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의 극야, 4천 리터의 피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 승인 2007.12.3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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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땅끝마을에서 벌어지는 뱀파이어들의 ‘공포’ 축제

 
밤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안락을 주지만 그와는 반대로 어둠이라는 공포를 준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고, 상대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승부는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밤이 만약 30일 동안 계속 된다면 어떨까. 낮이 계속되는 백야가 아니라 밤이 계속되는 극야가 한 달이나 지속된다면, 그런 마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30DAYS OF NIGHT>는 알래스카의 최북단에 있는 배로우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30일 동안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을 필름에 담고 있다.
마지막 석양이 지는 배로우를 향해 알 수 없는 인물이 설원을 걸어가고 있다. 배로우에서는 30일간의 밤을 피해 여행을 떠나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도시에 남은 자는 1백56명. 보안관 에벤(조쉬 하트넷 분)은 동료 빌리와 함께 순찰을 다니던 중 자신이 기르던 에스키모 개가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의 모든 전기가 끊어지고 통신도 두절된다. 에벤은 레스토랑에서 전혀 낯선 인물을 보안관 사무실에 연행해 오는데 그가 “그들이 오고 있다. 너희들은 모조리 죽을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들을 주눅들게 한다. 공포를 예고하는 음향 효과는 곧 다가올 장면을 필요하고도 충분하게 암시한다. 사람도 아니고 괴물도 아닌 뱀파이어들이 배로우를 비명 속에 빠뜨린다. 그들은 엄청나게 빠르고, 힘도 가공할 지경이다. 주민들의 목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그들의 모습은 한 마디로 목불인견이다. 하나같이 입가가 피로 물들어 있다. 에벤은 총을 쏴도 죽지 않는 뱀파이어들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별거 중인 연인 스텔라(멜리사 조지 분)와 함께 다락방으로 피신하고 생존자가 더 있는지 살펴본다.

지붕을 뛰어다니는 뱀파이어들

<30DAYS OF NIGHT>는 이제껏 개봉된 공포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붕을 뛰어다니는 뱀파이어들의 움직임도 괴기스럽고 목이나 가슴을 물어뜯기는 상대방을, 카메라는 등 뒤에서 따라다니지 않고 자기 시점에서 찍고 있다. 따라서 관객들은 자신이 뱀파이어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뱀파이어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도 한다. 고통보다는 죽음이 더 낫다고, 신은 없다고.
처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뱀파이어들이 나중에는 계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좀 우스꽝스럽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들이 내지르는 괴성이 환청처럼 남을까 두려울 지경이다. 4천ℓ의 인공 피가 사용되었다고 하니 비위가 약한 사람은 조심할 것. 결말이 좀 황당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의 희생을 즐기는 할리우드의 취향을 어찌하랴. 노약자, 임산부는 절대 관람 불가. 1월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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