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환경 기술’로 지구 패권 노리는가
  • 도쿄·임수택 통신원 ()
  • 승인 2008.01.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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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외교’ 발길 부쩍 늘어…관·산·학 공동 연구에도 박차

 
지난해 12월27일 중국을 방문했던 후쿠다 수상의 방중 결산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환경과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이었다. 양국 간의 정치적인 문제에서는 “인식을 같이했다”라는 다분히 원론적인 수준이었던 점에 비추어볼 때 환경과 과학기술 분야는 구체적이었다. 주요 골자는 △일본이 3년간 1만명의 중국인 연수생을 받아들인다. △민간 기업에 친환경 에너지를 소개하는 거점을 중국에 설치한다. △앞으로 4년간 기후 변동 분야 등에서 일본이 중국의 젊은 연구자를 매년 50명씩 받아들인다는 내용이다.
고이즈미 전 수상 시절 경색되었던 중·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아베가 수상으로 취임하면서 첫 방문지로서 중국을 선택한 데에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 상징성 이면에는 아베 전 수상의 방중에 맞춰 중국이 일본의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정치와 경제적인 면에서 아직도 이해 대립이 첨예한 중·일 관계가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보조를 맞추어가는 형국이다. 일본은 우수한 환경 기술과 노하우를 중국에 판매하고자 하며, 반대로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일본이 갖고 있는 고도의 친환경적인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일본의 환경 외교가 두드러지고 있다. 고무라 외상은 1월2일부터 케냐와 탄자니아를 방문하고 있다. 두 나라와의 경제 협력 및 아프리카 개발회의에 참가하기 위해서이다. 방문 기간 중 지구 온난화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은 2007년 홋카이도에서 선진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의장국이다. 주요 테마 가운데 하나가 환경 문제이다. 2007년 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는 1천명의 친환경 에너지 연수생을 받아들이고 5백명의 전문가를 파견한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국가별 친환경 에너지 목표와 행동 계획 작성을 주창해 중국과 인도 등 15개국으로부터 협조를 이끌어냈다. 또 지난해 9월24일 뉴욕에서 열린 지구 온난화 문제 유엔 고위 레벨의 모임에서도 모리 전 수상이 특사로서 “에너지 효율성 향상에 대해 전세계가 함께 하자”라고 역설했다.
한편 일본 경제산업성은 <원유 가격이 오름에도 불구하고 그간 왜 일본 물가는 오르지 않는가. 경제성장을 해도 왜 원유 소비량이 늘어나지 않는가>라는 영문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자가 개발도상국 당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정치인과 관료들이 대외적으로 환경 기술과 노하우 세일즈에 열성적이다.
 

바이오 연료와 개발도상국 기술 이전에 집중

일본의 환경 문제 대응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온난화 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둘째는 탈화석 연료를 위한 기술 개발이다. 셋째는 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다. 온난화 가스를 줄이기 위한 연구 성과 가운데 도쿄 대학의 노자키 교코 교수팀은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수지(樹脂)의 효율을 좋게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 가을부터 사업화를 시작했다. 이 사업은 도쿄 대학, 도쿄 이과대학, 게이오 대학, 가나자와 대학, 미쓰비시 상사, 스미토모 화학 등 산학 협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미쓰비시 중공업은 이산화탄소를 회수해서 땅속 깊은 곳에 묻는 지하저류기술(CCS)을 개발해 올해부터 유럽의 전력회사와 본격적인 사업화를 구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도요타 자동차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량한 ‘도요타 FCHV’로 연료 성능을 25% 개선했으며, 혼다는 올해부터 연료전지차인 ‘FCX 크라리티’를 일본과 미국에서 판매한다. 마쓰다는 수소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연료 분야의 연구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석유 대신에 생물 자원에서 연료나 수지를 만드는 기술 개발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또 신일본 석유와 도요타 자동차는 자체 개발한 연료를 10% 섞은 경유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 연료는 엔진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5% 이하밖에 섞을 수 없었다. 하지만 새로 만든 연료는 경유와 동등하게 취급한다. 이처럼 자동차 메이커, 석유 회사, 화학 회사들 사이에 새 에너지원을 개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일본경제신문이 실시한 지구 온난화 대책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기술은 연료전지(48.2%)이다. 그 다음이 회수·재활용(42.1%), 생물자원 이용(38.3%) 순이다. 2006년 조사에서는 태양전지, 폐기물 발전이 1, 2위를 차지했지만 이 순서가 바뀐 이유는 바이오 에탄올을 비롯한 이산화탄소가 지하 저류 기술(CCS)의 기술적 과제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익 창출원 인식 확산 힘입어 신전략 산업으로 적극 육성

산업계에서는 교토의정서에 정해진 온난화 가스 삭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화학·제지·시멘트 등 13개 업계는 추가로 1천3백64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계획을 수립했다.
일반 가정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 움직임도 예외는 아니다. 주택의 경우 기존에는 고성능 단열재나 급탕기 그리고 태양광발전장치와 같은 방식으로 에너지 대책을 펴왔다. 한마디로 부분적인 대응일 수밖에 없었다. 주택건설회사인 세키수이 하우수 사는 빛, 바람, 물 등 주택 주위의 환경을 이용해서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아도 냉방이 되는 실험 주택을 만들었다. 마쓰시다 전기산업의 홈페이지에는 최신 제품으로 바꾸면 어느 정도 환경에 공헌하고 전기료가 절감되는지를 진단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또한 가정의 에너지 혁명이라고 불리는 가정용 연료전지의 실용화도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물과 수소의 화학 반응으로 발전하는 장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게 하고 광열비도 절약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싸 실용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인데, 생산 업체들은 증산을 통해 가격 현실화를 서두르고 있다.
환경에 관한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연구하는 것과 더불어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 등에 환경에 대한 기사가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환경 관련 광고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한 광고에는 자기 제품을 사용하면 이산화탄소를 몇 %까지 줄일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정부 및 기업들이 환경에 대한 높은 인식과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친환경적인 기술과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해가고 있다. 정치인 관료 그리고 기업 할 것 없이 환경을 21세기 신전략 산업 및 지속 성장의 원동력으로 받아들이는 일본을 보면 새로운 패권 경쟁의 분위기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지구 환경은 전인류의 공통 과제로서 환경 관련 기술은 21세기 최고의 수익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도 환경은 비용 지출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 환경 시장은 그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정부, 기업, 민간 특히 정치인들이 가속화하는 지구 온난화 흐름 속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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