성해 만든 합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뉴로테크는 이 물질이 높은 항산화 효과와 항염 효과를 지니고 있어 뇌졸중 치료에 탁월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아스피린에 항산화 및 항염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아스피린 유도체는 안전성보다는 약리 작용에 의한 치매·뇌졸중 효과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되고 있는 치매 치료제는 1천개 정도, 임상 시험 중인 약물만 해도 2백개가 넘는다. ‘AAD-2004’가 이런 제품들과 경쟁했을 때 우위를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위원들의 지적이다.
뉴로테크가 책정한 연구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전임상·임상에 30~40억원이면 충분한데, 3년간 2백억원을 쓰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김지수 조사위원(KAIST)은 “한국 벤처 시장은 아직 비양심적·비윤리적이다. 이 문제는 자기 돈을 넣는 심정으로 판단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년에 2백억원이라는 것은 타당성 없는 금액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병주 뉴로테크 사장은 2005년 3월10일 열린 ‘예비타당성 조사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AAD가 만성 질환이므로 장기간 지속적인 실험 비용이 발생한다. 이 비용은 뉴로테크가 미국에 설립한 개발 전문 회사인 엠코(AmKor)에서 추산한 금액으로서 글로벌 약품 개발에 필요한 금액이라 비용이 커졌다”라고 해명했다.

 
평가·조사위원들이 내놓은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뉴로테크 ‘AAD-2004’는 탈락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평가위원회는 조건부 지원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전체적인 분위기가 ‘탈락’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언론에서 뉴로테크 ‘Neu 2000’에 대한 기대 심리를 고조시켰고, 과기부는 후보 과제로 선정한 상태였으며, 김근태 복지부장관이 뉴로테크를 방문하는 등 이미 지원 결정이 끝난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평가위원장을 맡았던 오우택 서울대 약대 교수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과기부와 복지부는 왜 성공 가능성이 낮은 AAD-2004를 무리하게 실용화 추진 사업으로 선정했을까. 평가위원회가 지원 우선 조건으로 내건 검증 과정은 거친 것일까. 박항식 과기부 기술혁신본부 조정관은 “전문가 회의를 거치고 나름대로 경제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 신약 개발 차원에서 지원 사업으로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자세한 선정 기준과 검증 과정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수백 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과제인데 공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도 상식 밖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 대한 검토 의견 및 실무 조정회의 결과를 보면 AAD-2004 과제에 대해 타당성 조사 기관, 주관 부처(복지부)는 ‘사업 추진’이었지만 과학기술혁신본부(과기부), 전문가 의견, 실무 조정회의 결과는 ‘추가 검토’로 결정되었다. 종합 의견 역시 ‘추가 검토’였다.
그러나 최종 결정 당시 과기부는 보건복지부의 추진 의지를 고려해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결국 복지부의 추진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과기부가 따라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기부는 지난 1998년부터 뉴로테크에 연구비를 지원했다. 첫 번째 과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동물 모델 및 치료 약물의 개발’이다. 1998년~2002년에 총 10억5천6백만원을 지원했다. 두 번째는 ‘뇌질환의 병태생리경로를 중재하는 분자의 약품 개발’과제로 2003~ 2006년에 총 11억4천5백만원을 지원했다. 두 과제의 제목은 다르지만 뉴로테크가 개발하고 있는 수십~수백 개의 아스피린 유도체를 합성하고 어떤 효능이 있는가를 연구해보겠다는 것으로 유사한 과제이다.

뉴로테크 감사 결과 ‘적자 심각해 회사 존속 어렵다’

과제에 대한 연구 결과는 어떠했을까. 첫 번째 지원 과제 중 형질 변환을 시켜 치매 동물(마우스)을 개발하였다고 했지만, 실제 뉴로테크의 후속 연구에서는 이를 사용한 연구 결과가 없었다. 형질 전환 치매 동물 개발은 실패했다는 평가이다. 두 번째 지원 과제는 2006년에 끝나는 과제인데도, 이미 2005년 초반부터 대형 실용화 과제로 선정되어 당초 과제 계획서에 따른 연구라고 볼 수가 없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연구 과제 결과서는 10억원이 넘는 과제의 연구 결과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부실했다. 과제 결과서가 몇 페이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구 과제에 대한 결과보다는 대형 실용화 과제로 선정되었다는 것과 뇌졸중 치료제 및 치매 치료제를 개발했고, 마치 금방이라도 머크 사가 투자할 것 같은 언론 보도 내용이 수십 쪽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뉴로테크는 1998년 설립 이후 줄타기 경영을 해왔다. 뉴로테크의 2003년 감사 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누적 적자가 심각하고 특수 관계인에 대한 대여금이 많아 회수되지 못할 경우 회사의 존속이 어렵다’는 감사 의견까지 제시되어 있다. 여기서 특수 관계인이라고 지칭한  MTT, 알진텍, 한켐 등은 곽사장의 큰형인 곽병선씨와 관련이 있는 회사들이다. 결국 특수 관계인(큰형)에게 회사 자금을 대여해주고 뉴로테크 주주에게 손실을 끼친 셈이다.
뉴로테크는 2004년 말 유동성 문제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2005년 1월 국가 실용화 예비 과제에 선정되면서 기사회생했다.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는 정부에서 뉴로테크가 개발한 약물의 가치를 인정해준 것이고, 향후 100억~200억원이 지원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뉴로테크는 이를 계기로 유상 증자를 통해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70억원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지난해 8월에는 복지부가 67억원을 출연했고, 올해 8월 과기부에서 출연한 사모 펀드(운영사 한화기술금융)가 75억원을 투자했다. 불과 2년 사이에 2백12억원을 투자받았다. 이것도 모자라 전환사채 공모 발행을 통해 70억원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뉴로테크는 정부 지원이 확정된 지난해 4월 코스닥 상장 업체 중 퇴출 위기에 있던 이오리스(현 뉴로테크파마)와 주식교환 방식(1 대 55)으로 우회 상장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정부의 지원 결정을 감안해 주식 가치를 주당 11만1천원으로 높게 평가했다. 뉴로테크가 코스닥에 우회 상장하면서 곽사장을 비롯한 뉴로테크의 주주들은 주식을 시장에서 처분할 수 있게 되었다.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다.
곽사장은 정부가 지원한 투자금 덕에 주식 갑부 대열에 올랐다. 현재 뉴로테크파마(이오리스에서 개명)가 1대 주주로서 약 1백50억원에 상당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뉴로테크 곽병주 사장이 사임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면 투자금은 고스란히 날릴 판이다. 현실적으로 회수가 어렵다. 
우리나라에 세계줄기세포 허브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던 날을 기억할 것이다. 난치병 환자들과 가족들이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모여들었다. 휠체어를 탄 어린이·할머니들과 그 가족들. 한 분 한 분이 모두 사연이고 눈물이고 희망이었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이 드러나면서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세계줄기세포허브는 설립된 지 100일도 안 되어 간판을 내리고 말았다.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포함)는 아직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이다. ‘AAD-2004’가 성공하면 치매 환자들은 희망을 얻게 된다. 반면 ‘줄기세포 연구’의 전철을 밟으면 죽음과 같은 절망에 빠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난치병 환자들을 볼모로 한 엉터리 투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나랏돈은 눈먼 돈’이 되어서도 안 된다. 지금이라도 ‘AAD-2004’사업의 지원 과정 및 타당성에 대한 철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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