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고공 비행’, 언제까지 가나
  • 강수연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 ) ()
  • 승인 2008.03.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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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애그플레이션 우려…주요 곡물 수출국 ‘자원 무기화’ 현상 두드러질 듯

 
한국의 대표 식품 기업 농심은 지난 2월20일부터 라면과 스낵의 소비자가격을 평균 11.3%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27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라면값 인상’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이 또다시 밀에 대한 수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밀 가격이 하루에만 20% 이상 급등했다. 이렇게 높아진 곡물 가격은 사료 비용을 증대시켜 축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소비자들의 음식료 인상의 원인이 되는 등 곡물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소비 시장에 전이(轉移)되면서 실물 경제에 여러 파급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시장이 동반 급락하고 상품 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에서도, 곡물 가격과 관련된 주식들은 시황과 무관하게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현재 인류는 유례 없는 식품 인플레이션(애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고, 이러한 상승세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작황 부진•곡물 수출국의 공급 제한 등이 가격 상승 부채질

곡물 가격 상승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공급량에 비해 월등히 증가하는 소비량으로 인한 수급의 불균형이라고 볼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주요 생산국의 작황 부진과 곡물을 투자 대안으로 보는 투자의 급증, 자국 내 가격 상승을 염려해 금지 관세를 적용하는 등 곡물 자원을 통제하는 국가 정책으로 인한 공급 제한으로 세계 곡물 재고량이 권장 곡물 재고율인 18~19%를 하회하는 15%선일 것으로 관측되면서 공급 측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대와 사료 수요 확대,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곡물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앞에서 언급된 곡물 가격 상승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가격 상승 랠리가 쉽게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작황 부진이 생산량 저하로 나타나고, 이는 재고율 하락으로 이어져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야기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현상이 단시일 내에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금리 인하와 변동성이 커진 주식시장 등에서 갈 곳을 잃은 글로벌 투자 자금들이 상품 시장으로 몰리면서 투기 자본의 곡물 시장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50년만에 최악의 폭설이 내린 중국 남쪽 지역의 주요 곡창 지대의 피해도 커서 향후 곡물의 원활한 공급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곡물 가격 상승이 주요 곡물 수출국의 ‘자원의 무기화’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되어 당분간 국제 곡물 가격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짐 로저스 상품투자 전문가는 “30억명의 아시아인들이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때문에 입맛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의 관점으로 본다면, 한정된 경지 면적에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료나 종자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비료 업체나 종자·종묘 기업, 해외 장기 계약으로 대규모 농작지를 보유한 곡물 관련 기업, 혹은 관련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우려보다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의 시대에 기회를 만드는 현명한 투자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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