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펀드를 찾아라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7.12.1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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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액 증가와 수익률은 비례하지 않아…올해 수익률은 미래에셋이 최고

 
올해 펀드 시장은 한국과 중국의 강세로 끝날 전망이다. 12월11일 기준 수익률 상위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 펀드가 연초 이후 65.22%로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위 10개 펀드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가 5개를 차지해서 명가로서의 위상을 확인했다. 전통의 한국운용에서는 네비게이터주식형과 부자아빠성장주식 등 두 개의 펀드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운용의 배당주 펀드가 어려운 운용 여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보였고, KB운용의 신광개토선취형 주식의 약진이 돋보였다. 특히 KB운용은 2006년 야심차게 출시한 광개토주식 펀드가 1년간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이미지를 구겼지만 신광개토주식형을 통해 주식형 펀드의 새로운 강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전의 광개토주식 펀드는 운용 능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익률이 실제 투자자에게 어느 정도의 수익금을 제공했는가를 순 자산 총액으로 살펴보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자금이 몰렸던 미래에셋의 펀드를 제외하고 삼성배당주 장기주식형과 한국네비게이터주식형의 경우 각각 6천억원과 5천억원이 넘는 규모로 비교적 많은 투자자에게 만족스러운 수익을 제공했다. 하지만 KB신광개토선취형과 한국부자아빠성장주식은 순 자산액이 1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해 우수한 수익률에도 실제 이 펀드에 투자해서 돈을 번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높은데도 순 자산액은 적은 펀드들

해외 펀드의 경우 수익률만으로 볼 때 중국에 투자하는 미래에셋펀드들의 독주로 표현되는 시장이었다.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중 미래에셋맵스 펀드 두 개, 동부차이나주식과 하나UBS차이나포커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였다.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이 순 자산 총액 5조원을 넘기면서 연초 이후 81.49%, 최근 1년간 1백10%가 넘는 수익률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펀드들도 2007년 한 해에만 60%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같은 그룹임에도 미래에셋맵스의 펀드들은 우수한 수익률에 무관하게 순 자산 총액이 2백54억원과 3백45억원으로 초라한 규모에 그쳤다. 수익률 순위 4위에 오른 동부차이나주식1이나 10위에 오른 하나UBS차이나포커스해외주식 펀드도 순 자산액이 각각 5백41억원과 1천4백억원에 그쳐 운용 성과와 규모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정 기간의 펀드 수익률은 매니저의 능력을 보여준다. 다만 그 능력은 펀드 자체의 성과일 뿐 수익을 얻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펀드가 창출한 수익금이 얼마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펀드가 1년 동안 70%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해도 가입 시점이나 투자자의 수, 설정액에 따라 실제 얻은 수익 금액은 미미할 수도 있다. 설정액이 10억원도 되지 않으면서 1년에 100%의 수익률을 달성한다는 것은 펀드 자체로는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별로 의미가 없다. 반대로 1조원이 넘는 펀드가 50% 이상의 성과를 얻는다면 많은 투자자들이 그 성과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다. 따라서 펀드의 수익률과 함께 설정액 증가를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그 펀드에 가입해서 수익을 얻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연초 이후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국내 주식형 펀드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3Class-A’로 12월11일까지 2조5천7백억원이 늘었지만 수익률은 연초 이후 46.59%에 그쳤다.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Class A’ 펀드도 설정액은 1조7천5백억원이 늘어 설정 총액이 3조7천억원에 이르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38.98%에 불과하다.

 

2007년은 펀드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해이자 많은 펀드 투자자들이 간접 투자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었던 한 해였다. 그러면서 펀드의 선택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많은 다양한 기준들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러나 펀드의 인기도를 나타내는 설정액 증가와 수익률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 주식과 펀드는 다르다. 가장 많이 선택된다고 해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펀드 매니저들이 숨겨진 좋은 종목 발굴을 통해 시장을 능가하는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펀드도 다양한 기준을 통한 발굴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2008년은 올해와는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투자에 대한 관리가 중요해지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작지만 강한 펀드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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