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누우면 나도 잠들까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 승인 2008.03.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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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해도 소용없는 심장 이식 환자 … “나는 그 음모를 다 들었다”

 
얼마 전,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끝난 드라마 <뉴하트>가 왜 인기를 끌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바로 전문성과 리얼리티 때문이다. 흉부외과라는 전문성은 재벌 2세나 신데렐라보다 흥미로운 소재이고 수술 장면은 키스보다 리얼하다. 그 위에 멜로를 얹은 것은 긴장감을 풀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멜로가 앞서나가면 드라마는 맥이 빠진다. 멜로에 의학이라는 전문성이 보조로 끌려가면 그것은 이미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어서다. 의학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많다. 그중 성공한 영화로는 댄젤 워싱턴이 주연한 <존큐>가 있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그린 이 영화는 많은 관객들에게 미국의 의료 현실을 알게 해주었다.
<어웨이크> 역시 의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뉴욕에서 기업 사냥꾼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 분)는 어려서부터 심장이 안 좋아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억만장자인 그는 가정부 샘(제시카 알바 분)과 사랑을 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나중에 이를 알고 극구 말린다. 마음이 여린 클레이는 작심을 못하고 그의 주치의 잭은 이식을 앞둔 그에게 수술의 위험성을 알리며 죽을지도 모르니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라고 권한다.
마침내 클레이는 샘과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잭이 증인으로 나선다. 샘의 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결혼의 기쁨을 나누기도 전에 무선 호출을 받는다. 심장 기증자가 나타난 것이다. 두 시간 후 도착할 심장을 기다리며 수술대에 누운 클레이는 마취 주사를 맞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는다. ‘마취 중 각성’이라는 희귀한 체질을 타고난 탓이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의사들은 그의 가슴을 가르고 명치뼈를 연다. 고통을 참지 못한 클레이는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입도 열리지 않고 몸도 움직이지 못한다.

‘마취 중 각성’이라는 희귀한 체질
영화는 클레이가 수술대에 누우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의료 사고를 4번이나 일으킨 돌팔이 잭을 믿고 누웠는데 엄마 말이 맞았을까. 의식이 있는 그를 모르고 의사들은 엄청난 비밀을 주절거린다. 관객들은 여기에서부터 반전의 묘미를 느끼기 시작할 듯하다.
섹시한 몸매를 보여주는 제시카 알바가 악녀로 변하고, 그 악녀를 사랑했던 클레이의 절망이 화면 가득 퍼지면서 영화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구성이 탄탄하고 시종일관 늘어지지 않는 대사 덕분에 <어웨이크>는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모처럼 훌륭한 킬링 타임이 될 것 같다. 길지 않은 상영 시간(84분)도 이 영화의 미덕이다. 누구는 하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든다지만 그게 더 낫다. <색, 계>처럼 두 시간이 다 되도록 사람 진을 빼놓다가 나중에서야 메인 디시를 내놓는 만행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3월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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