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의 블랙홀, 앞이 안 보인다
  • 정은호 (제로인펀드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7.10.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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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들 “논리적으로는 설명 안 돼”

 
"미차솔2, 6개월 69.03%. 한꿈차1, 6개월 81.05%.” 점심시간 우연히 식당 옆자리에 앉은 IT 관련 회사 직원들의 대화 내용이다. 미차솔은‘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형’펀드를, 한꿈차는 ‘한화꿈에그린차이나주식’펀드를 말한다. 펀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리는 약칭인데 이제는 인터넷 상에서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용어이다. 보이지도 않는 중국 시장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며 수익률 자랑에 열을 올린다.
펀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온통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국내 주식도 올해 40% 이상 올랐지만  투자자들의 눈은 1백20%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국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10월16일을 기준으로 설정액 5천억원 이상, 1년 이상 운용된 해외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중국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이 1백5%, 봉쥬르차이나가 93% 등 중국 관련 펀드들의 수익률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펀드를 경험하거나 지켜본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통한 연 10~20%의 수익률은 이미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시장은 우려 속에서도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펀드 자금은 급속히 이탈해 해외 시장으로 옮겨갔다. 적립식 펀드를 통한 자연 증가분 이외의 자금은 대부분 해외로 집중되었다.

국내 증시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 미칠 듯

결국 7월을 기점으로 국내 주식 성장형은 약 29조원, 국제 주식형이 31조원으로 국내 주식형보다는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비교적 제한된 시장에서 투자가 고도화될수록 해외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려할 만한 일은 해외 투자 자금이 단기 고수익을 좇아 특정 국가에 과도한 쏠림현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단기간에 걸친 자금 이동은 주가지수 최고치를 경신한 국내 증시의 추가적인 상승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대한 투자 금액은 6월 이후 한 달에 1조원 이상씩 증가하고 있으며, 10월5일을 기준으로 할 때 약 13조원에 이르고 있다. 국제 주식형 전체 설정액인 38조원의 3분의 1이 넘는 금액이 중국에만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투자되는 해외 주식형 펀드 유입액의 80% 이상이 중국 주식 펀드 자금이다.
상하이종합지수가 6000포인트를 돌파한 10월에만 8조원 이상의 국내 자금이 홍콩을 포함한 중국 주식에 투자되었다. 자산운용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10월12일 펀드에 투자된 해외 투자 금액 2조4천3백98억원 중 중국과 홍콩 투자액이 78.9%인 1조9천2백52억원에 달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해외 투자는 곧 중국 펀드에 가입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일본이나 미국 등 전세계 주요국의 자금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 금융 시장이 이머징마켓의 블랙홀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높은 수익률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상하이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50을 넘어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온 지 채 한 달이 안 되어 69도 돌파했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시장은 밸류에이션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라고 평가한다. 합리적인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상승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전망이라는 것도 무의미하다. 한편에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베이징엑스포까지는 희망적이라고 얘기한다. 중국의 미래 성장성을 감안하면 아직도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중국 증시가 어떤 요인에서, 어느 정도의 조정을 받고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가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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