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민 통합’이다
  • 전남식 niceshot@sisapress.com ()
  • 승인 2007.12.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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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혼돈의 대선판과 겹친 연말이라 송년의 망중한을 갖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매년 이때쯤이면 뚜렷한 이유 없이 외롭고 우울해지는 ‘연말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한 해를 돌이키며 반성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며 기대감에 부풀다보면 그 감회가 복잡하게 표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올 연말에는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 새 대통령이 등장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설사 자신이 지지하지 않은 인물일지라도 숙명적으로 믿고 따라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 혼탁한 선거를 치른지라 새 대통령을 결정하고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국민들의 심사가 편치 못한 것 같다.   
세상은 돌고 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권세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만물은 유전한다고 했던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이런 이치를 망각하고 한 순간을 쥐었다 해서 모든 게 자신의 것인 양 집착하고 아쉬워한다면 불행을 부를 뿐이다. 거대한 흐름에 따라 변화가 온다면 기꺼이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 순리이다. 이는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신봉하며 역사를 발전시켜온 인류 사회의 교훈이다.     
올해 대선 결과는 그런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던진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보수든 진보든 국민 심판에 깨끗이 승복하고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끝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말이 많았다. ‘잃어버린 10년을 심판한다’느니, ‘김대중을 부정하고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한풀이’라느니, ‘죽은 박정희가 산 김대중을 잡는 선거’라느니 사회 곳곳에 켜켜이 쌓여 있던 불신과 반목이 냉소적으로 분출되었다. 매번 선거가 끝날 때마다 서로 씻을 수 없는 앙금을 남기고 적대감을 쌓아 온 탓에 생겨난 고질(痼疾)일 것이다.
다시 증오와 회한의 정치로 국민이 갈라진다면 우리의 앞날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 ‘선진 사회’나 ‘국민소득 3만 달러’는 결코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민주적 절차를 인정하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깔려야 가능하다. 선거가 끝나도 분열상을 봉합하지 못하고 서로 칼을 갈며 티격태격 싸우는 나라가 선진국으로 갈 수는 없다. 이제 모두 뭉쳐야 한다. 올해 대선이 펼쳐놓은 시대적 소명은 바로 ‘국민 통합’이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보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압도적인 표를 얻었다. 대선 막판에 벌인 작업이라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어 결과를 다루는 방식을 놓고 고심을 해야 했다. 그래도 한 해를 정리하는 마당에 그 해를 빛낸 인물을 의미 있게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송년호로 꾸민 <시사저널>과 함께 독자 여러분이 뜻 깊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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