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운명이 궁금하다
  • 전남식 편집국장 niceshot@sisapress.co ()
  • 승인 2008.03.3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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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에게 어떤 심판이 내려질까. 한나라당은 당내 분란을 가까스로 봉합하고 총선에 나섰지만 앞날이 험난하다. 지난 대선에서 수많은 국민이 차려준 밥상을 걷어찬 지는 이미 오래다. 여당 프리미엄도 잃었다. 친이(親李)와 친박(親朴)이 부딪치고, 친이(親李)끼리 뒤엉켜 싸우며 지지 기반을 적지 않게 날려버렸다.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대통령의 오른팔’ 이재오 의원이 오불관언(吾不關焉)하며 벌인 암투로 당은 사분오열되고, 대통령과 여권 전체가 큰 상처를 입었다.
한나라당은 이제 밑천을 다 드러냈다. 그동안 누가 당을 움직였고, 권력 심층부가 누구의 손에 들어 있는지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안다. ‘개혁 공천’을 앞세워 40%에 가까운 현역 의원을 물갈이했으나 ‘형님 공천’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 역시 여실히 드러났다. 대통령은 일개 당원일지라도 국가 경영의 큰 틀에서 집권 여당을 통제할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실세들의 다툼으로 당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마땅한 대화의 채널도 없었고, 설득의 기술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부의장과 이의원을 정치판에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게 다수 국민의 여론이었다. 그럼에도 이대통령은 침묵을 지켰고, 두 사람은 결국 동반 출마로 자신의 길을 갔다.
민심은 막연하게 흐르는 것 같지만 한 번 힘이 실리면 빠르게 퍼져나간다.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민심의 심연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 게 분명하다. 무사안일과 자만에 빠져 두 차례나 다 잡은 대권을 놓쳤던 한나라당이다. 그런 패착이 이번 총선에서 재연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굶고 지내다 모처럼 전리품을 챙기고 보니 욕심이 앞서 민심과 순리를 외면했다면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이대통령은 총선 결과에 관계 없이 이후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형님을 이대로 놔두고 오른팔을 이대로 방치해놓고는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을 다하기 어렵다. 두 실세와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이부의장과 이의원도 대승적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자신들이 총선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뒷전으로 물러나 조용히 지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심이며 이대통령과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시사저널>이 이번 총선 판세를 예측해본 결과 정계 개편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제18대 국회를 이렇게 상상해보았다. ‘과반 의석에 못 미치는 한나라당에 90석이 채 안 되는 나약한 통합민주당, 그리고 70~80석을 차지하며 선전한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무소속연대, 민주노동당 등 여타의 정당들.’ 이런 판이 만들어진다면 누구에게도 독주를 허용하지 않고, ‘견제와 균형’ ‘대화와 타협’에 따라 돌아가는 국회가 생겨나지 않을까. 한나라당의 좌충우돌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국회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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