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여행산업 개발 내세워 티베트인의 물까지 앗아갔다”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 승인 2008.03.24 10: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티베트 망명정부 동아시아 사무소 락빠 쵸고 대표 인터뷰

 
“중국은 사회주의라는 틀로 우리를 억압하고 물리력으로 탄압했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역사적으로 극복해왔다.”
일본 도쿄에 있는 티베트 망명 정부 동아시아 대표부의 대표인 락빠 쵸고 씨(51)는 한국과 문화 교류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가 티베트 사건을 맞았다. 이후 본래의 목적을 제쳐둔 채 티베트인들이 겪고 있는 탄압의 실상을 한국 사회에 알리고 있다. 3월19일,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연신 쉬지 않고 울려대는 그의 전화기가 티베트의 다급한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티베트는 왜 독립되어야 하는가?
티베트는 2천5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동아시아가 모두 혼란에 빠져 있었을 때 티베트만은 히말라야에서 평화로웠다. 그때 중국은 공산화되었고 처음으로 이루어진 시도가 티베트 침공이다. 티베트의 지정학적 위치를 군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고, 티베트가 시짱(西藏), 즉 서쪽의 보물 창고라고 불렸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의 경우 인명 피해가 많이 나고 있다. 왜 이리 과격해졌나?
한두 가지의 이유 때문이 아니다. 중국이 건국된 뒤 지난 60년 간 쌓였던 것이 폭발했다. 중국은 티베트에 관한 정치에서 실패했고 증오, 실망, 분노가 티베트인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중국의 통치에 실망하고 분노했다. 중국은 그들의 통치를 이해하기를 원하지만, 티베트인은 바보가 아니다.
중국이 티베트인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준 부분은 무엇인가
중국은 티베트인을 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티베트 수도 라싸에 건설되어 있는 신시가지에는 한족들만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더럽고 낡고 오래된 시가지에는 티베트인들이 몰려 살고 있다. 중국인들은 아무도 없다. 라싸에서는 이미 중국인과 티베트인의 분리 작업이 이루어졌다. 중국은 티베트를 자원이나 군사적인 가치를 위해 가지려고 한다. 천연자원, 수자원,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물도 연관이 되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라싸를 흐르는 강은 인도로 가면 매우 큰 강이 된다. 물 자원의 통제를 위해 중국은 댐을 건설할 생각이다. 중국에는 물이 부족한 도시가 많다. 댐을 설치해서 물을 그쪽으로 보내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임에도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가. 중국은 침략자이고 천연자원을 수송하기 위해 교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티베트 지역 개발, 여행 산업 개발이라고 말하지만 가난한 티베트인들의 땅에서 다 가져가고 있다.
티베트 내부에서도 강경파는 계속 시위를 하자고 말하고 온건파는 폭력 시위를 자제하자고 하는 등 온도 차이가 있는 듯하다.
덩샤오핑이 등장했을 때 그는 우리에게 형제라고 말하면서 “달라이 라마와 모든 것을 의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우리는 ‘중간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 ‘중국의 통치에는 만족하지 않지만 독립은 하지 않겠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접근 방식에 대해서 어떤 결론도 끌어내지 못했다.
젊은 사람들은 독립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중국 내의 티베트인과 인도에 있는 망명정부는 각자 처한 환경 때문에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 밖에서는 달라이 라마에게 대화를 제안하지만 중국 안에서는 폭력으로 탄압한다. 중국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달라이 라마에게 권력을 위임하겠다는 얼굴과 몽둥이로 때리는 폭력의 얼굴이다.
달라이 라마가 “폭력 사태가 지속된다면 사임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신성함은 티베트인들의 존중으로 이루어진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두고 배후에 달라이 라마가 있다면서 비난하고 있다. 만약 달라이 라마가 배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달라이 라마는 물러날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이 이야기하는 것 중 어떤 것이라도 증명해야 한다.
티베트 지역에 한족의 이주가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때문에 문화적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 티베트인이 티베트 땅에서조차 소수 집단으로 변하고 있다. 만약 달라이 라마를 존중하고 티베트인을 존중한다면 이주를 중지해야 한다. 게다가 티베트인에게는 종교나 결사의 자유가 없다. 후진타오가 지난번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40~60번 말했다고 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민주주의인가. 티베트에서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가.
티베트인의 시위나 중국 정부의 탄압은 모두 베이징올림픽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맞다. 그런데 달라이 라마는 인권과 자유의 상징을 가진 좋은 존재다. 중국 입장에서도 좋은 이미지를 살릴 수 있지 않나. 하지만 국제 사회는 달라이 라마를 배척하면서 “너희는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잖아”라고 말하고 있다. 그 때문에 올림픽이 가까워지면서 중국은 조급하다.
반면에 티베트인들은 바깥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모른다. 정보가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자신들의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스필버그가 왜 올림픽 예술 고문직을 사퇴했는지 티베트인들은 알지 못한다.
올림픽 보이코트 등이 일어난다면 지지할 생각인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사람들은 무엇이 정의인지 알고 있음을 뜻한다. 세계 국가들은 티베트인들을 지원하지 않더라도 세계의 보편적인 정의에는 반응해야 한다. 지금은 이런 사건이 우리의 일이지만 미래에는 누구의 일이 될지 모른다. 이번 중국의 경우가 좋은 교훈이 되길 바란다.
오히려 중국인들은 티베트 사건에 대해서 외부인보다 더욱 모른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티베트의 역사를 왜곡해 사람들에게 교육한다. 하지만 자유 세계에서 사는 수많은 중국인들은 이번 사건을 알고 중국 안으로 소식이 전파되고 있다. 이것은 좋은 현상이다. 티베트 소식이 전해질수록 그들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지 중국인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티베트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이 있다. 이 공을 가만히 놔두면 괜찮지만 세게 때리면 높이 튀어오른다. 마찬가지다. 누르려고 하면 안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티베트인을 존중하는 것이다. 때리고 죽여봐야 정신적으로는 우리를 점령할 수 없다.
또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평화적 문제 제기에 대해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국방과 외교는 중국 정부가 가지고 나머지는 티베트에게 자치권을 주는 ‘중간적인 방법’은 중국과 티베트, 그리고 외부의 티베트 망명정부 모두에게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국인들이 왜 티베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선 한국의 오래된 세대들은 일본에게 침략당한 역사가 있다. 그런 면에서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한국은 정치·경제적으로 강한 국가이다. 그에 맞는 도덕적 인식도 가져야 한다. 아시아의 주변 국가들은 한국 정부의 발언을 궁금해한다. 중국 정부를 쫓아갈지 도덕적 기준을 쫓아갈지 알고 싶어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