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제국주의의 위험천만한 야욕
  • 김홍신 (소설가) ()
  • 승인 2008.05.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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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구든지 백지 한 장을 주고 지도를 그리라고 하면 자기 나라를 중앙에 그리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지도를 가운데 그리면서 우리 정신과 역사의식은 변두리에 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지난 4월27일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수천명의 중국인들에 의해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적인 시위 진압 능력을 가진 우리 경찰까지 몰매를 맞고 수모를 겪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한국 정부가 중국의 거대한 경제 블랙홀에 빨려들어 주눅이 들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만약 미국이나 일본인들이 그랬다면 사태가 어찌 전개되었을까?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한국인들이 태극기를 펄럭이며 중국 공안을 두들겨팼다면 무슨 사단이 벌어졌을까?

중국 사회과학원, 중화주의 완성시킬 프로젝트 구상 중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역사를 중국 역사로 조작하고 서남공정을 통해 티베트를 중국 영토로 규정하며 서북공정을 통해 위구르를 종속시키려는 국가 전략을 세우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면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해체하고 백두산과 발해 역사와 유적을 중국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할 것이다.
중국의 거만한 인권 유린과 편협한 국수주의의 속성을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중국은 예로부터 국가 전략의 근간과 역사 기술의 원칙을 두 가지로 정했다. 첫째는 세상의 중심은 오로지 중국뿐이라는 중화사상(中華思想)이다. 둘째는 중국은 위대하고 주변 국가는 모두 어리석고 못났다는 화이사관(華夷史觀)이다. 이런 바탕 위에 경제 성장을 발판으로 중화제국주의가 무섭게 번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마치 애국이고 민족주의인 것처럼 중국 인민을 조종하는 세력이 정부의 비호 아래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중화문명의 시원을 황하문명이라고 주장하며 요하문명은 동이(東夷)의 문명, 즉 고조선의 문화라고 비하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요하 일대에서 황하문명보다 천년이나 앞선,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한 신석기 문화가 발굴되자 중국은 크게 당황했다.
중국 문명의 시원이라고 주장했던 황하 유역의 앙소문화(仰韶文化·기원전 4천5백년), 장강 하류의 하모도문화(河姆渡文化·기원전 5천년)보다 훨씬 앞선 요하문명에 당황한 중국은 요하 지역에서 발원한 예·맥족을 비롯한 단군조선, 고구려, 발해를 모두 중국 황제의 후손으로 고치고 중국의 방계 역사와 방계 문화로 둔갑시켜 교과서를 재편했다.
그래서 중국의 역사교과서에서 고조선, 고구려를 완전히 삭제하고 발해를 당나라의 지방 정권으로 왜곡해 구리의 고대사를 중국 역사로 조작한 것이다.
중국 최대의 연구 기관이자 최고의 학술 기관이며 국무원 직속 싱크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은 올림픽이 종료되면 중화제국주의를 완성시킬 가공할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티베트의 핍박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은 티베트 다음에는 북한을 삼킬 간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열렬하게 성화 봉송을 한 북한의 태도는 중국의 경제 속국임을 자인한 셈이다. 베이징올림픽 이후에 벌어질 중국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티베트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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