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를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 김홍신 (소설가) ()
  • 승인 2008.01.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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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을 줄이려는 새 정부의 청사진이 마땅한 처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가닥 걱정이 앞선다. 작은 정부란 효율적 정부를 뜻 하는 것이지 무조건 숫자를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를 외면하니까 덮어놓고 참여정부와 반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새 정부는 조직 개편을 하면서 통일부를 외교통일부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명박 당선인의 거시적 안목이 의심스럽다. 당선인은 제발 좁은 안목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너른 가슴으로 천하를 살피기 바란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무섭게 질주하는 선진 강국들은 미래를 예견하고 투시하며 전후좌우를 면밀히 가늠하며 내달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멈칫거리는 동안 저들은 저만큼 앞장서 달려가고 있다.
이런 발전 속도라면 머지않아 한-일, 한-중 해저터널과 연륙교가 설치되어, 배와 비행기로 넘나들던 일본과 중국을 자동차로 왕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미래를 설계할 때이지 대운하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를 미루어보면 오래지 않아 중국의 거대한 경제 블랙홀에 한국, 일본, 타이완, 싱가포르는 물론 아시아 전체가 빨려 들어갈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삽시간에 세계 경제가 개편되어 중국이 중심축으로 떠오를 것이다.
블랙홀에 한 번 빨려 들어가면 헤어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우리는 서둘러 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않을 지혜를 발굴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북한·중국의 동북 3성·러시아 연해주를 아우르는 ‘발해 경제 블록’을 형성해야 한다. 발해 경제 블록의 시초는 북한과의 경제 협력과 화해 상생 마당을 펼치는 것이다. 우선 철도가 연결되어 부산과 여수에서 출발한 기차가 개성, 평양을 거쳐 중국, 러시아를 지나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거시 경제의 헤게모니를 모색해야 한다.
선진 경제 강국들은 거개가 인구 8천만명 이상의 충분한 내수와 노동력을 확보해 세계적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남북 통일이 되면 우리도 8천만명의 세계 최고급 노동력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동토 시베리아와 불타는 사하라 사막, 그리고 극한의 땅 남극까지도 거침없이 진출할 여력을 갖추게 된다.

‘북한’과의 상생이 우리 민족 살길

남북 문제는 과거형 민족 감정으로 다루지 말고 미래형 포용 정책으로 다루어야 한다. 동족끼리 종교나 이념으로 분열된 나라는 끊임없이 경제·군사·영토 갈등을 겪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국제 질서의 여러 유형을 새겨보아야 한다. 여러 해 전에 북한 고위 인사가 ‘불바다’ 발언을 하자 대한민국은 생필품 사재기로 경황이 없었다. 그러나 재작년에 북한이 핵개발을 선언해서 전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놀라우리 만큼 동요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남북 통일이 될 때까지만 운용되는 조직이 아니라 통일 이후의 민족사와 국가 전략까지 담당해야 할 조직이어야 한다. 통일부는 한민족만이 짊어져야 할 원대한 숙제이니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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