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없었으면 스타시티 없었을 것”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7.10.29 13: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정무 전 의원, ‘건국대 비자금설’ 등 로비 실태 폭로

 
한나라당이 범여권에 대한 공세를 펼치기 위해 지난 9월 만든 ‘권력형 비리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홍준표)는 모두 여섯 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한 팀이 ‘스타시티 조사팀’이다. 각 팀마다 국회의원 3~4명과 변호사 등이 포진해있다. 그런데 이들은 요즘 “별 내용이 없다”라며 발을 빼는 듯이 말한다. 실제로 별 내용이 없다면 왜 팀까지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한나라당의 이런 움직임과 함께 이 사건이 최근 주목되는 이유는 ‘건국대 모교 땅 되찾기 추진위원회’ 대표 최 아무개씨가 전·현직 청와대 비서관 두 명을 지난 달 검찰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현직 비서관들은 건국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는 지난해 스타시티 사업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설 및 교비 전용 의혹 등에 대해 감사원이 건국대를 감사했을 때 이들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스타시티 의혹’은 건국대가 야구장으로 썼던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강북 최대의 주상복합단지인 ‘스타시티’ 부지의 용도 변경 로비 및 특혜 분양과 관련된 것이다. 건국대가 2002년 교육용 부지 3만5천평을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해 개발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 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2003년 검찰에서 이에 대해 일부 수사를 했는데, 당시 “건국대측이 비자금을 조성해 여·야 정치인과 서울시, 광진구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라는 제보가 접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동대문 일대 쇼핑몰 사업인 굿모닝시티와 관련한 ‘윤창열 게이트’ 사건이 한바탕 휩쓸고 간 뒤라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다.
<시사저널>은 16대 국회 때 이 사업을 집요하게 추적했던 한나라당 조정무 전 의원을 만났다. “다 지난 일이다”라며 입 열기를 망설이는 그를 설득해 인터뷰했다. 조 전 의원은 “이 사업은 구청과 서울시, 교육부가 삼위일체로 움직였다. 윗선에서 얘기가 된 권력형 비리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박 아무개 의원 등 여·야 의원 10여 명은 물론 친구, 지역구 경찰서장까지 질의를 막으려고 로비에 나섰다”라고 털어놓았다.

스타시티 사업은 어떤 사업이라고 보나?
교육부·서울시·광진구 3자가 합의해서 부정을 한 것이라고 본다. 세 기관이 한 군데라도 틀면 안 되는 사업이었다. 이것은 윗선에서 얘기가 되어 세 기관이 장단을 맞춘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주체가 아니라 로비가 들어오니 받아준 것으로 본다. 배후에 권력이 있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깊숙이 파고들면 권력의 핵심이 있을 것이다.

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나?
대학이 ‘땅장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대학들도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 등을 막기 위해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이미 사업 자체는 취소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분명히 가려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학교 용지는 교육용으로 써야지 복합 상가로 개발해 수익을 챙기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질의를 막으려고 나섰나?
그렇다. 여·야 의원들이 많이 이야기했다.

몇 명이나 되었나?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사람이 서너 명이었고, 돌려서 이야기 한 사람이 10명 정도였다. 여당 의원도 있고 야당 의원도 있었다.

청와대 등에서도 연락 받은 적이 있나?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 박 아무개 의원이 찾아온 적이 있나?
있다. 세 번 만났다. 2003년 8월쯤 내 방으로 찾아와 ‘건국대에 자꾸 자료 요구하지 말라’라고 했다. 그 이후 다시 한 번 찾아와 ‘하지 말라니까 왜 자꾸 하고 그래’라고 말했다. 부인이 건국대 교수인데 입장 좀 봐달라고 말했다. 건국대 김경희 이사장도 찾아왔었다. 김이사장은 박의원 방에 들른 뒤 내 방으로 왔다.
그때까지 나는 이 사안에 대해 몰랐다. 박의원이 두 번 찾아온 뒤 보좌관을 불러 ‘박의원이 두 번이나 찾아왔는데, 무슨 사건이냐’라고 물어 그때야 설명을 들었다. 보좌관은 건국대가 갖고 있던 교육용 땅을 팔아 상가를 만든 대형 비리라고 보고했다.

보좌관 보고를 받은 뒤 어떻게 했나?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보니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조사를 해보라고 했다. 사법연수원 들어갈 예정인 사람들 네 명을 인턴으로 채용해 추적했다.

박의원은 그 뒤 별 말이 없었나?
한 번 더 만났다. 의원회관 입구에서 만났는데, 화를 냈다. 검찰도 안 건드리고 아무것도 아닌데 왜 건드리느냐고 했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 의원이었는데, 이 일로 서먹해졌다. 권 아무개 의원, 박 아무개 의원 등도 찾아오거나 전화를 했다. 건국대 출신들이 총출동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는데.
증인을 채택하기까지 힘들었다. 세 번을 퇴짜 맞고 네 번째에야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성공했다. 투표까지 했다. 당시 이윤수 전 의원이 ‘나도 상임위원장을 했지만 부정을 파헤치겠다는데 투표까지 하면서 증인 채택을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당시 건국대 김경희 이사장은 증인으로 출석했나?
삼성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고발도 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 말고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로비를 받은 적이 있나?
있다. 친구, 한나라당 아무개 인사, 지역구였던 남양주경찰서 관계자들이다.

친구라면?
정부 부처 기관장을 지낸 변호사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하루는 저녁을 먹자고 해서 선릉역 부근에서 만났다. 그는 ‘건국대와 관련한 질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자신이 잘 아는 건국대에서 강의를 하는 한 인사가 ‘친구를 위해서 손을 떼게 하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인사는 또 누구인가?
이회창 총재를 모시고 있던 인사였다.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해서 저녁에 강남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국감에서 건국대 김이사장 건을 약하게 해달라고 했다. 만나고 나오는데  그가 자신이 만든 과자이니 집에 가서 드시라며 차에 실으려고 했다. 과자를 안 먹는다고 했는데도 자꾸 실으려고 했다. 나는 ‘안 먹는다는데 왜 자꾸 실으려고 해’ 하면서 팔을 비틀어 빼냈다. 나는 그것이 정말 과자였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경찰도 찾아왔었나?
내가 민주화 운동을 할 때 나를 담당했던 형사가 남양주경찰서에 근무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가 찾아왔다. 서장이 나보고 가서 (스타시티 질의를) 막으라고 하는데, (조의원 성격을 보면) 못 막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권력형 비리 의혹 가운데 하나로 이 사건을 보고 있다.
깊숙이 조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엄포용이라고 본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관련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나 지금이나 나는 할 말은 한다. 누구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 맑아져야 한다. 앞으로 정치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감수하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