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용기 전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의’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3.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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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교수
 
이상묵 서울대 교수(46·지구환경학부)의 아주 특별한 수업은 지난 한 주 내내 감동을 자아냈다. 오직 머리만 움직일 뿐 팔과 다리가 끈으로 묶인 채 전동 휠체어에 실려 강의를 하는 모습은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떠올리게 했다.
‘인간 승리’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이교수는 지난 2006년 7월 학생들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 지역을 탐사하던 중 차량 전복 사고를 당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온몸이 마비되었다. 이교수는 당시 자신의 몸뚱이를 느끼지 못하게 되자 “인생이 끝났다”라며 실의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강단 복귀의 꿈을 버리지 않고 로스앤젤레스 재활병원에서 ‘컴퓨터를 활용한 재활 치료’에 전념하며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는 입과 눈으로 작동할 수 있는 수십 가지 첨단 장비를 익히고 소프트웨어를 배워 강의 능력을 갖추었고, 마침내 지난해 1학기부터는 고대하던 강단에 다시 설 수 있었다.
이교수가 뛰어난 언변으로 능숙하게 수업을 끝내는 장면은 많은 장애인들에게 무한한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었다.
전동 휠체어에 달린 PC, 인터넷, 음성 인식 프로그램, 입으로 작동하는 마우스 등은 이교수가 장애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강의와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장치들을 이용하면 이교수와 같은 중증 장애인들이 집 밖에서도 사회인으로서 당당히 맡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교수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요청에 따라 장애인의 취업과 재활을 돕기 위한 봉사 활동에 나선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지난 3월6일 이교수에게 장애인 보조 장비의 국산화, 장애인 직업 개발, 미국의 재활 서비스 도입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이교수에게서 호킹 박사 외에 낙마 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은 뒤 척추장애인 재단을 설립한 영원한 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꿍따리 샤바라>의 강원래,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타다 등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전해지면서 한국 사회의 장애인 실상을 환기시키곤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교수의 특별한 강의로 생겨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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