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인심 좋은 인터넷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7.12.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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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실시간 방송 허용으로 시장 확대…결합 상품 할인으로 소비자들 ‘웃음’

IPTV(인터넷 TV)의 실시간 방송 허용이 확실시되면서 본격적인 방송·통신 융합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실시간 IPTV 서비스는 통신 사업자인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가 유료 방송 사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IPTV가 본격화되면서 KT는 유무선 통신망에 방송까지 서비스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SKT가 하나로텔레콤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SKT 역시 유무선 통신과 방송을 함께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KT와 LG의 통신그룹에 이어 SKT까지 모두 결합 서비스 판매에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 것. 방송·통신 융합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결합 서비스도 본격적인 출발점에 선 것이다.
결합 서비스란 별도로 판매가 가능한 유선전화, 이동통신, 인터넷전화(VoIP), 초고속 인터넷, IPTV 등의 방송 및 통신 서비스를 묶어서(bundling)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결합 상품의 개수에 따라 DPS(Double Play Service), TPS(Triple Play Service), QPS(Quadruple Play Service)로 나뉜다. 결합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요금 인하의 혜택을 받고, 사업자는 신규 고객 유치와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효과를 얻게 된다.

 

KT·SKT·LG 결합 상품 출시하며 경쟁 본격화

지난 11월26일 미디어미래연구소의 주최로 ‘융합 시대 결합 서비스 및 통신시장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이제 시작 단계인 우리나라 결합 서비스의 미래를 전망하고 이에 수반되는 정책 과제를 살펴보는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변정욱 박사는 ‘결합 판매 이론을 통해 본 통신서비스 결합 판매 효과 분석’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결합 서비스 시대를 맞아 시장 획정, 지배력 전이, 회계 분리 문제를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토론 과정에서 결합 서비스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결합 서비스가 가까운 시일 안에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다.
결합 서비스가 가장 활발히 갖춰져 있는 곳은 KT이다. 현재 초고속 인터넷 메가패스를 주축으로 ‘메가패스+SHoW’ ‘메가패스+와이브로’ ‘메가패스+메가TV’ ‘메가패스+네스팟’ ‘와이브로+네스팟’ 등 다섯 가지의 DPS 상품이 출시되어 있다. 약 12만명이 가입한 상황이다. SKT가 인수전에 나선 하나로텔레콤은 초고속 인터넷 하나포스를 중심으로 하나TV, 하나폰 등을 결합한 상품을 출시했다. DPS 상품의 경우에는 10%를, TPS 상품의 경우에는 20%를 할인해주고 있다. LG는 데이콤의 인터넷전화(VoIP)인 MyLG070과 파워콤의 초고속 인터넷 엑스피드와의 결합 상품을 출시했다. 결합 상품을 신청할 경우 엑스피드 요금을 10% 추가 할인해준다. 케이블TV 업계도 기존의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초고속 인터넷 결합 상품이 출시되어 있고 일부 MSO는 인터넷전화 서비스도 시작해 결합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결합 서비스의 요금 할인율은 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10%가 넘으면 요금 적정성 심사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되어 정통부의 인가를 얻어야 하고, 비지배적 사업자는 시장 상황에 맞추어 신고만으로 할인율 조정이 가능하다. 그래서 KT의 결합 상품은 10%를 할인해주지만 하나로텔레콤은 20%, 케이블TV는 15~20% 정도 할인된 가격에 제공된다.
결합 서비스가 이처럼 주목되는 데는 이유는 IPTV가 본격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IPTV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되면서 초고속 인터넷과 방송의 결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방송 및 통신 전문가들은 최적의 TPS 조합으로 초고속 인터넷과 방송을 바탕으로 인터넷전화 혹은 이동전화가 결합된 형태를 꼽았다.

업체 간 경쟁으로 다양한 미디어 싼 값에 즐긴다

실시간 IPTV가 도입되면서 초고속 인터넷 1위 사업자인 KT는 방송과 자회사인 KTF의 이동통신을 결합한 상품 출시가 가능해졌다. 하나로텔레콤 인수 작업에 뛰어든 SKT 역시 KT와 마찬가지로 지배적 사업인 이동통신에 초고속 인터넷과 유선전화에 방송까지 포함한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SKT의 김신배 사장은 하나로텔레콤 인수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짓고 결합 서비스와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통신 업계의 두 거인 KT와 SKT의 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의 LG그룹과 통신 기업에 비해 군소 업체인 SO의 연합체 성격인 케이블TV는 이에 대응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은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한 만큼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고 자금력이 풍부한 사업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LG의 경우 KT, SKT에 비해 규모가 작고 지배적 사업이 없다는 면에서 케이블TV는 방송에서 고객 및 지역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자금력 규모에서 통신사업자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점에서 경쟁에 어려움이 있다. LG데이콤은 파워콤의 합병을 모색하면서 조만간 IPTV 서비스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LG데이콤의 홍보 담당자는 “IPTV의 출범으로 초고속 인터넷과 VoIP(인터넷 전화)가 결합한 기존의 DPS에 IPTV가 포함된 TPS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었다. 내년까지 20만 가입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케이블TV는 CNM, 티브로드 등 MSO에 의해 시작된 TPS 상품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결합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결합 서비스 상품 개발을 본격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도 있다. 현재 결합 서비스 가입 고객이 미미하고 결합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내놓기 위해서는 인수·합병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LGT의 관계자는 “아직은 결합 서비스의 임팩트가 강하지 않다. 그룹 계열사인 데이콤, 파워콤과의 결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시장 상황에 맞춰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SKT의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과의 결합 서비스에 대해 “아직 인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합 서비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합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경쟁이 본격화되면 KT, SKT, LG, 케이블TV 등 각 사업자의 힘의 지형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합 서비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사업자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가입자의 이탈을 막아주고, 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다른 서비스에 지배력을 전이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개별 상품에 대해 선호도가 높지 않았던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기도 용이하다.
결합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큰 할인율에 판매되고 있는 미국의 AT&T 사례는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AT&T는 지배적 상품인 유선전화에 초고속 인터넷을 추가한 DPS 상품 구입자의 타사업자 전환율이 40% 이상 감소하고 가입자당 매출은 1백20%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에 이동전화를 추가한 TPS 같은 경우는 전환율 60% 감소, 매출 3백50% 신장으로 파괴력은 더 커졌다. 
결합 서비스의 이런 특징 때문에 유무선에서 각각 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하고 있는 KT와 SKT의 방송·통신 융합 시장 지배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처지에서 업체 간의 경쟁은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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