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 홀로 ‘고요 속의 외침’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7.10.2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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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진접·양주 고읍지구 현장 취재 / 모델하우스 한산…‘무이자’ 등으로 분양 유치 안간힘

 
남양주 진접지구는 지방의 미분양 사태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곳이었다. 가는 도중 곳곳에서 덩그러니 올라가 있는 아파트를 볼 수 있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이제 막 짓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외벽에는 현란한 글씨로 분양 조건을 내걸은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어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의 다급한 사정을 전한다. 퇴계원을 오가는 대다수의 버스에는 연예인들을 내세운 건설사들의 광고가 도배되어 있다. 대규모 택지 개발 지역인 진접지구 외에도 많은 곳에서 쑥쑥 올라가고 있는 아파트들이 겪는 분양난의 실상을 짐작하게 한다.
남양주 진접지구에 동시 분양한 업체들의 모델하우스가 밀집해 있는 별내지구에는 평일이라서인지 적막감이 흘렀다. 모델하우스로 둘러싸인 가운데 빈 공간은 자갈로 뒤덮여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모델하우스 담당자들의 차량들만 줄지어 서있을 뿐이었다. 
지난 8월에 동시 분양을 시작한 진접지구는 3순위까지의 일반 청약에서 전체 5천9백27가구 중 3천3백82가구가 미달되었다. 전체의 57%에 달하는 대규모 미달 사태였다. 특히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주택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각했다. 가장 많은 물량을 내놓은 신안 인스빌의 경우 분양률이 20%에 머물렀고, 반도 유보라·금강 펜테리움·남양 휴튼 등도 40% 안팎의 분양률을 기록했다.
반면 10년 전매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입주 후 바로 전매가 가능한 신도 브래뉴와 신영 지웰의 분양률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은 85㎡ 이상의 중대형 평형을 분양했는데 신도 브래뉴는 평균 1.8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백63㎡와 1백95㎡만이 미달되었고 1백27㎡의 경우 수도권 3순위에서 59.7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영 지웰은 1백27㎡만이 모집 가구 수를 채웠지만 다른 곳에 비해서는 양호한 결과였다.
업체들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각 모델하우스에서는 중도금 이자 후불제, 선계약금 5백만원, 중도금 무이자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그래서인지 일반 분양에서의 어려움과 모델하우스의 황량함에 비해 현재 각 업체가 밝히는 분양률은 예상했던 것처럼 나쁘지는 않았다. 신안의 관계자에 따르면 분양률 20%를 기록했던 것이 중도금 무이자 조건 등에 힘입어 60%에 가깝게 올라갔고, 다른 업체의 관계자들도 60~70% 정도의 물량이 분양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10년 전매 제한에서 자유로운 신도의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의 물량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별내지구에 위치한 진접지구 모델하우스는 연말까지 철수해야 한다. 이들은 연말까지 분양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모델하우스를 옮기거나 다른 모델하우스를 임대해서 남은 물량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를 옮겨 찾아간 양주 고읍지구는 진접지구에 비해 활기를 띠고 있었다. 10월에 분양을 시작해서인지 모델하우스를 찾는 발걸음이 많았고 이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었다. 진접지구와 마찬가지로 고읍지구도 분양률이 3순위까지 50%를 밑도는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선착순 계약을 노리고 사전 예약 신청을 하는 이른바 4순위 청약을 받고 있는 현재는 많이 좋아진 상황이다. 4순위 청약은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고읍지구의 분양 조건은 진접지구보다 좋다. 대다수의 업체가 중도금 60%까지 전액 무이자 조건을 내걸었고 일부 업체는 발코니 확장, 주방 확장, 외부 샤시, 이사 및 등기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10년 전매 제한이라는 암초에 걸려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전매 제한에서 자유로운 신도 브래뉴와 한양 수자인에 비해 10년 전매 제한에 묶여 있는 우남 퍼스트빌과 우미 린은 악전고투하고 있다.
미분양 사태 와중에도 모델하우스 앞에서 수요자들을 공략하는 이른바 ‘떴다방’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여전히 볼 수 있었다. 아파트를 구경하러 온 것처럼 관심을 보이자 10여 명의 아주머니들이 몰려들었다. 각자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로열층 판매 조건을 제시하며 호객에 열을 올렸다. 일부는 프리미엄 1백50만원 이하로는 팔면 안 된다며 다른 이들을 제지했고, 일부는 끝까지 쫓아오며 프리미엄 30만원만 주면 넘겨주겠다고 했다. 로열층 프리미엄을 이렇게 헐값에 넘기는 것도 미분양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10년간 전매 제한’이 분양의 가장 큰 걸림돌
진접지구와 고읍지구의 분양이 어려움을 겪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은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 기존 주택의 처분 지연으로 집을 사고팔기가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비수기인 11월로 접어들면서 더욱 심해졌다. 앞으로 주변 지역이 어떻게 개발될지 알 수 없는 데다 허허벌판에 말뚝만 세운 택지 개발 지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10년 전매 제한 조건은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접지구 모델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10년은 너무나 긴 시간이다. 5년 또는 7년만 되더라도 소비자의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이 기간만 되더라도 투기 수요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현재 이곳에서 투기 수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실수요자들에게도 10년이라는 기간이 주는 압박감이 강하다는 것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집을 장만하고자 하는 서민, 특히 젊은 층에게 아파트는 가장 큰 재산이다. 중간에 직장을 옮긴다거나 아이들의 교육, 혹은 질병 등으로 인해 목돈이 필요할 때 운용할 가장 큰 재산인 부동산이 전매 제한으로 묶여 있다면 실수요자일지라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접지구에서 만난 서울 둔촌동에 사는 한 계약자는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임에도 주변 시세보다 싸지 않다는 점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고민 대상은 전매 제한이었다. 남양주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의 집을 계약했다는 그는 “미분양이어서인지 중도금 후불제나 금리에 대한 부분 등 계약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젊은 아들이 10년 동안 계속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고읍지구에서 계약을 마치고 나온 한 주부는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분양을 해소하려면 전매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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