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부동산 신용 위기 막을 대책 세워라
  •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위원·성균관대학교 겸임 ()
  • 승인 2008.04.0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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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아파트 급증으로 건설 경기 침체하면 ‘금융 대란’ 가능성… 정책 당국이 적극 개입해 중재 나서야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기관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로 인해 국내 금융기관 보유 자산에서 부동산 관련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금융권별로 차이는 있으나 부동산 관련 대출이 총 대출금 또는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은행의 경우 각기 47%와 26%고,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각기 70%와 60% 이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연체율 급증과 담보 가치의 하락으로 보유 자산이 부실화될 가능성, 즉 부동산 가격 리스 크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이 부동산 거품 붕괴 직전 도시은행의 경우 총 대출 중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30%, 지방 은행을 포함한 전 은행이 약 37%인데, 현 국내 은행의 47% 비율은 당시 일본 은행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또한 비록 정확한 대비는 어렵지만 1990년 9월 말 당시 일본 상위 2백개 논-뱅크(non-banks) 융자 잔고의 약 40%가 부동산과 건설업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와 비교해도 국내 저축은행의 70% 수준은 지나치게 높다.

이처럼 부동산 관련 대출이 높은 상태에서 부동산발 금융 위기의 징후가 조금씩 짙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어 건설 경기 침체가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08년 1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수가 12만 채를 넘어 섰으며, 업계에서 피부로 느끼는 체감 수치는 이보다 훨씬 크다. 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도 2007년 하반기 이후 1만 채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기분양 잔금이 회수되지 않으면서 현금 동원 능력이 취약한 일부 중소 지방 건설사의 부도가 현재화하기 시작했다.

금융권 부동산담보대출 비율 너무 높아 문제

또한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의한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해질 전망이 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 ABCP)의 차환 발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관련 건설사의 경영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중 단기 상환인 부동산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asset-backed commercial papers)가 만기가 돌아와도 쉽게 차환 발행되면서 지난3~4년간 건설업계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06년에 그 발행 건수가 급증했는데 앞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건설사의 분양 대금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차환 발행에 애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PF 관련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와 연계된 부동산 PF대출의 부실화 위험도 수면 위로 부각되면서 대금 회수 지연으로 경영이 어려운 시행사 및 시공사의 부채를 금융기관이 대신 갚아야 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그렇지 않아도 두자릿수로 높은 저축은행 PF 연체율이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면 가장 먼저 건설사의 유동성이 나타나면서 경영난에 봉착할 수 있다. 국내 주택시장은 비록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 적정 가격으로 회복된다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고 불확실해지면 과잉 반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입금의 만기가 속속 돌아올 경우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봉착하게 되고 경영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PF ABCP 시장의 위축과 이에 따른 PF 대출금리 상승은 건설사의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특히 중소 지방 건설사의 경우 PF 관련 우발 채무가 증가하면 경영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다음으로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금융시장 내 신용 경색 현상이 유발될 수 있다. 저축은행 등이 많이 취급한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가계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규제 미비로 LTV 비율이 60~90%에 달하고 있어 경기 변동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현실화되면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은행권 등 여타 금융기관에서도 조기 자금 상환 압력 등이 거세지면서 금융시장의 급속한 경색이 나타날 수있다.

 

부동산 가격 급락하면 실물 경제 악화로 이어져

마지막으로 부동산 및 건설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비와 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 급랭 등 실물 경제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계 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가계 대출 상환 압력에 직면하게 되면 대출 부담 때문에 가계들의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채비율이 높은사람의 경우 취약한 재무 구조를 견디지 못해 개인파산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가계의 소비 감소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될 경우 건설 경기는 물론 국내 경기 전반의 침체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각 경제 주체들은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고 큰 위기로 비화되기 전에 사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책 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금융권과 건설업체간의 공존 모색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적극 개입해 중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은행권과 비은행권이 서로 자기 몫을 챙기려다
보면 건설업체와 제2금융권이 공멸되며, 이 경우 그 여파가 은행권으로까지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건설시장의 자금 경색 현상 때문에 우량 건설사의 위기가 오지 않도록 이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연장이 절실하며, 특히 예견 가능한 PF 부실로 인한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입주자 또는 계약자와 마찰 없이 시장에서 결정하는 가격에 거래될 수 있도록 법적인제도를 마련하고, 자산관리공사(KAMCO) 등에서 적당한 가격에 넘겨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금융기관들은 과거 대출 관행에서 서둘러 벗어나야 할 것이다. 대출 심사 기술을 발전시켜 부동산 담보에서 벗어나 신용 대출을 확대하고, 특히 엄격한 심사와 신용등급에 맞는 가격 정책으로 제조중소 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여야 한다. 신성장 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연구를 통해 부동산과 건설 산업 위주의 여신에서 벗어나야 하며, 특히 고령화 사회 진입 등을 고려해 새로운 블루오션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셋째, 건설업체들은 국내 주택시장의 구조가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맞추어 전략적으로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양적인 공급 확대가 레드오션(RedOcean)임을 인식하고,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 즉,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쌓은 기술력으로 중국, 베트남, 미국,카자흐스탄, 캄보디아 등 해외 시장을 공동 개척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 건설업체들은 전문화된 중소 업체 간 공동 사업제휴 또는 전략적 통합을 통해서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 리스크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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