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실은 신차들이 몰려온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 승인 2007.12.24 13: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 / 연초부터 신모델 발표회 줄이어…모하비·제네시스·토스카 신형·체어맨W ‘각축’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연초부터 신차 전쟁이 벌어진다. 먼저 포문을 여는 것은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두 회사는 오는 1월3일 각각 대형 SUV 모하비와 SM7 신모델 발표회를 갖는다. 이어 1월8일에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발표회가 뒤를 잇는다. 쌍용자동차도 지난 12월12일 대형 승용차 체어맨의 후속 모델인 체어맨W의 쇼케이스를 가진 바 있고, 르노삼성의 QM5 역시 12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따라서 2008년 상반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신차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기아차는 초반 세몰이를 위해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아직 신차 발표회도 갖지 않은 차를 최고 경영진이 거리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 12월14일부터 김익환 부회장, 정의선 사장, 조남홍 사장 등이 테스트 드라이버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위장막 없이 거리에서 모하비를 타고 다니며 제품 홍보 겸 품질과 상품성 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 모하비는 국내 시장에서 3.0ℓ디젤 엔진과 6단 변속기를 장착한 모델로 선보인다.
오는 1월8일 현대차의 제네시스 발표회에서는 오랜만에 자동차 행사에 참석한 정몽구 회장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이날 행사를 직접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회장은 최근 2년 동안 회사 외적인 일로 시달려와 이날 행사 참석은 그의 본격적인 자동차 경영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회장이 공을 들여야 할 만큼 실제로 제네시스의 판매 성적에 현대차 내수 시장 방어 전략의 명운이 달려 있다. 국내에 판매될 제네시스는 3.3ℓ과 3.8ℓ람다 엔진을 탑재하고, 수출용에는 3.8ℓ와 4.6ℓ엔진을 얹었다. 이미 현대차는 정식 발표회 이전에 자동차 전문 기자들을 남양만 연구소에 불러 BMW나 렉서스의 경쟁 모델과 비교 시승을 하도록 해 마케팅 포인트가 동급의 고가 외제차임을 선전하고 있다.
일단 제네시스 선체험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관심을 모았던 승차감에 대한 평가는 유럽 차보다는 일본 차와 비슷하다는 것이 중론. 문제는 현대차의 마케팅력이다. 웬만한 도시 근로자의 1년치 연봉을 상회하는 4천만원대 이상의 차를 소비하는 계층에서는 가격이나 품질만이 고려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후드에 제네시스 고유의 엠블렘을 붙이는 등 고급차 이미지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의 신차 공세에 맞서 르노삼성은 1월3일 신형 SM7을 출시한다. 신형 SM7은 구형에 비해 내부 사양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엔진 성능도 소폭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에 판매가 시작된 QM5도 선전하고 있어 신형 SM7만 좋은 실적을 낸다면 르노삼성의 몫은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르노삼성측은 보고 있다.
GM대우 역시 ‘신차에는 신차’로 맞불 공세에 나선다. 1월에 토스카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된다. 토스카 신형은 기존 5단 변속기 대신 6단 변속기를 얹어 연비나 성능 등을 진화시켰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껑충한 뒷모습이 상당 부분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은 구형과 같은 2.0ℓ및 2.5ℓ직렬 6기통. 또 GM대우의 인기 차종인 윈스톰의 경우 기존 모델보다 내외관이 더 고급스런 5인승 전용 모델을 시판해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혀줄 예정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그동안 생산이 중단되었던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가 2008년 상반기에 다시 선보인다는 점이다. 경차의 범위가 엔진 배기량 1000cc급으로 확대되면서 기아차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 확실해진 이상 GM대우도 모델 다양화로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쌍용자동차의 올해 최대 기대작은 체어맨W이다. 12월에 일부가 공개되었지만 쌍용차는 제네시스의 새 차 프리미엄이 한풀 꺾이는 3월로 체어맨W의 데뷔 시기를 잡았다. 체어맨W에는 직렬 6기통 3.6ℓ와 5단 변속기 그리고 V형 8기통 5.0ℓ급 엔진과 7단 변속기가 조합되어 스펙에서는 논란의 여지 없이 국산 최고급차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처럼 치열한 업체 간의 신차 전쟁으로 2008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예년보다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2008년 국산 자동차 수요가 내수와 수출을 합쳐 2007년 4백6만대 규모에 비해 3.4% 증가한 4백2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초 제네시스를 필두로 연중 내내 BK(투스카니 후속), VI(에쿠스 후속) 등의 신차 공세를 펼칠 현대차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비교적 호평을 내놓고 있다. 박화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2008년 현대차의 재평가가 기대된다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2007년 4.5%에서 2008년에 7%로 개선되고 제너시스 등 고급 모델 출시, 전주공장 2교대 실시에 따른 대형 트럭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안수웅 연구위원은 “4천만원대 이상의 고급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제네시스의 신차 효과가 비교적 크게 나타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아차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아직 유보적이다. 기아차의 강점인 SUV 부문에서 고유가 지속으로 인해 경유나 LPG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경우 큰 실적을 낼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물론 기아차의 가장 큰 희망은 수출 실적이다. 특히 동유럽 현지 공장이나 중국 등 해외 현지 공장에서 얼마만큼의 실적을 내느냐에 기아차 경영진의 진퇴가 걸려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모하비에 ‘올인’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