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어이없는 결말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7.12.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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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은 가장의 처절한 복수극 … 살인이 부른 살인 “뭐가 달라”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고 분노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는 복수라고 부른다. 복수는 이어지는 복수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복수로 슬픔을 달랠 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가 죽은 자의 피를 피로 씻는다.
<정무문>의 이소룡은 스승의 죽음을 쌍절곤으로 달래고 <올드보이>의 최민식은 군만두를 찾아 먹으며 원수를 추적한다. 나를 이렇게 만든 자는 누구인가. 영화 <데스 센텐스>는 아들의 죽음을 참지 못하는 아버지의 분노를 그리고 있다. ‘이 세상에서 우리 집보다 더 행복한 집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하는 식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엇갈리는 분노

두 아들과 아내의 모습을 홈비디오에 담아 행복한 가정의 전형을 보여주던 닉(케빈 베이컨 분)은 어느 날 큰아들 브렌든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고 같이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에 들른다.
편의점에서 슬러시를 사려던 아들은 들이닥친 갱들을 만나 칼부림을 당하고 닉은 아들을 죽인 범인 조의 얼굴을 보고 만다. 조는 곧 잡히지만 검사는 범인이 3~5년이면 교도소에서 풀려난다는 말을 한다. 피해자는 죽었는데 가해자는 곧 풀려난다는 사실에 닉은 법정에서 범인을 부인한다. 어두워서 잘 모르겠다면서.
큰아들의 죽음으로 닉의 가정은 공황 상태에 빠진다. 범인을 용서할 수 없었던 닉은 조의 집을 찾아가 그를 살해한다. 닉의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불러일으킨다. 갱들의 두목인 빌리(가렛 헤드룬드 분)는 동생 조의 죽음을 용서하지 못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영화는 이때부터 혼돈에 빠진다. 누가 누구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인지 헷갈린다. 평범한 직장인 닉의 복수와 악당 빌리의 복수에서 정의는 이미 의미를 잃고 만다. 그저 복수만 있을 뿐이다. 카메라 워크가 현란하다. 쫓고 쫓기는 스크린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쏘우>로 유명한 제임스 왕 감독이 이름값을 한다.
하지만 구성이 이상하다. 아들의 죽음을 복수로 갚으려 했으면 처음부터 마음먹고 칼을 품고 총을 사야 했는데, 닉은 어설프게 조를 죽이고 쫓겨 다니다 또 다른 갱을 죽이고,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자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완전무장(?)한 채 빌리의 본거지를 찾아간다. 빌리와 마주보고 총질을 하는 장면이 홍콩 느와르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복수는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닉의 복수극에 시종일관 냉소적인 경찰의 태도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어퓨 굿 맨>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케빈 베이컨의 늙은 모습이 안쓰럽다. 그 대신 안젤리나 졸리를 닮은 윌리스 형사(아이샤 타일러 분)가 눈에 밟힌다. 12월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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