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민자 유치 단계까지 갔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1.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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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2인자’ 이재오 의원 인터뷰/ “상반기에 특별법 통과…하반기부터 본격 공사 시작”

 
요즘 ‘2인자’로 불리는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과의 인터뷰는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이루어졌다. 세밑 국회의원회관은 한가했지만 그의 방에는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약속된 인터뷰 시간을 그들이 잡아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1월2일 서울 은평구에 있는 지구당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이의원을 만났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이번에도 10여 명이 그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의원과의 인터뷰는 ‘한반도 대운하’에 집중되었다. 그를 만난 날은 대운하의 추진 여부와 시기·방법을 놓고 논쟁이 한참 뜨겁게 불붙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 추진’에 관한 한 이의원은 거침이 없었다. 소신은 뚜렷했고 의지는 강했다. 그는 “운하 건설은 결정 난 사항이다. 민자를 유치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 상반기 중에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정보고서를 돌린 뒤 지역구에 있는 버스 기사들과 점심을 하고 왔다는 그는 빠른 속도로 이를 닦더니 자리에 앉았다. 두툼한 점퍼와 모자가 인상적이었다.

대운하는 추진하기로 결정된 것인가?
대선 공약이다. 거짓말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 부흥의 계기로 삼겠다며 내놓은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나 환경 영향 평가, 물길을 돌리는 문제 등은 검토가 되어야겠지만 하고 안 하고는 물 건너간 것이다. 언제 어떻게 잘하느냐의 문제이다. 1996년부터 얘기해온 것인데 당선되니까 안 하겠다고 할 수 있나. 결정 난 사안이다.
대운하를 왜 하려고 하는 것인가?
한반도 국토를 재창조하는 것이다. 썩은 물을 파내고 준설해 원래 하천을 복원한다. 지천에서 강으로 흘러들어오는 물도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들어 정화한다. 이런 과정에 지방 건설 업체들이 참여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실업자가 없어지면서 경기가 살아날 것이다. 10년, 20년 뒤의 나라 모습을 내다보고 흐름을 이렇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 논란이 거세다.
첫째 이해의 부족이고, 둘째 견해가 상충하는 것이다. 운하를 만드는 과정에서 논의되는 문제이다. 운하 건설은 국가 비전의 문제이다.
일부에서는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하하. 운하를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지지가 높았지 않나.
대선 결과를 운하 추진에 대한 지지로 보는 것은 비약 아닌가?
대운하는 정책이 아니라 비전이다. 이명박 정부가 사활을 걸 부분이다. 새만금이나 과학도시 건설도 비전이다. 그러나 이들 문제와 달리 운하는 준비가 다 되었다. 회사를 선정하는 단계이다. 5대 기업체에 민자 유치를 타진하는 단계에 와 있다.
설명회를 했다고 했는데,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서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어떻게 참여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참여해야 청계천처럼 구간을 나누어 맡을 것 아닌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 민자 유치 단계까지 갔다.
특별법도 다 만들어져 있나?
제출만 하면 된다. 법이 통과되면 건설교통부·환경부·수자원공사 등 관련 있는 기관을 총괄할 운하특별위원회나 추진단을 대통령 산하에 만들어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런 조직은 언제쯤 만들어지나?
대통령 취임하고 나면 일정에 따라서 진행할 것이다.
특별법은 하반기에 처리할 생각인가?
아니다. 상반기 중에 해야 한다. 그래서 총선이 중요하다. 총선 전에 경부 운하를 포함해 호남·충청 운하가 모두 삽을 떠야 한다. 자전거 타고 돌아보았는데 호남·충청 운하는 돈도 많이 안 들고 쉽다.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해야 한다.
운하 건설과 관련해 네덜란드 쪽으로부터 협조를 받았나?
네덜란드 사람들이 두 번 왔다 갔다. 자기들이 전액 투자해서 건설할 테니 30년간 운영권을 달라고 했다. 그 정도로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보았고 의욕을 보였다.
대운하가 만들어진다면 과연 경제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인가?
고속도로를 통해 육로로 운반하는 것은 한계가 왔다. 새로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운하를 뚫는 것이 자연 파괴가 덜하다. 또 운하는 싣고 내리고 할 필요 없이 바로 바다를 통해 나갈 수 있다. 물류 비용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식수원이 오염될 경우를 대비해 별도로 식수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강변 외곽을 파 식수를 공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력하다. 구체적으로 검토도 했다.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고, 이제 참여할 민자만 유치하면 되는 단계이다.
반대하는 흐름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지 않나?
현실적 이해관계로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장기적인 미래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경부고속도로 만들 때나 청계천 만들 때도 반대가 심했다. 긴 안목에서 설득하고 비전을 갖고 지도자가 이끌어야 한다. 끊임없이 설득하고 안을 검토할 것이다. 하지만 운하를 안 하는 일은 없다.
이의원은 언제부터 운하에 관심을 가졌나?
1996년 이명박 당선인으로부터 운하 계획을 듣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군사 독재만 물러가면 다 되는 줄 알았다. 당선인은 그 이후 나라 경영 계획까지 갖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 나라를 새롭게 하는 것이 군사 독재에 대항해 싸웠던 민주화 열정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온갖 욕 먹고, 돌팔매 맞고 심지어 최고위원 자리까지 던지면서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은 변함없었다. 전처럼 정치 투쟁 같은 것은 그만두고 운하만은 내가 책임지고 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선 결과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이러한 것을 해야 한다는 새 정부의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대통령이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 국민이 돕고 뒷받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때 공천하고 선거 치르면 된다. 그러면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안정시켜 사업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청사진 없이 공천만 달랑 주거나 공천 싸움을 하면 지지하지 않는다.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면서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제2의 대선’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이명박 브랜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지역구 브랜드로는 안 된다. 개인에 대한 선호도는 지역마다 다 다르지 않나. 국민들에게 청사진을 줘야 한다. 개인의 유불리가 아니라 큰 틀에서 전략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공천 시기를 놓고 박근혜 전 대표측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잘못 말하면 싸움 난다. 그 얘기는 하지 말자.
‘정치인 박근혜’를 어떻게 평가하나?
좋은 분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영남 중심 당이었기 때문에 총선에서 영남 쪽을 많이 물갈이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있다.
한나라당이 역대 선거 중 수도권에서 이긴 것은 처음이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정당이다. 이런 흐름을 따를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당선될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 나와 원수진 사람이라도 당선될 사람이면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
당청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
야당 때는 권력을 분점할 수밖에 없다. 여당 때는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해야 미래가 있다. 5년 뒤 실패하면 한나라당 미래도 없다. 여당은 야당 때와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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