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고 부 동층도 많고…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 승인 2008.03.3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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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9일 정치권의 운명을 가를 총선 전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과연 과반 이상의 의석을 얻을 것인가. 민주당은 개헌 저지선을 확보할 것인가. 권역별 선거 판세와 격전지 1백20곳의 여론조사 결과, ?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4월9일 실시될 제18대 총선에 전국 2백45개 선거구에서 1천1백19명이 등록해 평균 경쟁률 4.57 대 1을 기록했다. 20년 만에 새 정권이 탄생한 직후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 주목되고 있다. ‘안정론이냐, 견제론이냐’에서 애초 안정론으로 흐르던 민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제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이 막판에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유권자들은 ‘마음에는 안 들지만 그래도 한 번 밀어줘보자’와 ‘안 되겠다!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라는 양 갈래 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짧아 정치 신인들에게는 불리

이번 총선은 전과 달리 공천이 늦게 이루어졌다. 이것은 신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인지도가 낮은 신인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를 갖지 못해 현역 의원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이번 총선 때 꼭 투표하겠다”라고 답한 유권자가 51.9%에 머무른 것도 판세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년 전에는 꼭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61.5%였다. 김교수는 “투표율이 낮으면 인지도가 높고 조직력이 있는 현역 의원이 유리하다는 것이 외국의 연구 결과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수백~수천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의 경우 투표율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의 경우, 공천 내용에 불만을 품고 사실상 ‘지원 유세 보이콧’을 선언하고 자신의 지역구로 내려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힘’이 어떻게 현실화할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박근혜 동정론’은 영남 지역 무소속·친박연대 출마자들에게 든든한 디딤돌이 되고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이스리서치 조재목 대표는 “대구 달서, 경북 성주·김천과 군위·의성·청송 등 대구·경북 서부 벨트를 중심으로 ‘박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부동층이 30%에서 40%에 달하고 있어 이들이 막판에 ‘당’을 중심으로 투표하느냐, ‘박근혜’를 중심으로 표를 찍느냐에 따라 바람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2004년 총선 때와는 또 다른 형태인 ‘박풍’은 수도권에도 이미 영향을 미치면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대선이, 수도권 민심이 대구·경북으로 내려가는 모양새였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대구·경북의 민심이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당 대결에서 인물 대결로 변화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가 40%대, 어떤 조사에서는 30%대까지 떨어지면서 선거 판도는 갈수록 정당보다는 ‘인물 대결’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말 그대로 ‘지역구 단위 투표’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인들로서는 힘겨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이제 출범한 지 한 달을 막 넘긴 정권을 상대로 ‘심판론’이 불거지는 것도 전에 없던 양상이다. 현 정권이 인수위 때부터 섣부른 정책을 남발하며 국민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된다. 대선 직후라는 특성이 있다고는 해도 여야가 모두 총선판을 아우르는 ‘스타’가 없이 ‘그 밥에 그 나물’로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은 선거판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다.
한나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느냐, 민주당이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확보하느냐 등은 총선 이후 펼쳐질 정국의 열쇠를 누가 쥐느냐와 관련해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지금 상태라면 한나라당이 과반을 약간 넘기는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다수다. 한나라당은 영남을 바탕으로 수도권에서 의석을 많이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 또한 ‘대운하 반대’ 공세를 펼치며 수도권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 싹쓸이를 꿈꾸며 ‘올인’하고 있다.
의석 숫자는 총선 이후 본격화할 여야 내부의 권력 투쟁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7월 전당대회를 겨냥해 각 세력 간 물밑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또한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정동영계가 선거 결과에 따라 역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정계 개편 시나리오도 벌써부터 여의도 정가에 돌기 시작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호에 이어 대형 ‘총선 특집’을 준비했다. 현지의 언론인에게 의뢰해 지역별 판세 흐름을 짚어보았고 3월28일까지의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해 격전지 지역구의 여론조사 결과를 총정리했다. 또 총선에 나선 거물들의 운명과 무소속·친박연대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 것인가, 자유선진당과 진보 정당은 의석을 얼마나 얻을 것인가 등 총선의 관전 포인트도 따져보았다. 그리고 총선 이후 본격화할 여권의 권력 투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내다보는 기사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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