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소’에 성난 민심, ‘대통령 탄핵론’까지
  • 이은지 기자 lej81@sisapress.com ()
  • 승인 2008.05.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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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두 달 만에 ‘이명박 대통령 탄핵’이라는 검색어가 포털 사이트를 점령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밀어붙이는 정부에 대해 MBC <PD 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과연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일갈을 날리자 네티즌들이 행동에 나선 것. ‘미친 소 먹고도 의료 민영화로 치료 못 받아 죽거든 대운하에 뿌려주오’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네티즌들이 뿔이 단단히 난 것 같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은 노무현 정부 때 세워둔 조건에 따라 합의했을 뿐”이라고 한 발 뺐다. 야당과 언론은 책임을 회피한다며 비난했고 결국 파장만 키웠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한·미 FTA 체결이다. 논리도 비슷하다. 시장 개방으로 미국 소와 경쟁하게 되면 한우 농가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네티즌들에게는 ‘개방이냐 보호냐’라는 추상적인 논쟁보다 구체적인 문제점이 눈에 밟힌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느꼈던 배신감과는 다른 문제인 것이다. 네티즌들이 광우병의 위험성을 여러 사이트를 통해 알리는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쇠고기는 라면 스프를 비롯해 화장품에도 들어가는 만큼 나만 안 먹는다고 광우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인은 유전자 구조상 광우병 발생 가능성이 서양에 비해 3배나 높다” 등 이런저런 근거를 제시하며 문제를 삼고 있다.
나아가 오프라인으로 행동 반경을 넓힐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5월2일 청계천에서 “미친 소, 너나 ‘처’ 먹어라!!”를 외치며 탄핵 집회가 열린 데 이어 오는 5월18일에는 탄핵투쟁연대 모임 사람들이 정기 집회를 가진다.
물론 이런 움직임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이런 움직임이 ‘불도저’ 이명박 대통령에게 밀어붙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라도 깨닫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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