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식형 펀드, 얼마나 안전한가
  • 정은호(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7.12.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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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황 수시로 점검해 위험 대비해야…수익률 부진한 펀드가 장기 투자에 유리

2007년은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딱 10년째 되는 해이다. 구제금융의 결과 우리나라는 IMF의 프로그램에 의해 혹독한 관리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당시 가장 충격적인 경험 중 하나는 우리가 은연중에 믿어왔던 ‘대마불사’의 신념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당시 국내 재벌 순위 3위를 자랑하던 대우그룹은 41조원의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면서 한순간에 공중 분해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국내 그룹 순위 상위를 차지하고 있던 기아자동차, 한라그룹, 삼미그룹, 은행 중에도 ‘눈물의 비디오’로 전국민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던 제일은행, 상업은행, 기업은행, 한일은행 등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했던 그리고 절대로 망할 것 같지 않았던 회사들의 이름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최근 증권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접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는 것은 호들갑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투자 위험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점차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래에셋 관련 루머로 코스피지수 1770선까지 하락

 
지난 11월23일 금요일 국내 주식시장은 7일 연속 하락하며 1770선까지 밀렸다. 7일 연속으로 지수가 밀린 것은 2004년 이후 3년 만이다. 문제는 변동성이었다. 개장 초 1820선까지 회복하던 지수는 오후 들어 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1770선까지 주저앉았다. 전날 약세로 마감한 미국 시장의 영향으로 불안했던 투자 심리에 부채질을 한 것은 장 중간에 터져나온 미래에셋 관련 루머였다. 금감원이 최근의 자금 쏠림 현상과 관련해 미래에셋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증시에 떠돌던 미래에셋 일부 매니저의 선행 매매와 관련한 조사도 포함시킬 것이고, 특정 매니저는 불법적인 선행 매매를 통해 몇 백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아주 구체적으로 실명까지 언급되면서 나돌았다. 미래에셋 쪽에서는 이런 루머에 대해 펄쩍 뛰며 부인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이 대량 보유하고 있는 일부 종목들이 시장보다 훨씬 더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모두 ‘가정’에 근거한 우려였지만 전날 20만원 직전까지 수직 상승하던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비자금 사태로 삼성그룹주 펀드 투자자들 불안

지난 11월26일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는 4차 폭로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이 전체 그룹 차원에서 체계적인 분식회계를 통해 대규모 불법 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사실관계의 확인이야 검찰의 몫이겠지만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삼성그룹의 주식들은 당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장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사람들은 물론 삼성그룹의 임직원들이었겠지만 5조원 가까운 자금을 삼성그룹주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용철 변호사의 연속되는 폭로와 특검으로 인해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이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질까 우려된다.
사람들은 항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상처를 받게 된다.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대한 만큼의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고 기대가 충족되면 더 높은 기대를 가지게 되어 결국은 실망하게 되고 상처받았다고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험 관리에서 가장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수익률 요인(factor)과 위험 요인이 같다는 점이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원인들은 가장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위험 요인이 된다.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 이런 방식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실전에서 대부분의 관리는 수익률이 부진한 부분에 집중된다.

 

현재까지 브릭스 펀드와 물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물 펀드를 유지할 것인가에 집중된다. 브릭스 펀드는 일단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지나 비중 확대 쪽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결정하게 된다. 물 펀드는 이런저런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환매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이론과 현실이 결별하는 과정이다. 투자에서 관리의 노력은 수익률이 부진한 부분에 30%, 수익률이 양호한 부분에 70% 정도로 나누어져야 한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펀드는 보유한 종목의 위험 요인이 대부분 이미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몇 가지 사항만 체크하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데 크게 고민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익률이 우수한 펀드는 우수한 수익률의 원인, 그러한 원인의 지속 가능성, 잠재적인 위험 등 훨씬 더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서 환매나 비중 조절을 고민해야 한다. 주식의 매도 타이밍을 선택하는 것이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과 동일한 이유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중소형주 지수는 코스피 대비 두 배 이상의 수익률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성장형 펀드 수익률 상위 랭킹은 동양중소형주, 부자아빠거꾸로 펀드 등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펀드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상반기에 이러한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거나 혹은 투자를 고려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당연히 이런 중소형주 위주의 시장이 지속될 것인가에 고민이 집중되었어야 한다. 하반기 들어 이들 펀드들의 상대적인 수익률은 대형주 위주의 펀드에 비해 상당히 낮아져 있다. 
앞서 지적한 최근의 두 가지 사건은 잘 알려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중국의 긴축, 달러화 약세 등 외부적인 거시경제 변수 이외에도 펀드 투자시에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위험 요인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특정 운용사의 펀드만 집중적으로 쇼핑해온 투자자의 위험은 운용사에게도 위험이다. 운용사의 운용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중요한 경쟁력이지만 한 운용사의 능력에 자산 전체의 성과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삼성그룹주 펀드나 5대그룹주 펀드 혹은 지주회사 등을 테마로 한 펀드 등의 수익률 원천은 그룹이나 계열사의 성과이지만 동시에 정부의 재벌 정책이나 지주회사 정책에 의해 수익률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정책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펀드 포트폴리오 점검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고위험 자산(주식)과 안전 자산(채권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의 적정성 검토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 분위기는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를 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간 기대 수익률 6% 정도의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 수익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래서 주식형 펀드에만 투자하고 있다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형 펀드가 추가적으로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라도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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