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따라 춤추는 찻값 사양하고픈 ‘사양’ 장사
  • 심정택 (자동차산업 전문가) ()
  • 승인 2008.03.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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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새 마케팅 수단으로 부각…가격 등락 구실 되기도

 
자동차 업계에서 선택 사양 또는 임의 사양으로 통하는 옵션(option)이 마케팅의 주요한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수입차가 가격을 내리고 국산차는 럭셔리카 시장에 진출을 시도하는 등 치열한 시장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자동차의 편의성을 더해주는 ‘옵션’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주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옵션의 대명사는 자동변속기(오토 트랜스 미션)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자동변속기는 옵션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일반화되었지만 1990년대 중반 이전만 해도 자동변속기는 기본 찻값에 많게는 수백만원의 돈을 더 들여서 따로 적용해야 하는 선택 사양 품목이었다.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자동변속기 사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수시로 클러치를 조작하는 수동 방식과 달리 자동변속기는 가속 페달만 밟으면 알아서 기어 변속이 이루어져 운전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대도시의 간선 도로가 교통 체증으로 인한 지체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자동변속기 차를 선택하는 것이 대세이다. 일부 고급 차종에는 아예 수동변속기가 없는 경우도 있다.
자동변속기 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 대다수가 자동변속기를 수입해 썼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해외 업체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2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자체 생산하고 있다.
국산차 업체 중 가장 늦게 완성차 제조업에 뛰어들었던 삼성자동차는 양산 초기인 1998년 SM5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음에도 처음부터 자동변속기 공장을 따로 구축해 투자비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에어컨 역시 국내 시장에서는 옵션이라고 하기 힘들다. 하지만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는 최고급 차종에서도 여전히 옵션일 뿐이다.
 

옵션으로 업그레이드, 기본 사양화해 가격 인상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옵션을 찻값 변칙 인상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기존 모델에 옵션을 추가하거나 옵션을 기본 품목으로 적용하면서 가격을 슬그머니 올리기 때문이다.
지난 3월4일 첫 차가 출고된 쌍용차 체어맨W는 기존 체어맨H급에서 2백만~3백만원대의 옵션 품목이었던 내비게이션을 기본 사양화하고 후방 카메라 등을 추가로 기본 사양화하는 전략을 채택해 전체 차 가격을 높였다. 쌍용차는 기존 체어맨(2천8백㏄, 3천2백㏄)을 체어맨H로 분류하고, 체어맨W는 3천8백㏄ 및 5천㏄급 시장으로 구분해 쌍용차 브랜드 이미지보다도 나은 체어맨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기존의 그랜저와 에쿠우스 사이에 포지셔닝한 차이다. 현대차의 제네시스는 BH380 VIP팩 적용 모델이 5천8백30만원이던 것이 9백만원대의 DIS 모젠시스템을 옵션으로 추가하면 6천7백46만원으로 껑충 뛰면서 쌍용차 체어맨W 3천8백㏄급 프레스티지와 가격이 비슷해진다. 제네시스 3.8 모델은 쌍용차 체어맨W 3.6 모델과 사양, 가격, 배기량 등에서 겹친다. 결국 같은 급에서 차종을 비교해 선택하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및 소비자들의 옵션에 대한 가치 평가에 달린 셈이다.
최근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대형차 시장에서는 옵션이 가격 인하의 구실로 쓰이기도 한다.                            기존 옵션 사양을 제거함으로서, 가격을 낮춘 차종을 추가 출시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경쟁사의 기세를 꺾는 데 활용하는 것. 기아차 오피러스는 제네시스가 출시되면서 판매 대수가 감소했다. 이에 기아차는 오피러스의 일부 편의 장치를 빼고 가격을 낮춘 모델을 2월부터 시판했다.
GH330 스페셜은 기존 고급형보다 클러스터(LED) 및 룸램프 등의 사양을 낮추어 2백60만원 싼 3천6백40만원에 내놓았다. GH270 스페셜은 기존 스페셜 럭셔리보다 일부 옵션의 사양을 낮춰 3백만원 싼 3천2백2만원짜리 차종을 추가로 출시했다. 시장에 선보인 지 4년째인 오피러스는 신차인 경쟁차와 비교해 저가 전략을 쓰며 판매 확대를 꾀하고 있는 셈이다.

 

SUV도 옵션 ‘주렁주렁’…각종 편의 장치 판매로 이익 극대화

SUV 차종 역시 옵션을 전략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중형 SUV인 기아 모하비, 현대 베라크루즈, 쌍용 렉스톤 등은 100만원대면 최고급형을 장착할 수 있는 DVD 내비게이션을, 내장형이라는 이유로 3백만원대에 옵션으로 팔고 있다.
한 자동차 업체의 마케팅 담당 임원은 “자동변속기, 후방 주차 센서, 가죽 시트, 선루프 등 각종 편의 장치는 적정 가격보다 훨씬 높게 책정한다”라고 속사정을 실토했다. 수입차 업계 역시 풀옵션의 차들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팔아 이익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고 한다.
최신 옵션이 소비자에게는 가격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편의 사양’이 아닌 ‘불편 사양’으로 군림하면서 추가 비용을 물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자동차 부품 중 전장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차의 성능·편의성이 높아지는 반면, 그로 인한 고장률이 높아지는 것이 그런 경우이다. 유명 외산차인 B사의 차량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전장화 비중을 높이면서 경쟁차에 비해 경쟁력을 높였지만 전장품 옵션이 차의 기계적 결함 원인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기능형 전장 부품은 기능형 부품과 달리, 시스템 전체를 교체해야 했기 때문에 비용 및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한때 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B사의 차량이 기피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선보이는 옵션을 보면 차의 기본 성능과는 상관없이 IT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DMB 내비게이션이다. 현대차는 최근 3백만원대로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대부분 차 출고 후 외장 방식으로 달았던 내비게이션을 쏘나타 트랜스폼에 1백5만원과 1백11만원짜리를 옵션화해서 내장해 출고하고 있다. 기아차 스포티지 역시 동일 사양의 1백5만원짜리 내비게이션을 내장형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 현대차는 통합정보시스템(DIS, Driver Information System)을 5백만원대에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소형 세단 ‘골프’의 해치백 모델과 컨버터블 스포츠카인 이오스에 ‘폭스바겐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본 옵션으로 장착해 판매 중이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한글 내비게이션 및 지상파 DMB, DVD 플레이어, 근거리 무선 인터넷을 지원하는 ‘블루투스’가 제공된다. 골프 GTI는 4천2백20만원, 이오스는 5천5백4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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