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걱정 말고 뮤지컬아 힘내라
  • 현수정 (<더뮤지컬> 수석 기자) ()
  • 승인 2008.01.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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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형 창작물들 연이어 실패…대기업·창투사 중심으로 투자 늘어나 기대감 ‘솔솔’

 
지난해 뮤지컬 업계는 대형 창작 뮤지컬의 연이은 실패로 창작 인력의 부족과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의 부재를 절감했다. 그로 인해 올해의 경우 대형 창작 뮤지컬의 제작 소식을 접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뮤지컬 투자 시장은 계속 확대될 추세이다. 아직 수익을 내는 개별 작품은 많지 않으나, 뮤지컬 시장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뮤지컬 시장에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진 것은 최근 2년 사이. 1990년대에 <42번가> 등의 라이선스 공연에 거액을 투입했던 삼성영상사업단이 철수한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서 SJ엔터테인먼트, 코리아픽처스, 기타 창업투자사(이하 창투사)들이 <오페라의 유령> 등에 자금을 대면서 국내 뮤지컬에 투자라는 개념을 형성시켰다. 당시에는 시장이 넓지 않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투자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다수가 2년 전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대기업, 창투사들이다. 현재 뮤지컬 시장의 자본은 공동 제작 형태로 자금을 대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등 산업 자본과 창투사, 자산 운용사의 금융 자본으로 나눌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펀드사와 자산 운용사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엠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 그리고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이다. 엠벤처투자는 엠뮤지컬컴퍼니의 <실연남녀> <하루>,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지킬 앤 하이드> <그리스> <맨 오브 라만차> <나인> 등에 투자해왔다. 쇼틱의 <소리도둑> <내 마음의 풍금> 등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2백억~3백억원 정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퀴담> <노트르담 드 파리> 등에 투자를 했다. 이 회사에는 정부 출자 자금이 들어가 있는 만큼 창작 공연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인터파크ENT 등으로 이루어진 투자 조합의 펀드를 운용 중인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토요일 밤의 열기> <노트르담 드 파리> <싱글즈> 등에 투자해왔다. 올해는 뮤지컬 분야에 50억원 정도의 투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현재까지 자금과 마케팅의 측면에서 관여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배급사를 추구하며 설앤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 뮤지컬해븐프로덕션, 쇼노트, 트라이프로 등의 제작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평균 20~25편의 작품에 공동 제작 형식의 투자를 했고, 작품마다 다르지만 투자 지분은 제작비의 40% 정도이며 수익은 투자 비용의 10~15% 정도이다. <캣츠> <지킬 앤 하이드> <뷰티풀 게임> <벽을 뚫는 남자> <나인> 등 2007년 공연계에 투입한 자금은 약 2백억원이다. <하이스쿨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등의 판권을 가지고 있다.
인터파크ENT의 경우 창투사와 자산 운용사의 펀드를 통해 투자를 하는 동시에 작품들에 공동 제작 형식으로 직접 참여하고 있다. <토요일 밤의 열기> <시카고> <컨츄리보이 스캣> <헤어스프레이> <싱글즈> <맘마미아> 등에 투자 혹은 공동 제작 형식으로 자본을 투여했다.
그 외에 싸이더스FNH는 악어컴퍼니의 지분 25%를, 크레디아는 쇼틱의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다. 내년부터 싸이더스FNH는 <은행나무 침대> 등 자사가 보유한 콘텐츠의 뮤지컬 제작에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MBC프로덕션, iMBC, SBS본사, SBSi 등의 방송사들 역시 제작과 투자를 겸하고 있는데, 현물 투자 이외에 방송 광고비를 담당하는 형식이다. MBC는 2007년 <대장금>(프로덕션) <싱글즈>(iMBC) 등, SBS 본사는 <노트르담 드 파리> <댄싱 섀도우> <맘마미아> 등을 공동 제작하며 투자했다.
그 외에 호암아트홀(크레디아), 충무아트홀 등의 공연장이 대관료의 형식으로 투자해왔다. 특히 충무아트홀은 30~70%의 지분을 대며 공동 제작으로 작품에 관여하고 있다.

영화계에 투자되던 자금 일부 유입 전망도

올해에는 SM엔터테인먼트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재너두>를 시작으로 뮤지컬 업계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샤롯데씨어터 역시 기획팀을 새로 꾸리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롯데 역시 뮤지컬 사업에 착수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중앙일보 계열의 일간스포츠 또한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해외 뮤지컬의 공연권을 갖고 있는 설앤컴퍼니의 일정 지분을 인수하면서 뮤지컬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외 공연장 사업과 관계된 대성산업, 대림산업 등 대기업들이 있다. 또한 올해의 경우 영화 시장이 축소되면서 영화계에 투자되던 자금들의 일부가 뮤지컬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시장의 경우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작품들이 첫선을 보이는 ‘오프 브로드웨이’ 시장과 비슷한 상황이다. 제작사가 유리한 환경에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질뿐 아니라 수익 구조와 데이터가 투명하게 제시되는 안정된 마켓이 만들어져야 한다. 안정된 시장만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아직 뮤지컬 시장이 비교적 리스크가 적고 매력적이지만, 초기 투자금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영화에서처럼 자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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