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추위인가, 본격 한파인가
  • 김상윤 (하나은행 웰쓰매니지먼트 본부장) ()
  • 승인 2007.11.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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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묵은 악재들 동시 폭발…기대수익률 낮추고 분산 투자 꼭 지켜야

 
주식시장이 연일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후퇴, 고유가, 서브프라임 사태, 중국의 긴축 가능성이 연이어 거론되면서 재테크 시계(視界) 또한 불투명해졌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KOSPI)는 세 번이나 ‘2천 포인트 안착’에 실패했으며 지칠 줄 모르고 상승 행진을 지속하던 중국 증시에도 마침내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전날에 비해 50~60포인트씩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는가 하면 장중 변동 폭도 툭하면 30~40포인트에 이른다. 추가로 조정을 받을 것 같아 매수를 미루다 보면 다음날은 폭등을 하기도 하고, 반등 분위기에 휩쓸려 추격 매수를 하면 사흘을 버티기가 힘들다.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상승 기조가 마무리되면서 앞으로는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고유가는 물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이로 인한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 등 다양한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악재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비관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 과열에 대해 적극적인 조정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도 크나큰 부담이다. 게다가 그동안 잠잠하던 엔화까지 강세를 보이면서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또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연기금과 기관의 매물도 우리 시장으로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슬금슬금 고점을 높여가고 있는 채권 금리도 여러 모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이쯤 되면 가히 ‘악재의 홍수’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들 악재가 대부분 ‘묵은 재료’라는 점에서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다. 달러 약세와 유가의 급등은 몇 년째 인구에 회자되어온 재료이며 미국 부동산 경기 악화 또한 지난해부터 문제가 되어왔다. 잠잠해지는가 싶으면 한 번씩 불거져나오는 서브프라임 사태 또한 이제는 한 고비를 넘긴 느낌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 과열 논란을 이겨내고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신흥 국가의 주도로 글로벌 경제가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시장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조정 불가피하지만 상승 추세는 유효”

이에 힘입어 우리 증시는 현재 다시 한 번 2천대 지수에의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우리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넘치는 유동성이 그 배경이 다. 지수가 내릴 때마다 펀드 가입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은 여차하면 주식시장에 새로 투입될 수 있는 풍부한 대기 매수세의 존재를 증명해주고 있다. 기업 실적도 조금씩 호전되고 있고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는 진단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넘치는 유동성의 뒷받침이 있는 한 시장은 갈 데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식시장 외에는 돈이 크게 갈 만한 곳이 없다는 사실도 우리 증시에는 한결같이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
물론 최근 몇 년과 같은 ‘좋았던 시절’을 다시 만나기는 아마 어려울 것이다. 오르기만 하는 주식시장은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지수의 예측은 늘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여러 증권 회사에서 나온 자료를 종합해 보면 내년 말 코스피는 2200포인트에서 2500포인트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의 상승률도 작은 수준은 아니지만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 데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투자 환경은 앞으로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리스크는 커지고 먹을 것은 적어지는, 따라서 전략적인 투자가 그만큼 중요해지는 시장이 오는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당연히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투자 금액의 일정 부분을 반드시 현금으로 가져가야 한다.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잃지 않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투자의 제1 원칙을 잃지 않는 것이며 제2 원칙은 제1 원칙을 절대로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 워렌 버핏의 철학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리는 요즘 시장이다.
분산 투자 또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국내 투자와 국외 투자의 비율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고 국외 투자 지역도 지역별·섹터별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성장 동력이 크게 떨어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경우 앞으로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 시장은 엔캐리의 점진적인 청산, 경기 회복 등과 함께 내년에는 올해의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수익의 기회는 여전히 이머징마켓 쪽에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위험 또한 커져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러시아와 브라질,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으로 투자 대상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지만 이들 국가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높아져 있는 데다 지역 간 분산 투자로 위험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동조화 현상에 따라 지역 간의 상관계수가 크게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한 투자 수단은 상품 펀드이다. 금이나 원유 등의 상품 자산은 전통적으로 주식시장과의 상관관계가 아주 적다. 지난해 실시된 한 증권사의 조사에 의하면 MSCI(미국의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사가 작성해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와 코스피의 상관계수는 무려 0.79였지만 주식과 상품은 -0.04로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만큼 분산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 등을 이용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공학 펀드와 헤지펀드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고 ELS 상품도 여전히 훌륭한 분산 투자 수단이다. ELS는 경우에 따라 1~3년씩 보유해야 하는 장기 상품임을 고려해 가격 변동성이 낮은 우량 종목이나 코스피 또는 니케이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스텝다운형 ELS(조기상환 조건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완화되는 형태)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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