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도 모이고 S라인도 모여라?
  • 김지혜 기자 karam1117@sisapress.com ()
  • 승인 2008.03.03 1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정부 인사 둘러싸고 신조어 만발 SKT·BBN 등 파생 단어도 줄이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고소영’과 ‘강부자’라는 단어를 듣고 연예인을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대신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인맥으로 채워진 ‘고소영 청와대, 강부자 내각’을 떠올린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이대통령의 청와대와 내각 인사에 대한 국민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명단이 발표된 뒤 유명세를 탄 신조어는 ‘고소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이들이 고대-소망교회-영남 인맥에 편중되어 있는 데 착안해 첫 글자만 딴 것이다. 학연·지연에 종교적 편향까지 드러내는 듯한 이대통령의 인사를 비꼬는 말이었다. 네티즌들은 “머지않아 청와대는 ‘고소영’이 장악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서울시청 출신 사람들은 금상첨화이다. 서울의 S자를 더해 ‘고소영 S라인’이라고 불린다. 경북 출신이면서 이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있을 때 함께 일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과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이 이에 해당한다.
‘SKY’와 ‘SKT’도 새로운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의미했던 SKY는 소망교회(S)-고려대(K)-영남(Y) 출신 인사들을 지칭하는 의미로, SKT는 통신회사 SK텔레콤 대신 소망교회(S)-고려대(K)-테니스(T) 인맥을 의미하는 단어로 바뀌었다. ‘더블SK’도 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더블S 더블K’라고도 한다. 서울시에서 근무했고(S)-경상도 출신이며(K)-소망교회를 다니고(S)-고려대 출신(K)에 속한 이대통령의 측근들을 가리킨다.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 요건은 단순하다. ‘영남 출신, 고려대 동문, 소망교회, 서울시 근무, 테니스 인맥’을 돌아가며 조합했을 뿐이다.
 
장관 후보자가 발표된 후 가장 유행한 신조어는 ‘강부자’이다. ‘강남에 사는 땅 부자’라는 뜻이다. 강남에 살며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고, 자녀를 위장 전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강남 금싸라기 땅의 실제 소유자’라는 뜻의 ‘강금실’도 덩달아 유행했다. 경향신문은 BBK가 잠잠해지니 이제는 ‘BBN’이 출범한다는 만평을 보도했다. ‘부동산 부자들의 내각’의 준말이다. ‘BBN’ 장관 후보자들은 어설픈 해명으로 국민의 반감을 부추기다가 결국 여론에 밀려 사퇴했다. ‘서초동 오피스텔은 유방암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자 남편이 감사하다면서 사준 것’이라던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와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해서 절대 농지를 산 것’이라며 투기 의혹을 부인하던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그랬다.

“비판 수용해 ‘나·경·원’ 소리 듣지 않는 정부 되기를”

 
지금 유행하는 신조어들은 단순한 꼬집기를 넘어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편중 인사와 부실한 검증, 서민을 대변하지 않는 후보들을 지명한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립국어원의 신조어 사전에 ‘놈현스럽다’가 기재되어 논란이 일었다.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라는 뜻의 이 단어는 국민 의 뇌리에 남았고 노무현 정권은 끝까지 신뢰를 얻지 못했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가 이번 장관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있었던 비판을 적절히 수용하고 신뢰를 얻을 것인지, 아니면 미디어오늘의 2월26일자 만평 내용처럼 ‘나경원’(나 참! 이런 몹쓸 경우가 원!)으로 남을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