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이라면 고소할 수 있었겠나”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3.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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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전 장관의 해명 / “대기업에서 돈 받은 적 없다”
 
박철언 전 장관은 ‘1백76억원 사건’과 관련해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몇 시간씩 기자들과 문답하며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핵심은 자신은 돈을 횡령당한 피해자이며 그 돈은 비자금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두 차례 기자회견과 측근들의 언급을 종합해 이번 사건에 대한 박 전 장관의 입장을 정리했다.
▒ 돈의 출처: 1987년 한국복지통일연구소를 설립한 뒤 나와 가족, 친지, 친구 등이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갹출해 모은 돈이다. 선친에게서 받은 유산과 사회 생활을 하면서 번 돈, 아무런 조건 없이 받은 협찬금 등이다. 비자금이라면 내가 고소할 수 있었겠나. 전직 대통령이 받은 것도 드러나는 세상에 내 것만 알려지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 나는 대기업으로부터 돈 한 푼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과거 검찰 조사에서도 다 나온 사안이다.
▒ 돈, 왜 ㄱ교수에게 갔나: 1986년 ㄱ교수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교수의 소개로 서울 한 호텔에서 ㄱ교수를 처음 만났다. 그녀가 은행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높은 이자를 받아주겠다고 해 1998년 말~1999년 초부터 일부 돈을 맡기기 시작했다. 제법 이익을 내면서 맡기는 액수가 많아졌다. 52개 계좌에 1~5년짜리 금전신탁 상품 등의 형태로 돈을 넣어놓았다. 2006년 7월 연구소를 재단법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은행에 가보니 통장에 들어 있던 원금의 95%가량이 없어졌다.
재단 만드는 작업은 정치에서 은퇴한 2004년 이후 본격화했다. 1년 4개월 동안 집필해 2005년 8월에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이라는 책을 냈다. 그 뒤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자 그해 30억원을 갚았고 지난해에도 일부를 갚았지만 그 후 약속을 지키지 않아 고소하게 되었다. (ㄱ교수가) 돈을 횡령한 사실도 인정했고 그쪽 변호사가 돈이 7억~8억원밖에 남지 않았으니 이것을 받고 합의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검사 앞에서는 가만히 있더니 언론 앞에서 딴소리하고 있다.
▒ ㄱ교수와의 관계는: 이번 건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나는 공직자도 아니고 공직 후보도 아니다. 그런 프라이버시에 관련해서는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 1천억원대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허황된 거짓말이다. 오히려 김호규 전 보좌관이 은행 심부름을 하면서 100억원대 돈을 횡령했다. 1994년 9월 감옥에서 나와 정리 차 계좌를 확인해보니 계좌 대부분이 분실계를 내고 찾아간 깡통 통장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미국으로 출국해 있던 김 전 보좌관을 불러 물어보니 눈물을 흘리며 죄송하다고 했다. 자기가 심부름을 시켰던 김 아무개 법무사가 다 해먹었다고 했다. 횡령한 돈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압박하면서 공소 시효가 다 지나가버렸다. 고소를 해도 소용이 없다. 김 전 보좌관과 김씨를 불러 추궁했지만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미뤘다. 사람이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 하늘에서 벌을 받는다. 100억원은 은행 예금 77억원, 증권 18억원, 부동산 2억원 내외이다.
▒ 왜 차명계좌를 사용했나: 법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자금을 모을 당시는 합법적이었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관리한다는 사실이 정치인의 이미지상 좋지 않다고 판단해 사기를 당하면서도 차명 계좌를 유지하게 되었다. 내 불찰이고 죄송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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