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구단에도 ‘효자’는 있네
  • 민훈기 (민기자 닷컴) ()
  • 승인 2007.12.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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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MLB에도 양극화 바람…포스트시즌 진출 5개 팀, 연봉 15위권 밖에서 나와 ‘이변’ 기록

요즘 우리 사회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사회의 양극화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말도 있다. 그리고 그런 부조화 현상을 피해가지 못하는 곳이 또 있으니 바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이다.
MLB는 그 자체가 거대한 비즈니스이다. LA 다저스 같은 경우 미국 내 100대 기업에 들어가기도 했으며 뉴욕 양키스의 구단 가치는 15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4천5백만원을 호가한다. 평가에 따라 12억 달러에서 15억 달러가 나오는데 30개 팀 중에서 유일하게 10억 달러를 넘는 팀이다.
뉴욕 양키스의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최근 구단과의 재계약에서 10년간 최소 3억 달러 계약을 맺었다. 평균 연봉이 3천만 달러이다. 우리 돈으로 2백70억원이 넘는 액수로 그는 매달 반복해서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일반 팬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MLB에 대한 인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실상에는 전혀 다른 면도 상당히 많다. MLB에도 부자 팀이 있는가 하면 가난한 팀이 있고, 몇 백억원의 연봉 계약을 맺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이들 연봉의 100분의 1이 겨우 넘는 최저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많다.
구단의 가치를 살펴보면 뉴욕 양키스가 유일하게 10억 달러가 넘는 가치를 자랑하고 있고 뉴욕 메츠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각각 7억 달러 이상의 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 LA 다저스가 6억3천2백만 달러, 시카고 커브스가 5억9천2백만 달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4억6천만 달러로 뒤를 잇는다(모두 올해 초 <포브스>지의 평가를 기준으로 함). 그리고 그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시카고 커브스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는데 10억 달러를 호가한다는 소문이다.

 

뉴욕 양키스 구단 가치 15억 달러

그런데 이렇게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 부자 구단이 있는가 하면 그보다 형편없이 가치가 떨어지는 팀들도 있다. 올해 김병현이 뛰었던 플로리다 말린스(2억4천4백40만 달러), 서재응과 류제국이 뛰었던 탬파베이 데블레이스(2억6천7백만 달러), 그리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2억7천4백만 달러) 등은 뉴욕 양키스의 5분의 1도 안 되는 자산 가치 평가를 받았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최근 맺은 총 계약 액수보다도 구단 가치가 적은 팀들이 있다는 뜻이다.
구단의 빈부 차가 팀 연봉과도 그대로 직결되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뉴욕 양키스의 팀내 총 연봉은 1억9천5백22만9천45달러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이다. 2위는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로 1억4천3백12만3천7백14달러였고, 뉴욕 메츠가 1억1천6백11만5천8백19달러로 3위에 올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LA 에인절스, LA 다저스, 시애틀 매리너스 등이 뒤를 이어 팀 연봉 1억 달러를 넘긴 팀들이다. 시카고 커브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그 뒤를 이어 10위권에 올랐다.
반면에 MLB 30개 팀 가운데 최저 연봉 팀은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로 2천4백12만4천2백 달러였다. 올해 뉴욕 양키스의 지명 타자 제이슨 지암비의 연봉이 2천3백42만8천5백71달러였다. 플로리다 말린스가 3천50만7천 달러, 워싱턴 내셔널스가 3천7백34만7천5백 달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3천8백60만4천5백 달러 등으로 극빈 팀에 속한다.
이런 현상은 팀의 성적과 인기에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돈 많은 팀들은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가고 승리를 많이 거두게 된다. 그러니 자연히 스타들을 보고 승리를 즐기려는 팬들이 부자 구단을 많이 찾게 되는 반면에 가난한 팀들은 스타도 없고, 늘상 패하니 팬들도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돈이 항상 우승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변이 많은 스포츠가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8개 팀 가운데 5개 팀이 연봉 15위권 밖에서 나왔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23위), 콜로라도 로키스(25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6위) 등은 어린 선수들을 잘 키우고 트레이드를 잘해 좋은 팀을 만들어 호성적을 거두었지만 그들이 보유한 미래의 스타들은 머지않아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혹은 시카고 커브스 등 다른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관중 동원을 보아도 빈부 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국내 프로야구는 11년 만에 4백만 관중을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런데 뉴욕 양키스의 올 시즌 유료 관중 수가 4백27만1천8백67명이었다. 물론 시장이 다르고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 야구와 직접 비교해 우위를 가를 수는 없다. 그러나 뉴욕 양키스는 한 게임당 5만2천7백39명을 동원한다.

팬 숫자에서도 양극화 현상 두드러져

그 외에도 LA 다저스가 3백85만6천7백53명을 동원해 역시 막강한 마케팅 능력을 과시했고, 뉴욕 메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LA 에인절스, 시카고 커브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휴스턴 애트스로스 등이 모두 3백만명 이상의 홈 관중을 동원했다.
관중 동원 상위 10위 중에 보스턴 레드삭스가 빠져서 의아해할 수 있지만 그건 MLB에서 가장 오래된 펜웨이파크의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이지 관중들의 열의가 떨어져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보스턴 레드삭스는 올해 2백97만7백55명을 동원해 11위였는데 구장 입장률은 101.4%로 30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전 게임 만원을 기록한 팀이었다.
이렇게 막강한 팬 동원 파워로 인기와 돈벌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팀들이 있지만 팬 숫자에서도 양극화 현상은 그대로 나타난다.

 
플로리다에 있는 두 팀 플로리다 말린스와 탬파베이 데블레이스가 각각 관중 동원 30위와 29위를 기록했는데 1백40만명이 안 되었다. 게임당 관중은 플로리다 말린스가 1만6천9백19명, 탬파베이 데블레이스가 1만7천1백48명이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도 1백60만명을 겨우 넘겨 게임당 2만명이 안 되는 세 팀 중의 하나로 기록되었다.
MLB에서는 입장료 수입이 전체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가난하고 수익이 적은 팀들일수록 관중 수도 떨어지는 현상이 심화되니 MLB 사무국에서는 고민이 많다.
그래서 팀 연봉이 일정액을 넘는 팀들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해 그 돈을 가난한 팀에게 나눠주는 등 이런저런 고육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고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두드러지는 추세이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빈부 차와 경제력의 차이는 나기 마련이지만 MLB 30개 팀을 보면 대략 10개 팀 정도가 수익을 올리며, 10개 팀 정도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고, 나머지 10개 팀은 늘 적자에 시달린다고 보면 된다는 말이 딱 맞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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