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다음은 AM 파파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07.10.2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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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정체 불명의 ‘의혹덩어리’가 등장했다. 이번에 등장한 새로운 주인공의 이름은 ‘AM pappas(파파스)’라고 하는 회사이다. 그동안 ‘BBK 주가 조작’ 사건의 주역으로 무대 전면에 등장했던 ‘옵셔널벤처스코리아’와 ‘BBK’의 바통을 이어받아 최근에는 ‘MAF펀드’가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지만 향후 김경준씨의 귀국을 즈음해서는 이 AM 파파스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2001년 8월 검찰에 의해 주가 조작 혐의를 받은 회사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이다. 이 회사의 전신이 BBK였던 탓에 흔히 ‘BBK 주가 조작’ 사건(18~20쪽 딸린 기사 참조)이라고 부른다. 이 두 회사의 대표는 모두 김경준씨로 되어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문제의 회사들은 김씨가 주도한 것으로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BBK의 실제 주인은 이후보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통합민주신당 역시 “BBK의 지주회사 격인 LKe뱅크의 공동 대표였던 이후보가 자회사들의 행위를 전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의 핵심 쟁점은 바로 이것이다.
현재 국정감사를 통해 추가적으로 벌어지는 논쟁은 MAF펀드 부분이다. LKe뱅크는 MAF펀드에 상당한 돈을 투자했고, 이 펀드의 돈이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주가 조작에 이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펀드의 돈 일부가 AM 파파스에도 유입됐다는 것이다. (18쪽 그림 참조) 여기서 문제의 AM 파파스가 등장한다.

2001년 갑자기 나타나 LKe뱅크 지분 60% 100억원에 매입
이 회사가 2001년 2월23일 갑자기 나타나 이후보와 김씨가 공동 소유한 LKe뱅크의 지분 약 60%(66만6천여 주)를 총 100억원에 매입한다. 그리고 그 돈을 절반씩 나눠 각각 2월28일과 3월2일에 이후보와 김씨 계좌로 송금한다. 이후보가 이때 받은 돈 50억원 역시 지금 국감장에서 여·야 간 공방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AM 파파스라는 회사의 실체와 함께 ‘50억원’의 성격과 출처, 그리고 이후 행방을 밝혀내기 위해 통합신당측은 뒤늦게 야단법석이다. 통합신당 정무위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결국 현재 난마처럼 얽혀 있는 ‘BBK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의혹은 이후보와 BBK의 연관성이 있느냐 하는 점인데, 이 의혹을 풀기 위해 여럿 등장하는 회사들의 순서를 밟아가면 마지막에 AM 파파스가 등장하고, 이후보와 관련된 50억원이 도사리고 있다. 이것만 풀면 의혹의 상당 부분은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AM 파파스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번 국감 전까지만 해도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탓에 관련 서류 한 건 나온 것이 없다. 다만 지난 8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 측이 50억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자 이후보 측에서 “50억원은 이후보가 LKe뱅크 지분을 AM 파파스에 양도하고 받은 양도대금이다”라고 해명하면서 한차례 언급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의 쟁점은 이후보에게 50억원을 송금한 계좌가 BBK인지, LKe뱅크인지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새롭게 등장한 AM 파파스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제 설립되었고, 실질적 주인과 대표가 누구인지도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국내가 아닌 미국 뉴저지 주에 주소를 두고 있고 현재는 없어진 회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회사가 LKe뱅크 및 MAF펀드와 짧은 기간 동안 몇 차례의 집중적인 자금 거래만 하고 2001년 2월 서둘러 해산되었다는 점만 알려져 있다. 영업 실적이 전무한 채 자금 거래에만 회사 명의를 사용하고 바로 해산하는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인 셈이다.

 
이후보와 김경준씨측 모두 회사 존재 숨기려 한 흔적 엿보여
AM 파파스라는 회사가 이처럼 지금껏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그동안 이후보와 김씨 양측이 미국 법원에 제출했던 여러 건의 소장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 이유를 나름대로 추정할 수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양측 모두 그동안 치열한 소송 과정에서도 이 회사에 대해서는 애써 언급을 하지 않고 숨기려 했던 흔적이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실체에 대해서 의혹이 집중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후보측은 2004년 2월 김씨를 상대로 1백8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미국 법원에 2005년 4월 1차 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증거 및 내용 불충분을 이유로 이후보측에게 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이후 2~4차에 걸쳐 계속 이후보측의 소장 내용 보충 제출과 법원의 변경 명령이 반복되었다. 올해 1월5일 이후보측은 다섯 번째 소장을 제출했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Purchase of Shares By AM PAPPAS’(AM 파파스에 의한 주식 매입)이란 제목으로 기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2001년 2월23일 AM 파파스가 LKe뱅크 지분(약 60% 정도로 추정)을 100억원에 사들여서 한국 외환은행에 송금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사건이 벌어진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AM 파파스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많은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다. 

AM 파파스에 관련된 의문점 세 가지
첫 번째 의혹은 이 회사의 비상식적인 주식 거래 행위이다. 이 회사는 LKe뱅크 주식을 액면가(5천원)의 무려 세 배인 1만5천원에 사들였다. 이 이상한 거래로 이후보와 김씨는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각각 33억여 원의 순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대다수 금융 전문가들은 “설립된 지 1년 동안 아무런 사업 실적도 없는 그런 회사 주식을 세 배나 쳐주면서 사는 회사가 정상적인 회사이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 회사가 김씨 및 이후보와 어떤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충분히 의심해볼 만한 사안인 셈이다. 
이에 대해서 이후보측의 해명은 똑같다. “BBK나 MAF펀드와 마찬가지로 이 회사 역시 이후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는 것이다. 좋은 조건으로 주식을 매입하려는 회사가 나서서 정상적인 절차로 주식을 매도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자금 세탁과 횡령 등을 목적으로 김씨가 단독으로 설립한 것일까. 통합신당측은 “그럴 가능성도 있고, 이후보가 인지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향후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결국 김씨가 들어와야 의혹의 일단이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 의혹은 역시 50억원의 행방이다. 이후보측은 당시 이 돈에 대해 “김씨와 공동으로 설립한 ‘EBK 증권중개’의 증자금으로 납입했다”라고 밝혔다. 이후보는 이후 김씨의 문제로 인해 EBK 증권중개 설립이 무산되면서 AM 파파스와의 주식 매매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50억원을 AM 파파스에 반환했다고 밝혔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주식 매각 대금 반환과 관련해서는 이미 외환은행을 통해 AM 파파스에 송금이 다 됐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측은 “이후보 통장에 50억원이 들어간 기록만 확인될 뿐, 다시 나간 기록은 확인이 안 되고 있다”라며 송금 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통합신당의 박영선 의원은 “이후보가 반환했다는 2001년 6월은 이미 AM 파파스가 해산된 이후인데 도대체 누구에게 반납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세 번째 의혹은 혹시 이후보와 김씨측이 이 회사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난 10월23일 국정감사에서 통합신당 최성 의원은 “김씨측이 스위스 계좌 예치금 등을 포함해 약 3백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은닉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서혜석 의원은 “LKe뱅크와 MAF펀드, 그리고 AM 파파스가 순환 출자를 통해 자금 세탁을 했고, MAF펀드의 많은 돈이 AM 파파스에 유입됐다”라고 주장했다. 범여권 일각에서는 AM 파파스가 비자금의 최종 집결지가 아닌가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합신당측은 “결국 뭔가 꺼림칙한 것이 있어 이 회사의 실체를 끝까지 감추려한 것 아니냐”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을 가지고 괜한 의혹을 억지로 만들지 말라”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AM 파파스와 관련한 이런 의혹들의 핵심 열쇠는 결국 김씨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가 귀국한 이후 이 회사의 실체는 새로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11월 말께 김씨의 귀국과 함께 불거져 나올 AM 파파스가 갖게 될 파괴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정치권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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