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가 살아야 기독교가 산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7.12.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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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개혁으로 거듭나기’ 논의 활발…대형 교회로 상징되는 성장·물량주의에 대한 반성도

최근 개신교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국민일보 김지방 기자가 쓴 <정치교회>(교양인)가 그것이다. ‘권력에 중독된 한국 기독교 내부 탐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권력 그 자체’가 되려고 하는 한국 교회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보기 드문 책이다. 대통령 선거를 맞아 한국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풍경들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김기자는 “권력 자체가 되려고 하는 몰지각한 행동에 한국 교회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들과 조직이 앞장서고 있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자정 능력이 교회 안에 없는 것 같아 책을 쓰게 되었다”라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들어 새삼 한국 교회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주목된 것은 지난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개신교인 23명이 탈레반에게 납치당한 사건 때문이다. 평소 개신교인들의 과도한 선교 활동에 문제 의식을 가져왔던 사람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개신교에 융단 폭격을 가했다. 심지어 탈레반측에 “인질들은 선교를 위해 간 것이다”라는 e메일을 보낸 사람까지 있었다.
이 사건 이후 개신교계 안팎에서는 한국 교회의 현재를 돌아보면서 내일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 개신교회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비정규직을 집단 해고하고 이에 맞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이랜드 사태’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면서 교회의 위기 의식이 한층 높아가고 있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독실한 개신교인으로 이름 높았기 때문이다.

“최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활동에 충격”

지난 11월2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총신대학교 세미나실에서 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세상의 비난을 아름다운 고난으로 보아야 하는가, 부끄러운 치욕으로 보아야 하는가’였다. 발제를 한 김형국 목사는 “대중이 이렇게 비판하는 데까지 이르는 동안 한국 교회의 비판은 질이나 양에 있어서 너무 적었다. 목회자나 신학자가 안이하게 대처한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변종길 고신대 대학원 교수는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세상의 블랙홀이 되었다. 수십 년간 쌓였던 비개신교인들의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주목되는 것은 삼성그룹 법무실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를 돕고 있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보는 시각이다. 토론회에서 성결대학교 박정수 교수는 “사제단이 삼성 문제를 다루는 것에 크게 충격받았다. 사제단이 산업화의 원동력이 되었던 삼성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앞으로 10년간 개신교와 천주교를 뒤집어놓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 핵심 이슈가 될 경제 문제에서 개신교회가 복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천주교는 개신교가 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11월26일 열린 예장통합 참회기도회에서도 자기 비판이 쏟아졌다. 정종훈 연세대학교 신학대학 교수는 “한국 교회는 재정의 수입과 지출이 불투명하며, 담임 목사와 일부 장로 등이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김명용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는 “개신교회 내부에 지성을 외면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나 찬양이 주류를 이루는 흐름이 있다”라고 말했다.
생명목회실천협의회가 연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이성구 고신대 대학원 교수는 “한국 교회가 다수가 되었고 리더가 되었지만 아직도 일제 때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수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니 사회가 교회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부동산 권력 등 사회가 가진 것을 교회도 가지려고 한다. 교회가 세상보다 더 세상스럽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개신교 내부의 개혁 문제나 대사회적인 소통의 문제, 교회의 시대적인 소명이 무엇인가 따위가 요즘 개신교계에서 중점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주제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뉴라이트 계열 개신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펼치고 있는 ‘작은 교회 운동’도 주목된다. 2005년 한 해에만 작은 교회 3천개가 문을 닫은 것과 무임 목사의 숫자가 수만 명에 달한 한국 교회의 현실에 대한 대책으로 ‘작은 교회 운동’이 활성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주로 대형 교회로 상징되는 성장·물량 지상주의에 대한 반성이 개신교계 내부에 광범위하게 번져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교회 이미지 더럽힌 것은 대형 교회 목사와 유명한 목사·장로들”

지난 11월16일 부산 서면교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는 “작은 교회들이 살아야 한국 교회가 성장한다. 목회는 규모보다 목회자가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목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2백여 명의 목회자들은 한국 교회의 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이 주장한 것은 영성의 회복, 작은 교회와 큰 교회의 공존 모색, 목회자 수급 불균형 해소 등 주로 교회 내부를 향한 것이었다.
사랑의 교회 원로인 옥한흠 목사가 최근 “한국 교회의 이미지를 더럽힌 것은 대형 교회 목사, 유명한 목사, 소위 성공했다는 교회 목사요 장로들이다. 하나님이 진짜 인정하시고 높이 평가하시는 사람은 잘 안 보이는 곳에 있다”라며 대형 교회와 한국 교회의 세속화를 강도 높게 질타하는 등 교회의 대형화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은 개신교 내부에서도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행동이 없었다”라는 반성 속에서 중진 목회자들 1백20여 명이 12월3일 ‘한국 교회 희망연대’를 만들어 활동하기로 한 것도 이런 내부 반성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이날 목회자들이 앞장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자로 결의했다.  
개신교계 내부에서 일고 있는 이런 흐름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된 이후 성장 지상주의에 빠져 있던 교회가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고민 속에서 지금 개신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분화하고 있다. 한쪽은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정치화하고 있다. 다른 한쪽은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자신보다는 이웃과의 공존을 중시하는 내면적인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2007년 말 한국 개신교의 모습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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