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덮는 ‘박풍’ 심상치 않네
  • 강승탁 (대구일보 정치팀장) ()
  • 승인 2008.03.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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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 친박연대·친박 무소속 연대, 여러 곳에서 선전…한나라당 후보까지 ‘박근혜 마케팅’

 
대구 지역에서는 ‘박근혜 정서’를 바탕으로 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의 선전 여부가 가장 큰 관심 사항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지만 달서구·서구 등 몇 개 선거구에서는 친박연대 및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내에서 ‘생가보존 회장 피살 사건’이 일어나면서 지역 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일어 한나라당측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대구 경제 반드시 살리겠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 공약을 부각시켜가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북구 서상기 후보, 중구 배영식 후보, 달서구 유재한 후보 등 경제 전문가들을 선두에 내세워 표밭갈이를 하고 있지만 ‘박풍’(박근혜 바람)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5년 후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우며 지역 정서에 호소하고 있는 친박연대에서는 우선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의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지역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면서 친박 쏠림 현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또 다른 친박연대 박종근(달서 을) 후보도 한나라당 신예 홍지만 후보(전 SBS 앵커)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자유선진당 및 통합민주당은 후보자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에서 자유선진당은 3명의 후보를, 통합민주당은 2명의 후보를 내는 데 그쳤다. 마땅한 후보가 없어 ‘한나라당 견제론’이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무소속 후보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은 수성 을에 출마한 유시민 후보. ‘대구의 정치 다양성’을 내세우며 친 한나라당 정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져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다른 무소속 후보로는 달서구 3개 지역에 출마하는 친박 무소속 후보들이 대표적. 박종근(갑)·이해봉(을)·조원진(병) 후보 등이 한나라당 공천의 부당성을 공격하고 친박 정서를 자극하며 선전하고 있다.
 

대구 지역의 최대 접전지는 서구이다. 강재섭 대표의 불출마로 인해 급히 ‘대타’로 투입된 이종현 전 경북대 전자과 교수와 홍사덕 친박연대 공동선대위원장의 대결이 불을 뿜고 있다. ‘박풍’의 수혜를 입은 홍위원장이 10% 이상 앞서나가고 있지만 강대표의 조직을 그대로 흡수한 이후보의 막판 추격이 볼만한 곳이다.
대구 지역 12개 선거구 가운데 상당수에서 한나라당 후보 당선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박근혜 바람에 한나라당이 바짝 긴장하면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이르다는 평이 많다. 대구 서구,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후보의 혈전이 예고되는 달서구 3개 선거구 등에서는 친박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은 2~3개 지역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다.

박 전 대통령 생가 보존회장 피살 후 민심 ‘술렁’

박근혜 바람의 최대 수혜 지역은 경북이 될 공산이 높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친박 정서를 자극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전을 하고 있고, 과거 지역에서 군수·시장 등을 지낸 거물급 인사들이 친박 무소속 벨트를 형성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 입당이 좌절된 경북 김천의 박팔용 전 시장의 경우 무소속으로 나와 한나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경주 김일윤 전 의원, 안동 장대진 후보 등이 친박연대에서 친박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또 의성 정해걸 전 군수도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로 선전하고 있다.
한나라당 도당 관계자는 “2~3군데 정도는 내줄 것 같다. 여론조사를 통해 오차 범위 내에서 뒤진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무소속 바람 차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고령·성주·칠곡과 안동, 구미 을 지역이 한나라당과 무소속 후보 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전·현직 의원을 제치고 고령·성주·칠곡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석호익씨는 정보통신부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이다. 현재 재선이며 공천에서 탈락한 친 박근혜계 의원인 이인기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이후보는 친박 그룹에서 가장 크게 기대를 걸고 있는 인물이다.
안동의 경우 언론인 출신인 한나라당 허용범 후보의 선전을 예상했지만 재경부 차관 출신의 무소속 김광림 후보가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지지도를 넓혀 나가고 있어 승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안동 김씨 가문 출신인 김후보는 문중 세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구미 을에서는 지난 3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보존회장의 피살 사건 이후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당초 구미 갑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구미 을에 공천을 받은 여성 장성 출신의 한나라당 이재순 후보는 친 박근혜계 의원인 김태환 후보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후보는 지난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국방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들어 ‘나 또한 친박계’라고 주장하며 ‘박근혜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이처럼 경북 지역은 친박 정서가 유달리 강하고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이 당선된 곳도 여럿 있어 한나라당 싹쓸이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 가운데 탄탄한 조직력과 함께 친박 정서를 등에 업은 인사들도 많아 선거 막판까지 지역 판세를 종잡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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