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보 걸으며 건강 유지”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 승인 2008.05.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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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절에까지 전이된 대장암 3기 극복한 이연숙씨

 
“암 선고를 받았을 때가 눈에 선하다. 엊그제 일만 같은데 벌써 8년 전 일이다.” 이연숙씨(64·여)는 대장암 선고를 받았던 2000년 1월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묽은 대변이 1주일 동안 계속 나와 동네 병원을 찾았던 이씨는 ‘과민성 대장증세 같다’는 애매한 진단 결과를 들었다. 의사의 말대로 일단 약을 먹어보기로 했지만 그 증세는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대변을 시원하게 볼 수 없었고 급기야 팬티에 피가 묻어나왔다.
이씨는 “약 먹기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피가 보여서 의사와 상의했더니 당시 국립암센터 초대원장이던 박재갑 교수에게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해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혹시 큰 병은 아닐까 걱정은 했지만 설마 암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큰 감기 한 번 걸려본 적 없이 건강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단 결과는 암담했다. 대장암 3기와 4기 사이로 암세포가 이미 림프절에까지 전이되어 있어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씨는 “진단 결과가 나오는 날이 8월7일이었는데 전날 남편은 이미 암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어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진단 결과가 나오는 그날 남편은 내가 충격을 받을까 봐 병원에 같이 가자고 했다. 막상 의사로부터 암이라는 말을 들으니 눈앞이 캄캄하고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남편의 사업이 몇 차례 망해서 별별 고생을 하며 살았는데 이제 이런 시련까지 닥치다니 속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라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암환자에게 희망 주려 매주 하루 자원봉사도

이씨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울고불고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가족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해서라도 자신이 더욱 침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암과 싸워서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암을 받아들이고 태연하게 치료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의사에게 나는 말 잘 듣는 환자였다. 사실 나보다 남편과 아들이 나를 암환자처럼 대하지 않아 처음에는 야속하게도 느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내가 암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웃었다.
2000년 11월 이씨는 수술실로 향했다. 항문에서 가까운 부위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 항문을 들어내고 인공 항문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이씨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항문을 들어내지 않기 위해 수술 후 6개월 동안 소장을 통해 배변을 해야 했다. 그 때문에 하루에도 10번 이상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이씨는 “소장의 일부를 오른쪽 배 밖으로 꺼내서 배변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술 후 항문으로 다시 배변할 수 있을 때까지 좀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01년 5월 소장을 다시 배 안으로 집어넣는 복원 수술을 했고 지금은 아무 문제없이 배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암 수술을 받고 퇴원한 2001년부터 매주 하루 암환자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 위해 서울 상계동 자택에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국립암센터를 찾고 있다. 그렇게 매주 하루 왔다갔다한 것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허리춤에 있는 만보계까지 보여주는 이씨는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며 2시간 걸려 암센터에 간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닌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1만보 이상 꾸준히 걷는다. 그리고 암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어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불교를 믿고 있는데 ‘보시’하고 있는 셈이다”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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