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쓰거나, ‘랩’으로 싸거나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8.05.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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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투자, ‘몰빵’ 대신 분산 후 사후 관리가 중요…엄브렐러 펀드·펀드 랩이 대안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운다. 특히 충격적인 경험은 더 깊은 반성과 교훈을 남긴다. 지난해 펀드 투자를 처음 경험한 투자자라면 4분기부터 빨간색으로 표시된 손실 규모를 보면서 적잖이 마음고생을 하고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안정감을 회복하면서 신규 투자에 대한 욕구가 증대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올해 초와 같은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불확실한 전망에 근거한 ‘몰빵 투자’ 대신 분산의 방법이나 효과적인 사후 관리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는 모습은 투자 문화가 진일보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펀드를 선택하는 일은 어렵다. 최근 발표된 자산운용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협회에 등록된 펀드 수는 9천7백개를 넘어섰다. 이 중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도 4천5백개에 달한다. 난감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서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도록 몇 개의 펀드에 분산을 하라니 투자가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4천5백개 펀드 중에는 이런 투자자들을 위한 상품도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엄브렐러(umbrella) 펀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하나의 상위 펀드 아래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몇 개의 하위 펀드를 모아놓은 상품이다. 하나의 펀드를 통해 다양한 하위 펀드로 이전이 가능하도록 구성된 것이 우산과 같은 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 증권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다수 엄브렐러 펀드들은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와 리버스인덱스 펀드, 채권형 펀드 세 가지를 기본 축으로 하고 있다. 즉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것 같으면 채권형 펀드로 옮겨 타거나 확신이 있는 경우라면 리버스인덱스 펀드로 갈아타면 된다.

펀드 간 전환 자유·환매 수수료 없는 점이 동일

펀드 간 전환에는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전망에 따라 몇 번이고 펀드를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엄브렐러 펀드는 대부분 리버스인덱스 펀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버스인덱스 펀드는 인덱스 펀드와 반대로 주가지수가 하락하면 그와 비례해서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CJ자산에서 운용하고 있는 CJ엄브렐러인덱스파생상품 펀드는 지수가 하락하던 최근 1개월에만 10% 이상의 수익을 보이고 있다. 엄브렐러 안에는 이런 펀드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제시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운용의 ‘한국부자아빠엄브렐러 펀드’는 인덱스 펀드, 리버스인덱스 펀드, 채권형 펀드, 국채선물인덱스 펀드로 구성된다. 푸르덴셜운용의 ‘푸르덴셜프리엄브렐러 펀드’는 4개 펀드로 구성된다. 1% 선취수수료 이외에 별도의 수수료 없이 펀드 간 전환이 가능하다. 이런 엄브렐러 펀드는 현재 약 97개 정도가 설정되어 있지만 판매액은 5천억원을 겨우 넘는 미미한 수준이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높지 않으면서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지 않은 상품인 것이다. 한마디로 원가가 나오지 않는다. 역으로 해석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장세 전망에 어느 정도 확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상품이다. 다만 펀드 간 전환 타이밍 선정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한다.
엄브렐러 펀드와 비슷하면서 전문적인 서비스가 아쉽다면 요즘 유행하는 ‘펀드 랩(fund wrap)’ 상품에 가입해볼 만하다. 펀드 랩이란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1 대 1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를 말한다. 일반적인 랩어카운트와 달리 펀드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다양한 상품을 하나의 포장(wrap)에 담아 제공하는 계좌(account)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펀드 랩, 개별 계좌 만들어 1 대 1 관리 서비스

본래 랩 어카운트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을 위탁 관리하는 이른바 부유층 대상 상품이었지만 최근에는 거치식인 경우 1천만원 이상, 적립식인 경우는 월 10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도록 대중화되었다. 펀드 랩은 증권사에 속한 투자상담사(FP)가 운용하며 투자 대상은 펀드가 된다. 투자자별로 개별 계좌를 만들어 1 대 1 관리를 해준다는 점에서 엄브렐러 펀드에 비해서는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펀드 간 전환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엄브렐러 펀드와 유사하지만 엄브렐러 펀드가 단일 운용사의 펀드 중에서만 갈아타기가 가능한 것과 달리 여러 운용사의 펀드를 투자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운용 수수료는 일반 펀드와 큰 차이가 없다. 투자자는 랩 어카운트 매니저와 상담을 통해 투자 가능한 펀드들 중에서 투자 비율을 조절할 수 있다. 대부분 환매 수수료가 적용되지 않는 점도 엄브렐러 펀드와 동일한 장점이다.
현재 거의 모든 증권사에서 펀드 랩을 판매하고 있다. 동양증권의 펀드 랩 상품인 ‘우리가족 꿈나무 적립식’은 학자금, 결혼자금, 노후자금 마련 등 투자자의 자금 계획에 맞게 설계된 세대별 적립식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주식형 펀드의 편입 비율에 따라 서로 다른 세 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문어 광고로 유명한 우리투자증권은 안정 투자, 균형 투자, 공격 투자 등의 구분을 통해 서로 다른 펀드로 구성된 옥토랩 펀드형 상품을 제공한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은 ‘부자아빠 알짜포트폴리오’, 하나대투증권은 ‘빅트리’, 한화증권은 ‘스마트랩’ 등 다양한 명칭의 펀드 랩이 투자자를 기다리고 있다. 투자의 봄날을 기대하며 펀드 선택에 고민이 많은 투자자라면 한 번 방문해서 엄브렐러 펀드나 펀드 랩에 대해 설명을 들어보기를 권한다. 어느 증권사이건 상담은 무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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