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출판사 차리나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 승인 2008.01.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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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측근들에게 언급…대선 참패로 정치 활동 계획은 포기한 듯

노무현 대통령은 1946년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63세가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퇴임 당시 나이가 각각 72세와 78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젊은 편이다. 앞서 퇴임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 당시 각각 58세와 62세였지만, 이들은 퇴임 직후 과거 비리에 연루되어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했다. 노대통령 또한 지난해 5월 한 회의석상에서 “아직 나이도 있고, 법만 안 그러면 대통령 한 번 더 나와도 늙었다 소리 안 들을 만한 나이지만…”이라며 우회적으로 자신의 ‘젊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노대통령의 퇴임 이후 활동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노대통령은 2월25일 대통령 이·취임식과 동시에 곧바로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사저로 내려갈 예정이다. 그동안 노대통령의 퇴임 후 거취에 대한 언급은 정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어 왔다. 당초 노대통령은 퇴임 후 바로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수도권 인근에서 장기 임대주택을 얻어 거처하며 연구 활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계획은 봉하마을의 개발과 함께 퇴임 이후 곧바로 고향에 내려가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한때 봉하마을에 ‘노무현 기념관’ 혹은 ‘노사모 기념관’을 만들겠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노무현 기념관은 지난해 4월 김해의 인제대학교에서 만드는 것으로 정리되기도 했다.

 

“일종의 정책 연구소 차려 연구·저술 활동 펼칠 계획”

지난해 5월30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열린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노대통령은 “내가 이제 고향으로 내려간다.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한 사람의 도덕적 의무로 내려가는 것이다. 실제로 내려가서 활동할 것이다. 균형발전을 위해서 앞으로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라는 심경을 피력했다. 이 발언은 고향에 내려가지만 지방에서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활동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었다. 지난해 12월14일 열린 ‘균형발전 정책보고회’에서는 “임기를 마치면 고향에 가는데, 균형발전의 마지막 단계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이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간다. 사회적 활동도 지방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균형발전과 살기 좋은 농촌, 살기 좋은 생태 환경과 관련된 모델을 만들어 보려 한다”라고 좀더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가장 가깝게는 지난해 12월26일 김해 출신의 지역 공무원을 만난 자리에서 “퇴임 후 내년 총선에 정부 인사들을 많이 좀 내보내려 했는데, 이제 그런 생각 접었다. 퇴임 이후 정치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2월25일 퇴임과 동시에 곧바로 차량으로 김해로 내려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당초는 총선 등의 정치 활동도 일정 부분 염두에 두었음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지난 17대 대선에서의 참패 결과가 나오면서 이같은 방침을 완전히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대통령의 언급은 어떤 외부 활동 없이 고향에서 조용히 생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노대통령은 1월 초 청와대에서 측근 인사들에게 신년 인사를 받는 자리에서 퇴임 후 활동 계획에 대한 또 다른 심경의 일단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대통령께서 정부 인사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퇴임 후 청와대에서 나오면 출판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이는 영리 사업을 하는 일반 출판사의 성격이 아니라 일종의 정책연구소와 같은 성격의 곳에서 연구 활동도 하고 저술 활동도 하는 비영리 사업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노대통령의 구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와 직접적인 비교를 할 만큼 구체성을 띤 것으로 알려졌다. 즉 김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게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으로 ‘김대중 도서관’을 운영했지만, 자신은 그 돈으로 출판 사업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은 ‘전직 대통령을 위한 기념 사업을 민간 단체 등이 추진하는 경우에는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대중 도서관 역시 이 규정에 의거해 현 정부에서 약 60억원을 국고보조금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이 정책연구소와 출판 사업을 언급한 것은 인제대에서 약속한 노무현 기념관과는 별개의 성격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인제대에서 현재 노대통령의 퇴임이 임박했음에도 구체적인 안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인원과 장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얘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바 있는 모 인사가 현재 총괄해서 (사업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과 장소는 서울이나 혹은 수도권이 될 것이다”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노대통령 주변에서도 퇴임 이후 활동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생태계 복원과 숲 가꾸기 운동 등 환경운동에 주력할 것이다”라는 의견부터 “지방분권과 시민주권 사회 실현을 위한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다”라는 얘기도 있다. “정책연구소를 설립해 대통령제 개헌 등 정치 현안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의견을 활발히 피력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하는 인사도 있다. 이런 가운데 노대통령이 출판 사업을 언급한 것은 고향에 내려가더라도 가장 소극적으로나마 현실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확정된 것은 없으며, 연구 활동과 출판 사업 역시 여러 구상 중의 하나로 검토 중인 것은 맞다”라고 밝혔다. 그는 장소와 인적 구성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 2월 말께나 되어야 (퇴임 후 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답이 나올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상자 기사 참조)
현재 노대통령을 따라 봉하마을로 함께 내려가는 비서들은 문용욱 청와대 1부속실장과 김경수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포함한 4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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