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인재풀은 국민 전체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1.07 15: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박 싱크탱크 백용호 교수 인터뷰/“한반도 대운하는 국민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인 이화여대 백용호 교수는 그동안 이명박 당선인에게 자문해온 학자 그룹의 대표이다. 그는 1996년 이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이래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지금의 국제정책연구원 원장), 시정개발연구원 원장,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등 이당선인의 씽크탱크 역할을 한 연구소들을 빠짐없이 책임졌다. 백교수의 뒤를 이어 국제정책연구원은 서울대 유우익 교수가, 시정개발연구원은 강만수 전 재경부 차관이 맡았다. 지난 대선 때 백교수는 22개 분과로 나뉘어져 있는 바른정책연구원 소속 교수 6백명을 진두지휘해 이당선인의 정책을 마련하는 데 헌신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문하다 보니 이당선인이 평소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이가 드물다. 백교수는 “말보다는 가슴이나 눈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1월3일 오후 3시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백교수를 만나 ‘이명박 정책’과 스타일에 대해 물어 보았다.

이명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궁금하다.
19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후보로 서대문에 출마했다. 이당선인은 그때 종로에 출마했다. 지역이 가깝고 당에서도 경제 관련한 부분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가까워졌다. 당에서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지내다가 그만둔 뒤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을 하며 본격적으로 자문했다. 당선인이 선거법에 걸려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였다. 사실은 당선인이 나를 좋아하기보다는 내가 당선인을 더 좋아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당시 이당선인은 베스트셀러가 된 <신화는 없다>라는 책을 냈다. TV 드라마에서도 다뤘을 정도로 신화적인 존재였다. 굉장히 궁금했다. 그가 어떤 스타일이고 어떤 성격이기에 까다롭다고 알려진 정주영 회장 밑에서 CEO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학문적인 호기심이 있었다.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을 맡았을 당시에도 이당선인을 돕는 학자들이 있었나?
거의 없었다. 서울시장에 나가겠다고 했을 때부터 바른정책연구원 소속 교수들 일부로 실무진을 꾸려 정책 자문을 했다. 이당선인 개인적으로도 자문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 중간 중간에 고비도 있었기 때문에 이탈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볼 때 이번 대선까지 함께 했다.
이당선인이 갖고 있는 정책의 큰 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뒤 ‘정권의 축이 좌에서 우로 넘어갔다’라고 제목을 뽑은 것을 보았다. 두 가지 측면에서 잘못됐다. 하나는 여전히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시각이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정말 그를 모르고 묘사를 했다. 이당선인은 정책에 있어서나 개인 관계에 있어서나 굉장히 실용적이고 유연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든다면?
서울시 교통체계를 개편할 때 버스 회사들이 갖고 있던 노선권과 운영권을 서울시가 회수했다. 준공영제라고 불렀는데 어떻게 보면 아주 사회주의적인 방식이다. 시장주의적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당선인은 시민들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해주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보수적인 정책이냐, 진보적인 정책이냐에 얽매이지 않고 매우 실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서울시장 시절 회의를 할 때도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하면 말단 서기라도 불러 꼬치꼬치 묻곤 했다. 그렇다고 계선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주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직책을 따지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융통성이 있다. 그가 내놓은 정책들이 공교롭게도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낮추고 효율성을 강조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정책이어서 시장 중심적이고 레이건이나 사르코지가 실시한 정책들과 맥이 같을 수 있다. 하지만 실용적인 정책을 택하다 보니까 겹친 것이지 그들을 따라한 것이 아니다. ‘레이건 모델’이나 ‘사르코지 모델’이 아닌 단지 이명박 모델일 뿐이다. 기존 정권이 취했던 정책이냐 아니냐 하는 것 등은 전혀 그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정책적인 면에서 당선인의 또 다른 코드가 있다면?
경제 살리기이다. 그는 서민들에 대한 이해심이 있는 사람이다. 행동 자체가 서민적이다. 서민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복지 정책을 늘리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도 중요하다.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장 당시 청계천 복원 문제를 놓고 졸속이 아니냐고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사실 이당선인은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1년 전부터 거의 매주 학자들을 만나 밤 11시까지 청계천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했다. 매주 토요일 아침 7시30분 회의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다. 한반도 대운하의 경우에도 국민이 많이 염려하지만 당선인은 굉장히 심도 있는 고민을 해왔고 준비해왔다.
하지만 반대하는 흐름도 거세다.
대운하 사업도 많은 갈등이 있겠지만 의견을 수렴해가면 화합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갈등을 푸는 과정을 보고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성공시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당선인의 추진력이나 능력을 볼 때 국민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되리라고 본다. 대운하도 청계천 사업처럼 ‘작품’이다. 대운하는 토목 공사가 아니라 국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이다. 완성하면 엄청난 관광 자원은 물론 관광 산업과 문화 산업, 정보통신 산업이 어우러진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이당선인이 정책을 추진하는 스타일은 어떤 모습인가.
계획은 굉장히 치밀하게 한다. 그러나 계획이 정해지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아주 심혈을 기울여 시행한다. 그렇다 보니 추진력이 강하다. 사람들은 밀어붙인다고 하는데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 단계에서 준비를 많이 한다.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으로 오래 고민한 산물이 한반도 대운하이다.
이당선인은 이 일 할 때는 이 사람 쓰고, 저 일 할 때는 저 사람 쓰는 스타일 같다. ‘내 사람’ 개념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맞다. 그래서 속상해 하는 사람도 있다. 이당선인의 인재풀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국민 전체’라고 말하고 싶다. 일 중심으로 가장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가장 많이 본다.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바람직한 방식이다. 당선인을 향해 열정을 바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조건이기는 하다.
과거 같으면 인수위에 진입하면 청와대 등으로 갔다. 이번에는 어떨 것이라고 보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수위 활동으로만 끝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본다. 적합한 인물이냐를 볼 뿐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사단’은 없는 것인가?
자연스럽게 운명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 사후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이명박’ 하면 친기업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이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하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친시장주의적인 사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환경이 나아지고 기업인들에 대한 시각이 변하고 규제가 완화되어야 경제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친기업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추진한다고 보는 것은 한 쪽 면만 보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아야 한다. 경제가 살고 기업이 살아야 복지 혜택도 증가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나 시장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당선인은 이렇게 생각한다. 경제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장 중심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시장이 실패하는 부분도 있고 시장이 충분히 아우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어느 나라든지 법과 질서가 무너지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법은 공평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당분간 모든 정책의 초점이 경제 살리기에 맞춰지나?
그렇다. 경제 성장의 혜택이 아랫목까지 전달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과실이 강자들에게만 돌아간다면 사회 갈등 요인이 된다. 이당선인은 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