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3억 달러 ‘텔미’
  • 민훈기 (민기자닷컴) ()
  • 승인 2007.11.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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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개막…알렉스 로드리게스, 양키스와 재계약하며 ‘복귀’

 
보스턴 레드삭스가 콜로라도 로키스를 4연파하며 미국 프로야구(MLB)의 왕중왕에 오른 지도 벌써 보름이 더 지났다. 빅리그 30개 구장은 이제 모두 철시했고, 썰렁한 겨울 바람만이 운동장을 맴돌고 있다. 그러나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팀 관계자들과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설 선수들, 그리고 그들을 대표하는 에이전트들에게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바쁜 계절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겨울의 오프 시즌을 ‘스토브리그(Stove League)’라고 부른다. 날씨는 매워져 난로를 따뜻하게 때지만 각 팀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한, 나름대로의 야구 리그가 벌어진다는 뜻이다.

FA 시장에 토리 헌터 등 ‘대어급’ 즐비

스토브리그의 꽃은 프리에이전트(FA), 즉 자유계약선수이다. 지난달 말 월드시리즈가 끝남과 동시에 선수들의 FA 등록이 시작되었다. MLB 경력 6년이 넘은 선수 중에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된 선수라면 FA 자격을 얻게 된다. FA가 되면 기본적으로 어떤 팀과도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올해 FA 등록을 한 선수는 총 1백43명이다.
올 스토브리그의 최대어는 단연 알렉스 로드리게스(이하 별칭인 에이로드)이다. 양키스와의 3년 남은 계약을 파기하고 FA를 선언한 3루수 에이로드는 슈퍼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앞세워 10년간 3억 달러 이상을 요구했다. LA의 에인절스와 다저스, 시카고 커브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요구액이 워낙 높아 다들 망설이는 가운데 지난 16일 에이로드가 뉴욕양키스와 10년간 2억7천5백만 달러에 계약을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처음 요구액보다는 적은 액수이지만 우리 돈으로 약 2천5백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피츠버그나 플로리다, 템파베이와 같은 일부 구단의 가격보다도 비싼 수준이다. 이번 계약으로 박찬호 때문에 우리에게 친숙한 텍사스 레인저스의 톰 힉스 구단주는 에이로드에게 지불해야할 잔여 급여 2천1백만 달러를 아낄 수 있게 됐다.
그 외에 미네소타의 토리 헌터와 애틀랜타의 중견수 앤드루 존스, 양키스의 포수 호르헤 포사다와 선발 투수 앤디 페티트,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 보스턴의 3루수 마이크 로웰 등도 대어급으로 뽑히고 있다. 미네소타를 떠나는 것이 확정적인 헌터의 경우 캔자스시티, 워싱턴, 텍사스, 애틀랜타,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포사다와 리베라, 로웰 등은 원 소속 팀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올겨울에는 과거에 비해 FA 중에 정상급 선수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선발 투수로는 노장인 톰 글래빈과 케니 로저스, 리반 에르난데스, 조시 포그, 프레디 가르시아, 바톨로 콜론, 제프 위버, 카를로스 실바 정도가 눈에 띈다. 구원 투수로는 케리 우드와 스캇 라인브링크, 프란시스코 코데로, 제레미 아펠트 정도가 쓸 만하다. 그중 글래빈은 애틀랜타 복귀 소문이 돌기도 한다. 야수 중에서는 콜로라도에서 뛴 마쓰이 카즈오와 뉴욕 메츠의 루이스 카스티요, 필라델피아의 중견수 애런 로완드, 샌디에이고의 중견수 마이크 카메론 등의 인기가 높다. 그 외에 새미 소사와 마이크 피아자, 훌리오 프랑코 등의 노장들도 FA 등록을 마쳤다.
레드삭스와 1년 재계약을 맺은 커트 실링, 양키스와 4년 계약이 임박한 포사다처럼 이미 팀이 결정된 FA들도 있다.

 

FA 등록한 한국 선수로 김병현이 유일

한국 선수들 중에 FA 등록을 한 선수는 김병현뿐이다. 올해 10승을 거두고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시즌을 마친 김병현은 말린스 복귀가 조심스럽게 점쳐지는데 경제력이 없는 말린스가 과연 김병현의 몸값을 얼마로 측정할지가 관건이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마친 박찬호와 서재응은 메이저리그 FA는 아니지만 어떤 팀과도 협상을 할 권리가 있다. 박찬호는 본인이 서둘러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스프링 캠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 빅리그 로스터에 합류할 경우 기본 연봉 50만 달러에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탬파베이를 떠난 서재응은 여러 소문에 휩싸여 있는데 본인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쪽은 이제 팀을 찾는 과정을 시작했다. 여러 방향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빅리그에서 뛰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서재응과 절친한 김선우 역시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 팀에서 시즌을 마쳤고 현재 4주 간의 군사 훈련을 받고 있는데, 그는 곧 새로운 팀을 모색할 예정이다. 본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시작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 외에 추신수(클리블랜드)와 백차승(시애틀)은 아직 FA 자격이 없어 소속팀에서 내년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지난 11월7일부터 3일간 플로리다 주 올란도에서 단장 미팅이 열려 각 팀들은 전초전을 벌였다. 어느 팀이 어떤 포지션의 선수들을 원하고 또 내줄 여유가 있는지 등을 서로 알아보았다. 11월16일부터 이틀간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에서 구단주 미팅이 열렸지만 이 자리는 선수들과의 협상보다는 구단주들이 단장들에게 FA 시장의 상황을 보고받는 정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12월5일부터 4일간 벌어지는 ‘윈터 미팅(Winter Meeting)’이다. 올해에는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윈터 미팅이 벌어지는데 이 자리에는 거의 모든 팀의 단장들과 에이전트들이 대거 참석한다. 대형 FA 계약과 트레이드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자리이다. 에이로드의 ‘빅 딜’도 그 자리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0년 달라스에서 벌어진 윈터 미팅에서 에이로드가 10년간 2억5천2백만 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다는 화려한 기자회견이 열렸던 기억이 난다.
팀이 전력을 보강하는 것은 FA 영입 외에 트레이드를 통한 방법도 있다.
플로리다가 재정난으로 장기 계약을 포기하고 시장에 내놓은 3루수 미겔 카브레라는 인기 절정이다. 아직 FA 자격도 없는 카브레라이지만 지난 5년간 1백38홈런에 5백23타점을 기록한 발군의 타자로 내년 연봉은 1천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말린스는 카브레라를 내주는 대신에 선발 투수와 중견수, 포수 등 적어도 세 명의 주전급 선수들을 원하고 있다. LA 다저스를 비롯해 에인절스, 인디언스, 양키스, 화이트삭스, 자이언츠, 레드삭스 등이 모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FA 영입과 트레이드 등으로 분주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나면 각 팀들은 새로운 전력과 큰 희망을 안고 2008년 시즌을 준비하게 된다. 내년 2월 중순부터 각 팀의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며, 30경기 남짓한 시범 경기를 거쳐 4월 초부터 팀 당 1백62게임의 정규 시즌 대장정에 돌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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