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이름으로, 혹은 오기로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 승인 2008.04.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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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박주선 등 ‘화제의 금배지’ 수두룩…아버지·형 지역구 이어받기도

 
추미애 전 의원의 복귀는 조용했지만 강했다. 서울 광진 을에 공천을 신청한 뒤 소리 없이 현역인 민주당 김형주 의원을 이기고 공천을 따내더니 본선에서도 박명환 한나라당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특히 추 전 의원의 경우 한나라당이 서울 지역을 휩쓰는 가운데 당선되었기 때문에 더욱 높게 평가받고 있다. ‘추다르크’라는 별명대로였다. 2004년 탄핵의 주역 중 한 명으로 지적되면서 현재의 지역구에서 낙선한 이후 4년 만에 이루어진 복귀다. 시점도 절묘하다. 민주당의 실세 중진들은 대부분 낙선했다. 손학규·정동영 양대 축은 모두 당권 경쟁을 포기했다. 그 덕분에 추 전 의원이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더욱 넓어졌다. 이미 일각에서는 추 전 의원이 당 대표 자리를 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추 전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희망이 되도록 노력 하겠다”라고 말했다. 추 전 의원에게 구 민주계 세력의 복귀는 희소식이다. 그런 면에서 박주선 전 의원(광주 동구)의 당선이 주목된다. 박주선 전 의원을 이야기할 때 ‘3번 구속, 3번 무죄’를 빼놓을 수 없다. 1999년 옷로비 사건, 2000년 나라종금 사건,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으로 기소되었지만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에게 3전 3승을 거둔 사람은 아마 박 전 의원뿐일지도 모른다.
광주 동구에서 16대 총선 때 전남 화순·보성에서 당선된 이후 이곳에서 전국최고득표율(88.7%)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재선 의원으로 등극하면서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도부가 대거 낙선하면서 공백이 생겨버린 민주당 권력 지도에서 박당선인이 한 구역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구 민주계 세력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인제, ‘불사조’란 이런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 중 한때 민주당에 몸담았던 사람은 또 있다. “관운(官運)은 이런 것이다”라고 직접 보여준 이인제 의원이다. 이의원은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구에서 27.7%의 득표율로 당선했다. 각 후보들이 황금 비율로 표를 나누어가져야 가능한 일이다. 김영갑(20.8%), 양승숙(17.6%), 심정수(13.14%), 신삼철(12.26%) 후보도 나름의 득표력을 가지고 선전했다. 그 덕분에 이의원은 한 방송사의 자막처럼 ‘어쨌거나 당선’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평가받았고 민주당 공천에서 떨어지고 탈당한 뒤 다시 한 번 철새 논란에 휩싸였지만 재기에 성공했다.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이의원에게 ‘불사조’라는 별명을 선물했다. 이 지역의 투표율은 52%에 불과해 이의원이 얻은 실제 득표율은 전체 총 유권자 수의 14%에 불과하다. 전국 최저 득표율의 멍에를 뒤집어쓴 이의원이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금배지를 단 사람도 보인다. ‘김좌진 장군의 손녀’보다 이제는 ‘송일국의 어머니’로 더 유명한 탤런트 김을동씨가 아버지 김두한 전 의원에 이어 금배지를 달았다.
김당선인의 정치 역정은 파란만장했다. 1995년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뒤 기세를 몰아 다음해 자민련 후보로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 하지만 이명박·노무현 후보 등에 밀려 낙선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도,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낙선을 거듭했지만 정치에 뜻을 굽히지 않았다. 독립군 장군의 손녀로 “누구에게도 국가에 대한 마음은 뒤지지 않는다”라고 말해온 그녀다. 하지만 지난 4월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내가 야당 정치인이어서 아들(송일국)이 캐스팅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라고 발언하면서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아버지의 지역구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경우도 있다. 부산 금정구에서 고 김진재 전 의원은 당적과 상관없이 당선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했다. 그는 이곳에서만 연달아 5선을 했다. 고 김진재 의원의 아들인 김세연 당선인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65.8%의 압도적인 득표율를 기록했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그의 사무실에 걸린 플래카드는 ‘김진재 아들 김세연’이었다. 금정구 주민들은 “김진재 의원이 금정구에 그렇게 잘했으니 아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냐”라며 김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김당선인은 ‘동일고무벨트 이사’이기도 하고 ‘김진재의 아들’이기도 하며 ‘한승수 총리의 사위’이기도 하고 덕분에 ‘최연소 지역구 의원’이라는왕관도 썼다. 하지만 이제부터 ‘부산 금정구 국회의원 김세연’이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려야 한다.
형의 지역구를 지킨 사람도 있다.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은 자신의 형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허주’ 고 김윤환 전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총재에게 내쳐지자 민국당을 창당해 구미을 지역구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 반면에 동생인 김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하자 같은 구미 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리고 한나라당 이재순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김의원은 금호피앤비화학 사장 출신의 경제인이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라는 타이틀보다는 ‘친박’이라는 타이틀이 이번 선거에 도움이 되었다. 특히 지난 3월 일어난 김재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 살해 사건은 구미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고, 김후보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거물 꺾고 기염 토한 백성운·이무영

거물과 맞장을 떠서 이기면 초선이라도 격이 달라지는 법이다. 경기 일산 고양 동구에 출마한 백성운 당선인도 그중 하나다. 선거 운동을 시작할 무렵, 백당선인측에 좋은 일이 생겼다. 한 신문사에서 백당선인을 ‘리틀 MB’라고 표현해준 것. 이후 백당선인측은 ‘리틀MB=백성운’이라는 보를 시작했다.
백당선인은 노무현 정부의 대표 정치인 중 한 명인 한명숙 전 총리를 꺼었다. 고양군수와 경기도 행정부지사를 지냈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으로 있을 때 인연을 맺어 정책특보와 인수위 행정실장을 거쳤다.
선거 기간 중에는 일산 주민의 관심사인 ‘교육’과 ‘교통’ 문제를 집중 거론하면서 “강한 여당 일꾼만이 해결할 수 있다”라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뒤지다가 실제 선거에서는 박빙으로 한 전 총리를 이기면서 날씨 덕을 보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천운도 조금 있나 보다. 전 경찰청장 출신인 이무영 당선인(전북 전주 완산 갑)은 4선의 장영달 민주당 의원을 꺾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탄핵 역풍을 등에 업은 장의원에게 패했으니 복수전에 성공한 셈이다. 경찰의 불만 중 하나는 “검찰·군에 비해 인원이 많은 조직인데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수는 턱없이 적다”라는 것이다. 이무영 당선인은 그런 경찰에게 한줄기 희망이요, 빛이다. 이당선인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장의원에게 밀려나면서 공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박재승 혁명’으로 불리는 공천이 민의에 밀려난 경우로 언급되고 있다. 이당선인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2001년까지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집회·시위에 ‘무최루탄 원칙’을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12월 ‘수지 김 사건’의 내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구속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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