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둘러싼 ‘YS 그림자’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1.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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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사람들’, 인수위에 적잖이 포진…차남 현철씨는 은근히 공천 압박

지난 1월1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은 고급차들로 붐볐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팔순 잔치가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팔순 잔치에는 이명박 당선인과 전·현직 정치인·관료 등 6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대호황을 이루었다. 이날 참석자들 사이를 오가며 활발히 인사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였다. 팔순 잔치의 주인공은 YS였지만, 주목된 인물은 현철씨였다. 사실상 현철씨는 이날 출마 선언을 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YS가 당선인에게 세를 보여주며 아들을 공천하라고 말없이 압박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1주일 뒤인 1월18일 현철씨는 이번 총선에 경남 거제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 출마하지 않겠다”라고 배수진을 쳤다. 거제 지역 현 의원은 3선인 김기춘 의원인데 그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지원했다. 아버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현철씨가 이번에는 소원을 이룰지 두고 볼 일이다.

 

정치 행태 닮은꼴…“이당선인의 정치적 아버지는 YS”

비단 현철씨 일이 아니어도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당선인과 YS’가 화제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당선인의 정치적 아버지가 YS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당선인을 처음 정치에 입문시킨 사람이 YS이고, 돌파력이나 추진력 등 두 사람의 정치 행태가 닮았다는 것이다. 인수위원회의 인적인 측면을 들여다보아도 ‘김영삼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출범하는 기획재정부 초대 장관 기용이 유력시되는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에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냈다. 당선인 정책자문위원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YS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시 당선인 자문위원인 인하대 이영희 교수는 YS 때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냈다. 인수위 외교·통일 분과 간사인 박진 의원도 YS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었다. YS 정권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깊은 박재완 정부 혁신·규제 개혁 TF팀장, 구해우 외교·통일·안보 분과 자문위원 등 ‘선진화 세력’이 인수위에 포진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수위에는 없지만 YS 정권 때 당 대변인과 원내총무 등을 하며 ‘잘 나갔던’ 박희태 의원은 이른바 ‘6인 회의’ 멤버로 이당선인의 핵심 측근으로 떠올랐다.
10년 야당 생활 이후 집권했기 때문에 인재풀이 넉넉지 않다고 해도 ‘경제 살리기’의 상징이 된 이당선인이 ‘외환위기의 상징’인 김 전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것은 썩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다. 4월 총선과 관련해서도 문정수 전 부산시장, 박종웅 전 의원 등 ‘YS맨’들이 출마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앞으로 각료 인선이 본격화하면 ‘YS 세력’은 더욱 기세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부활은 인수위 주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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