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 ‘삼각 편대’ 공습 시작됐다
  • 심정택 (자동차산업 전문가) ()
  • 승인 2007.10.2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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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가 고급 승용차 시장을 휩쓸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06년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내수 기준으로 4.15%이지만 판매 금액 비중은 13.6%에 이른다. 특히 3000cc 초과 대형 승용차는 시장 점유율이 31.3%이며 판매 금액 비중은 52.6%로 이미 국산차를 추월했다. 건설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4만7천6백48대로 국내 승용차 시장의 5%에 이른다. 공식 수입차 업체를 통해 팔린 차는 4만5백30대이지만 그레이 임포터(비공식 수입 업체) 판매분 7천여 대를 합치면 5%에 이른다. 국가별로는 일본의 렉서스, 인피니티, 혼다 3개 브랜드가 30.1%의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 차 3총사의 약진이 그야말로 눈부시다.

 
이 중 인피니티는 1백9.5%, 혼다는 1백8.1%로 100% 이상의 놀라운 신장세를 기록 중이다. 전체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랜드로버가 전년 동기 대비 157.7% 신장세로 선두이지만 전체 시장 점유율이 1.09%에 불과해 사실상 인피니티와 혼다의 신장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여전히 도요타는 수익성 높은 렉서스 브랜드로 혼다의 2배, 인피니티의 5배에 이르는 판매량을 달성하고 있다.
일본 차의 위력은 내년쯤이면 더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였던 수입 차종이 일본 내수 브랜드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9월까지 일본 3사의 국내 판매 특징을 살펴보면 특정 차종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월까지 베스트셀링 카 순위 1~3위는 혼다의 CR-V, 렉서스의 ES350, 인피니티의 G35세단이 차지하고 있는데 각 브랜드 전체 판매에서 각각 51.61%, 45.07%, 67.7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혼다의 CR-V는 1995년 출시된 이후 세계 1백60여 개국에서 2백50만대 이상 팔린 혼다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2001년 2세대가 나왔다. 국내에는 2004년 10월 2세대 CR-V가 발표된 이후 큰 인기를 끌며 수입차 소형 SUV 부문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렉서스의 ES350은 도요타의 국내 진출시 주력 차종이 될 캠리와 엔진을 공유하며 차체는 동일하다. ES350은 3456cc에 6520만원이다. 인피니티 브랜드 G35세단은 3498cc에 4천7백50만원으로 동급 배기량의 인피니티 M35보다 1천6백40만원이나 싸다.

쏘나타급 도요타 캠리 수입 시기에 관심

렉서스, 인피니트, 혼다는 유럽의 벤츠나 BMW와는 달리 볼륨카(양산 대중차) 메이커로 분류된다. 도요타, 닛산, 혼다가 일본 내수 브랜드까지 들여올 경우 한국 시장에 먼저 자리 잡은 볼륨카 브랜드인 폭스바겐, 푸조 등 유럽세를 밀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일본 차 3총사의 일본 내수용 모델 국내 도입은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2008년 이후 국내 완성차 제조 업체 르노삼성차의 모기업인 르노 브랜드도 상륙이 예상되지만 르노는 브랜드 파워 및 제품군이 약하며 더군다나 판매 네트워크를 르노삼성차와 별도로 구축할 경우에는 이들 일본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승용차 7개 메이커, 상용차 2개 메이커가 치열한 경쟁을 거쳐 자생력을 갖춘 도요타, 혼다, 스즈키 등 3개 글로벌 메이커를 탄생시켰다. 일본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업계의 강도 높은 구조 조정 과정을 거쳐 제품 개발, 마케팅 부문 등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최근 1년 동안에는 엔화 약세가 지속된 것이 경쟁력 향상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 내수 시장에서 2000㏄급 내외의 대중 승용차들은 2백만~3백만엔에 팔리는데 물류 비용 부담이 적은 동남아 지역에 수출되는 동급의 대중 승용차들 역시 내수 가격 수준에서 판매가 가능할 정도이다. 장기적으로 국산 자동차와 직접적인 맞대결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큰 부분도 바로 여기이다.
일본 내수용 브랜드 수입과 관련해 가장 크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소나타급인 도요타 캠리가 언제 정식 수입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캠리는 혼다나 닛산의 내수용 브랜드보다 나중에 들어올 가능성이 더 크다.
 
혼다코리아는 2003년 출범한 뒤 2004년 5월 어코드, 같은 해 CR-V를 선보이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2006년 6월 ‘레전드’, 10월 ‘신형 CR-V’, 11월 ‘시빅 2.0’을 출시해 제품군을 점진적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혼다의 핵심 모델인 어코드는 1976년 데뷔한 이래 1백40여 개국에서 1천3백만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글로벌 모델이다. 혼다코리아는 2008년 1월 신형 어코드로 국내 시장에서의 붐을 기대하고 있다.
혼다는 도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처럼 북미 시장에서 제한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아큐라’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갖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SUV 및 중소형 승용차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혼다는 제품군 확대를 위해 레전드를 투입했으나 신통한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레전드는 혼다가 1990년대 초반 대우자동차에 사실상 CKD(Complete Knock Down) 방식으로 기술을 이전한 모델이기도 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혼다가 3000CC 이상의 대형 승용차 제품군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아큐라의 제품을 도입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아큐라 브랜드로 론칭시키는 것보다는 기존의 혼다 브랜드 제품군으로 들여오는 것이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닛산, 한국 공략 로드맵 마련

일본 차 3총사 중 국내 진출 로드맵이 가장 투명하게 드러난 곳은 닛산이다. 닛산은 내년 10월부터 크로스오버 SUV인 로그(Rogue)와 SUV인 무라노(Murano), 중형 세단 알티마(Altima)를 한국 시장에 우선 투입키로 했다. 주력 차종은 알티마이다.
한국닛산은 2005년 7월 말 공식 출범하면서 인피니티 5개 모델 7개 차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2006년 10월 신형 G35세단(배기량 3498CC, 4천7백50만원)을 판매하면서 볼륨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르노삼성차의 컴팩트 SUV인 QMX의 플랫폼(Platform: 차체 골격)이 무라노이다. 르노삼성과의 제품 간섭 효과라는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닛산은 중형 세단인 알티마도 들여올 예정이다. 알티마는 닛산의 미국 스미나 공장에서 생산된다.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의회에서 비준된 뒤 무관세로 들여올 계획이다. 한국 시장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닛산아메리카라인의 당연한 의사 결정이다. 일본 현지인들보다 한·일 간의 미묘한 민족 감정에 대해 대범(?)하게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닛산은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딜러 신청을 받고 있다.

 

세계적 경차 메이커 스즈키도 2~3년 후 한국 진출 가능성

약 2~3년 뒤로 예상되는 한·일 FTA 발효 뒤에 세계적인 경차 메이커인 스즈키의 한국 상륙을 예상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국내에서 경승용차 생산을 사실상 포기하고 GM대우만이 마티즈 단일 차종을 팔고 있는 한국 시장은 스즈키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연간 2백만대 규모의 일본 내수 경차 시장과 달리 엔트리카 시장이 1500cc급으로 고정되어 있는 한국 시장에서 스즈키 단독의 능력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스즈키의 대주주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GM이다. GM은 일본 및 유럽 시장에서의 스즈키의 지위(독립 브랜드)를 인정하면서 북미 시장은 자신들이 직접 관장한다. 헝가리 등 일부 국가에서는 스즈키와 GM의 합작 공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스즈키의 한국 시장 진출시 유력한 주력 차종은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2000cc인 비타라와 북미 시장에서 통용되는 2인승 경SUV인 ‘사이드퀵’이다.
미쓰비시자동차는 현대자동차에게는 스승이나 다름없다. 미쓰비시자동차는 기술 제휴를 통해 오늘의 현대자동차의 발전에 기여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자사에 대해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급속하게 약화되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투자 계획을 철회한 직후인 2005년 중반 자동차 사업을 포기한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 참여를 비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는 대우자판이 판매 제품군의 확대 차원에서 미쓰비시 차종을 들여와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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