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실상 감각적으로 그려내 공감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4.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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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릿과 베이브버스터

제인 오스틴 붐은 미국으로부터 불어온 ‘칙릿(chick-lit)’ 소설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칙릿’ 소설은 젊은 여성을 뜻하는 ‘chick’과 문학을 뜻하는 ‘literature’를 결합한 신조어로 젊은 현대 도시 여성들의 일과 연애를 다루는 소설을 일컫는 신조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시작으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내니 다이어리> <제인 스프링 다이어리> <쇼퍼홀릭>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문화 상품의 주요 소비층인 20~30대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때론 달콤하고 때론 쓰디쓴 그들의 실제 삶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동시대 여성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칙릿’ 소설의 원조라고 불릴 만하다.

성공을 거둔 ‘칙릿’ 소설은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곤 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영화 버전이 대표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경우다. 특히 패션 세계에 입문한 젊은 여성의 분투기를 다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3천5백만 달러라는 평균 이하의 제작비를 투입해 전세계적으로 2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 영화의 티켓 파워는 베이브버스터(Babebuster)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칙릿’ 소설은 한국 문단에서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한국형 ‘칙릿’ 소설은 출판사와 문예지들이 선정한 장편소설상을 휩쓸고 있다. 서유미의 <쿨하게 한 걸음>은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했고, 우영창의 <하늘다리>와 백영옥의 <스타일>은 각각 계간지 문학의 문학과 세계일보가 공모한 문학상 수상작이다. 대중 소설로 치부되기 쉬운 ‘칙릿’ 소설이 한국적 변형을 거치면서 문학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당대에는 성공하지 못했던 제인 오스틴 소설이 문학성과 대중성 양면에서 모두 인정받고 있다는 현실이 ‘칙릿’ 작가들에게는 큰 힘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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