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한 기록 있는데 왜 반환 망설이나”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 승인 2008.04.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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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환 선생 증손자 민병섭씨

 
민영환 선생이 자결한 이후 후손들은 어떻게 살았나?
일제의 감시와 방해 때문에 제대로 된 사회 생활을 못했다. 생활은 궁핍했고 가난에 찌들었다. 아버지의 3형제(민영환 선생 자제)는 60세를 넘기지 못하고 단명했다. 나는 남의 차를 운전하다가 14년 전부터 개인택시를 하고 있다. 동생은 이동도서관 차량을 운전하면서 생계를 잇고 있다. 여동생 둘도 출가했는데 생활이 넉넉하지 않다.

의정부 땅이 상속된 것은 언제 알았는가?
아버지는 유복자로 태어났다. 증조모 뱃속에 있을 때 증조부가 자살했다. 태어난 이후에도 여러 가지 혼란한 일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보니 상속받은 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생전에도 땅 이야기를 전혀 안 하셨다. 뒤늦게 증조부의 자료들을 모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정부는 친일파의 재산을 환수해서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쓰겠다고 한다.
친일파의 재산을 환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환수한 재산에 대해 독립 단체 등을 통해 적절하게 쓰겠다고 한다. 환수 재산을 배분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 일제나 매국노가 강탈한 재산은 강탈당한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직접 넘겨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적당히 배분하고 끝내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해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생활에 뭐가 도움이 되는가.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도울 현실적인 방식이 뭔지를 생각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과거사청산위원회가 만들어져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결국 생색내기라는 말인가?
그렇다. 돈 몇 푼 더 준다고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궁핍한 삶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친일파 후손들은 친일의 대가로 대를 이어 부를 누리고 있다. 지금도 정부 고위직에 앉아서 권력을 누리거나 친일 대가로 얻은 재산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반면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조상의 독립운동으로 얻은 대가는 무엇인가. 가난과 고통의 대물림이다.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정부가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 있나. 간신히 연명할 정도의 연금과 그 외의 부대적인 혜택이 전부 아닌가. 연금도 후손 중 1인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다. 모두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들이다. 일제나 친일파가 강탈한 후 국고에 귀속된 재산도 적극 반환해야 한다.

이번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에서 승소할 것 같은가?
아직 모르겠다. 우리 후손들은 일제나 친일파들이 강탈한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애국지사나 국가유공자를 기리고 후손들을 위한다면 마땅히 돌려주어야 한다. 남의 땅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상속받은 땅을 내달라는 것이다. 친일파들이 친일로 받은 땅을 돌려주면서 애국자의 땅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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