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제도 있다고 범죄 줄어들지 않아”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 승인 2008.03.3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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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들의 어머니’ 조성애 수녀 / “가해자 사형해야만 피해자가 평화 얻는다고? 사형제 폐지는 순리”

 
지난 3월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산천동에 자리 잡은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을 찾았다. 사형제 존폐 논란이 한창이던 때였다. 조성애 수녀는 ‘사형수의 어머니’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의 구치소를 찾아다니며 사형수들을 교화시켰다. 그 전에는 10여 년간 재소자들과 편지 상담을 하는 등 사형수들을 각별히 챙겼다. 조성애 수녀는 사형제 존폐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사형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적인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었다. 아직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지만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지난해 12월 사형제 폐지 선포식을 갖고 비둘기 세 마리를 날리면서 가슴이 너무 벅찼다. 그런데 다시 사형을 실시한다는 것은 역사를 거스르는 일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형제를 존치하겠다고 하는데.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출마자 다섯 분에게 사형제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지금 대통령이 되신 분만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감형 없는 종신제를 해달라는 것은 생명을 빼앗지 말자는 것이다. 종신제가 사형보다 더 잔인하다고 해서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국가의 이름으로 생명을 빼앗는 것도 일종의 모방 살인이다. 그것이 더 잔인한 것 아닌가 싶다. 죄를 진 자의 형벌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생명만은 빼앗지 말자는 것이다. 하루 속히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피해자 가족들은 형평성을 따져 사형을 원하지 않겠는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나도 피해자 가족을 많이 만나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을 볼 때마다 가슴 저리고 아프다. 그렇다고 가해자가 사형을 당해야만 피해자가 평화를 얻는 것은 아니다. 용서한 후 ‘평안’을 얻은 사람들이 많았다. 대개 가해자의 가족들은 숨어 산다. 3대까지는 사형수나 마찬가지다. 사형수의 자녀들도 걱정이다. 자기 아버지가 사형수인 것을 알면 성장 과정이 비뚤어질 수 있다. 이들의 길을 바로 잡아 주기 위해 자주 만나고 대화한다.
사형제가 있어야 흉악 범죄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 않다. 사형 제도 때문에 범죄율이 줄어든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 국제적인 연구 결과에도 나와 있다. 사형수의 형이 집행되었다고 해서 피해자의 분이 풀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용서를 하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용서하는 마음이 제도보다 위에 있다.
교도소 안에 정신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정신병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넣지 않는 것 아니냐. 정신병을 고친 후에 감옥에 넣든지 회초리를 들든지 해야 한다. 재소자들 중에는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 교도소에 재소자가 들어오면 우선 정신 감정을 한 뒤에 이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범죄 예방 차원에서라도 그들을 관리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인상 깊었던 사형수는 누구인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가슴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요셉(세례명)이다. 요셉은 태어나자마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받았다. 취직했다가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번 쫓겨났다. 그러다가 자살을 결심하고 처음에는 약을 먹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자신의 동맥을 잘랐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차를 가지고 여의도 광장으로 돌진했는데 사람이 죽었다. 결국 요셉은 사형을 선고받고 1997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요셉은 죄를 지었지만 마음은 순진하고 어린애 같은 애였다.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실제 주인공이 바로 요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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