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효용’없이 경제 대통령도 없다
  •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 ()
  • 승인 2008.01.1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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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의 정권 인수 작업이 한창이다.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걸맞게 벌써부터 경제 관련 조처들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를 살려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감은 차기 정부의 각종 경제 조처들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 이미지가 강해 분배보다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 하는 논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해묵은 논쟁이 되어야 한다. 또한 보수 진영은 성장을 우선시하고, 진보 진영은 분배를 우선시한다는 생각도 떨쳐내야 할 고정관념이다. 국민은 이념적인 부분을 고려해 이명박 당선인을 뽑지 않았다.

덩샤오핑과 사르코지 개혁의 교훈

얼마 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행복은 GDP 순이 아니라며 삶의 질까지 반영한 새로운 경제지표를 개발하는 일에 나섰다. 중도 우파인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 뒤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 자크 아탈리에게 성장촉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는 등 경제 침체에 대한 ‘프랑스적 해법’을 모색해왔다. 이번 새 경제지표 개발은 신자유주의를 비판해왔던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와 1988년 노벨상 수상자인 인도 출신의 아마르티아 센 박사가 맡았다.
중국의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되는 덩샤오핑도 경제 개혁을 앞세웠다. ‘사고의 해방’을 강조하면서도 관념적인 이념 투쟁에 몰입하지 않고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때문에 덩샤오핑의 개혁은 성공했으며, 지금까지도 중국의 모든 정책에 그의 정신이 녹아 있다.
지난 1월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형오 부위원장은 “복지라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고 국민적 요청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복지 부분은 이명박 체제의 중심 부서가 될 수밖에 없으며, 미래 성장과 복지, 효율과 배려, 공공과 민간의 역할과 기능을 고려해 복지 체계가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맞다. 복지는 시대적 소명이다. 이명박 정부의 모토는 ‘섬김의 정부’라고 한다. 섬긴다는 것은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눈을 돌려 그들의 아픔을 보살피는 것이다. 예수의 정신을 중시하는 이명박 당선인이니 만큼 분배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일반화된 고정관념보다는 국민의 아픈 발과 눈을 씻겨주어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효용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둘 다 국민 생활의 양축이다. 서울시장에 재직할 때 전체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장애인을 포함한 노약자들을 편안하게 한 이명박 당선인은 이 양축을 잘 알고 있으리라 기대한다.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꽝꽝 얼어버린 국민들의 시린 가슴에 이명박 정부가 ‘성장’ 이데올로기에만 매몰되지 말고 효용과 행복의 미학을 통해 훈풍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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