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입국 내막 자세히 알고 있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 승인 2008.01.0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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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당선인에게 에리카 김 변호사 처음 소개했던 재미교포 사업가 이동연씨 인터뷰

 
만약 누군가 ‘2007년 최악의 커플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커플이 뽑힐까. 신정아·변양균을 꼽는 이들도 있을 테고, 이명박·에리카 김을 거론하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이 지난 한 해 대한민국에 일으킨 파장은 엄청났다.
특히 대선 정국을 온통 ‘BBK’ 물결로 뒤덮은 것도 모자라 대선 이후까지 ‘BBK 특검’으로 악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에리카 김 남매의 대치 상황을 바라보면서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는 또 한 명의 당사자가 있다. 재미교포 사업가인 이동연 (주)한미신용정보회장이다. 그는 1994년 당시 미국을 방문했던 이당선인에게 에리카 김을 처음 소개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BBK 사건의 최초 발단을 제공했던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는 김씨 남매와 이당선인 사이에서 어느 정도 사건의 내막을 중간적 입장에서 진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측근으로 국내 매스컴의 집중 표적이 되었다.
이회장은 지난해 11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에리카 김과 이당선인 간의 첫 만남과 그 이후 과정에 대해 소상히 밝히면서 “에리카 김과 동생 김경준씨 남매의 지나친 출세욕이 이런 화를 불러왔고, 이명박 후보 또한 어른답지 못하게 너무 일을 키운 감이 있다”라고 양측을 모두 비판하기도 했다.
본지에 인터뷰 기사가 게재된 뒤 그는 이후보 캠프측으로부터 “후보와 에리카 김과의 관계에 대해서 너무 예민하게 나갔다”라며 항의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선 직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이 끝나고 난 뒤에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미국 교포 사회의 시각과 입장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좀 있다”라는 뜻을 밝혀왔다.
기자는 약속대로 대선 이후인 지난 1월2일과 3일 양일간에 걸쳐 국제전화를 통해 이회장과 다시 인터뷰를 가졌다. 하지만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인터뷰의 주된 내용은 현재 검찰에서 집중적으로 수사 중인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에 대한 질문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대선이 끝났음에도 BBK는 여전히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미국 현지의 교포 사회 반응은 어떤가?
여기서는 굉장히 좌절감을 느낀다. 교포 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엘리트로서 젊고 똑똑했던 김경준씨가 금의환향해서 고국에 기여하기는커녕 ‘사기꾼’의 불명예와 함께 몰락하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바라보며 교포 사회 전체가 충격을 받고 있다. 또한 그로 인해 전체 교포 2세들에 대한 이미지마저 실추되는 것 같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보는가?
솔직히 한국의 금융 시장이 갖는 허술한 감시 시스템과 만연하는 불법, 그리고 향락적인 문화 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의 IT 붐과 함께 벤처 바람이 불면서 이곳의 많은 교포 1.5세 혹은 2세의 우수한 인재들이 앞다투어 귀국해 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는 열풍이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인재들이 왠지 한국에만 가면 단기간에 딴 사람이 된다. 룸살롱 문화로 대표되는 향락적인 접대 문화를 접하며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한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한국은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이구나’라는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김씨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주가 조작이 성행하고 변칙적인 자금 조달과 부도덕한 자금 운용 등 편법과 불법을 쉽게 볼 수 있는 구멍 뚫린 한국의 금융 구조가 그들에게는 마치 ‘도박의 장’으로 인식된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국내 송환 뒤에 보인 김씨의 행동에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았다.
김씨는 아직도 자신이 중요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그에게 횡령죄를 씌웠지만 김씨는 자신이 남의 돈을 갖고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포인트는 거기에 있다. 자신이 한국에서 금융 기법을 발휘해서 정당하게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벌어들인 돈을 제대로 나눴느냐, 못 나눴느냐 하는 것은 차후의 문제인 셈이다. 그 점이 지금도 스스로를 떳떳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BBK 수사의 2막으로 김씨를 둘러싼 범여권의 기획입국설이 새로운 수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는 김씨나 누나 에리카 김이나 모두 민사소송 승소를 통해 형사소송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피의자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 점에서 한국으로의 송환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과연 대선 전에 들어가야 되느냐, 아니면 (소송을) 마치고 들어가야 되느냐 하는 점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직결되다 보니 시기를 잘 맞추면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때맞춰 한국의 정치권에서도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이런 김씨를 가만두지 않았다.
한국의 정치권에서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인물들을 밝힐 수 있나?
여기는 한국의 여러 유명 인사들과 정치인들이 거쳐 가는 정거장 같은 곳이기는 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유독 지난해 상반기부터 한국의 정치인들이 부쩍 많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김씨 주변과 에리카 김을 찾았다. 대표적인 경우로 통합신당의 Y의원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내가 본 것만 해도…. 또 역시 같은 당의 K의원은 원래 에리카 김과 오래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다. 내가 소개하기도 했고. 그래서 두 사람이 잘 안다. 범여권의 C 전 의원과 장관을 지낸 L 전 의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회창 캠프의 K 전 의원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에리카 김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다. 아마 시기적으로는 그가 이당선인보다 에리카를 더 먼저 알았을 것이다. 모두 나를 매개체로 한 것이지만 에리카 김 또한 제법 한국 정계에 지인이 많다.
그들이 직접 로스앤젤레스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씨를 접촉했다는 뜻인가?
안 그래도 한나라당에서 ‘로스앤젤레스 구치소의 접견 기록서를 조사해보면 다 나올 것이다’라는 어린애 같은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직접 김씨 접견을 하고 접견 기록을 남기겠나. 면회를 절대로 직접 하지는 않는다. 반드시 이곳 교포 사회 측근들을 통한다. 대표적으로 내가 두 명만 거론하겠다. H씨와 P씨 등이다. 모두 이곳 교포 사회 단체장들이다. 범여권과 상당히 밀착돼 있다. 이들이 부탁을 받아 김씨측과의 가교 역할을 맡는다. 물론 그들도 직접 나서지는 못한다. 이곳에서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또 누군가를 통해 부탁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측 인사들은 어땠나?
이당선인측을 말하는 건가. 내가 알기로 이당선인측은 일부러라도 발길을 멀리 한 것 같다.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본 것 아니겠나. 물론 이당선인측과 연결이 닿는 이곳의 교포들이나 또 자칭 이당선인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알아서 에리카 김과 접촉하고 그런 것은 있었다. 그리고 이당선인은 공식적으로 김백준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서 그에게 모두 맡기지 않았나. 오히려 같은 한나라당이면서도 당내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였던 한 유력 정치인 캠프 쪽에서 에리카 김과 접촉하고자 한 것은 있었다. 그 또한 이곳의 교포 1.5세대 및 2세대 사이에 제법 인맥을 갖추고 있었다.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범여권 인사들이나 한나라당 상대 후보측에서 김씨측과 접촉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것만 가지고 기획입국설을 의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단지 몇몇의 정치인들이 뻔질나게 드나들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내가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있겠는가. 나름대로 어떤 근거를 갖고 하는 말이다.
그 근거라고 한다면?
내게 말을 해준 당사자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공개를 안 하고 싶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기자에게 솔직히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나는 한 사람을 알고 있다. 김씨와 같은 구치소 안에 있었던 재미교포 1세 K씨다. 그는 다운타운에서 의류 사업을 하다가 가짜 상표 때문에 로스앤젤레스 구치소에 구속 수감됐고, 그 안에서 김씨와 한 7개월 동안 같이 지냈다. 그한테 많은 얘기를 들었다. 여태까지 내가 했던 얘기는 모두 그의 말을 근거로 해서 한 것이다.
K씨는 현재 거론되는 로스앤젤레스 구치소 동기 신 아무개씨와는 또 다른 인물인가?
다른 인물이다. 신씨는 아직 복역 기간이 남아서 한국으로 송환되어갔고 K씨는 이곳에서 이미 만기 복역으로 출소해서 현재 밖에 나와 있다.
그를 직접 접촉할 수 있나? 그가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가?
그가 자신의 신변 보장을 당부했기 때문에 나도 신상에 대해서 그 이상은 말하기 곤란하다. 기자가 내 말의 신뢰성을 거론해서 나도 할 수 없이 K씨를 거론하게 된 것이다. 그가 전한 말을 들어보면 정치권에서 김씨를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제안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볼 때 김씨가 그런 중요한 문제를 혼자서 그 안에서 갑자기 결정하고 할 수 있었겠나. 에리카 김이나 김씨나 여권 관계자들을 많이 믿었던 것 같다. 당시 K씨는 내게 “현재 안(로스앤젤레스 구치소)에서 김씨는 자기를 이롭게 하는 편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여권과 야권 양측에서 다 제의가 들어왔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 않나?
아무래도 김씨에게 여권 쪽에서 많은 제의가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현재 그의 누나 에리카 김은 왜 안 나서나?
한나라당에서 집권을 하게 되고, 또 범죄인 인도 신청을 한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니까 여러 가지 자신의 신변 문제 때문이라도 좀 조심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동생을 위해서 여권을 믿고 움직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여권에서 힘이 부친 것이다. 그래서 동생인 김씨에 대한 미안함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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